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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직뿌직116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창조계층이 주도하는 도시의 활력. 새로운 미래는 창조경제가 만들어나간다는 메시지. 플로리다의 간결한 주장은 더 열린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궁금한 점이라면 도시의 이른바 엘리트들이 활성화하는 도시 경제가 모두에게 도움이 되냐는 점이었다. 마치 도시의 기반기능이 비기반기능의 성장을 가져온다는 명제만큼 단순했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낙수효과가 과연 잘 발생하고 있는지 의심하는 사람은 많았다. 역시나 도시는 더 불평등해졌다. 잘 나가는 도시는 분명 빠르게 달리고 있는데, 도시 내부의 분화는 더 치밀해지고 있었다. 미국 도시에서는 2차대전 이후 교외화가 중산층의 성장을 이끌었고, 내구재 소비가 경제성장을 견인했고, 자본주의는 그렇게 조응하며 팽창했다. 도심과 교외와 농촌으로 구분하는 방.. 2021. 3. 19.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아마 어린 시절 교과서 구석의 읽기 자료였던 것 같다. 자신의 할 일을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네댓 줄 짜리 간략한 내용이었다. 삽화가 기차에 탄 사람으로 그려져 있어, 기관사도 그럼 살인의 책임이 있는 것인지 잠깐 고민했다. 군대에서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한다'라는 복무신조를 매일 외쳤다. 중위는 꼭 그걸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로 고치곤 했다. 그 정도도 구분하지 못할 장교의 명령을 복종해야하나 싶었다. 딱 그 정도였다. 말로 말을 만드는 복잡한 딜레마 상황은 귀찮았다. 그간 아우슈비츠, 하바라 협정, 바르샤바 게토 봉기, 뉘른베르크 재판 등 지식은 조금 늘었다. 하지만 깊이는 여전히 안네의 일기, 죽음의 수용소에서, 인생은 아름다워,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수준에 불과했다. 그.. 2021. 2. 24.
데이비드 하비의 세상을 보는 눈 그야말로 대단하다. 사실은 출발이 좀 그렇긴 하다. 맑스주의가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는 이 시대에 주류보다 비주류에 속하는 부분이고, 지리학 또한 현대 사회에서는 주류에서 비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근데 그 두 비주류 집단의 교집합인 맑스주의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정을 받는 학자라니 신기할 따름이다. 개인적으로 내세울 것이 없을수록 소속된 집단에 기대게 된다는데, 하비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여기까지 왔나 싶다. 데이비드 하비의 세상을 보는 눈은 그야말로 하비의 모든 것이다. 생애를 따라가며 발표했던 중요한 글들을 엮어놓은 것이다. 흥미를 느꼈던 지리학의 모든 것들은 모두 수십년 전 하비가 건드려놓은 분야였다는 점을 확인하고 놀라고 또 놀랐다. 도시지리나 사회지리에서 도시의 빈곤 문.. 2021.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