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직뿌직116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공장.인생의 여러 경험과 함께 가는 단어이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삼십년 전 부산 사상공단 끝자락의 주택에서 삶을 시작했다. 광주의 타이어 공장은 어린시절 생계의 원천이었다. 화성의 플라스틱 공장, 털걱거리는 사출기 소음 틈에서 전공도서를 읽으며 학비를 마련했다. 군산국가산단으로 가는 언덕 너머, 근로자아파트와 원룸 가득한 동네의 학교에서 교단에 섰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교실에서 산업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이 산업 고도화에 이르면, 제조업은 마치 스러져야할 운명처럼 담백하게 다루어진다. 하지만 군산에서 근무하던 시절, 현대중공업과 대우자동차(정확히는 GM)가 빠져나가며 학급에서도 전학생들이 생겨났다. 교과서 속 분공장과 다국적기업은 그렇게 교실로 들어왔지만, 정작 감정은 들.. 2020. 10. 11. 수학비타민플러스 아이들이 수학은 왜 배워야하는지 물었던 적이 종종 있다. 전공 교과도 아니지만, 통계적 추정 등의 예시를 들어가며 가치가 있다고 부단히 설득했다. 근래에 지쳤을 때에는, "네가 그걸 물어보는 걸 보니, 앞으로 수학이 필요한 직종에 근무하진 않겠구나"라고 답한 적도 있다. 돌이켜보면 교사가 하기 힘든, 참 무책임한 답변이었다. 이 책은 그런 학생들에게 대답이 되는 책 같다. 수학이 왜 중요한지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았다. 하지만 정수, 기하, 통계 등 실제 학문적 내용을 실생활하고 모두 연결지어 서술했다. 아예 분야별로 나누어서 재미있을 소재를 다 수학과 연결지어 서술한 부분도 있다. 내용을 보면 사실 반드시 깊이가 얕지도 않았다. 그 와중에 연결된 다른 내용들도 철저하게 교육적이다. 책을 읽는 목적이 뚜렷.. 2020. 10. 11. 대변동 지리를 가르치다보면 매력을 느끼는 점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 하나는 연결이다. 지리 수업에서는 여러 학문에서 연구한 결과를 서로 연결지어 설명할 때가 자주 있다. 사실 배우는 입장에서는 막막한 특성이기도 하다. 경제나 역사는 과목 이름만 들어도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어떤 방법론을 사용하는지 그려진다. 하지만 지리는 배우기 전엔 잘 모르고, 배우고 나서도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이런 입장에서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책은 취향을 저격당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 책 또한 그렇다. 대변동은 세상에서 실제로 나타나는 사례들을 폭넓게 제시하며, 그 맥락들을 조명하고 짚어준다. 이런 책들이 집단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 교과서라면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개인의 저작물이라는 점이 참 놀라울 따름이다. 위기는 위험.. 2020. 10. 11.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3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