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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직뿌직

대변동

by Thisis Geoedu 2020. 10. 11.

지리를 가르치다보면 매력을 느끼는 점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 하나는 연결이다. 지리 수업에서는 여러 학문에서 연구한 결과를 서로 연결지어 설명할 때가 자주 있다. 사실 배우는 입장에서는 막막한 특성이기도 하다. 경제나 역사는 과목 이름만 들어도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어떤 방법론을 사용하는지 그려진다. 하지만 지리는 배우기 전엔 잘 모르고, 배우고 나서도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입장에서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책은 취향을 저격당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 책 또한 그렇다. 대변동은 세상에서 실제로 나타나는 사례들을 폭넓게 제시하며, 그 맥락들을 조명하고 짚어준다. 이런 책들이 집단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 교과서라면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개인의 저작물이라는 점이 참 놀라울 따름이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라고 종종 말해주곤 한다. 상투적인 문구라서 언제 어디는 그렇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현대사회는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마치 화약이 들어있는 상태라고 할까. 폭발을 일으키는 뇌관은 내셔널리즘일 수도 있고, 양극화일 수도 있다. 혹은 기후변화를 중심으로 하는 지구 환경 문제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현대사회의 문제 상당수가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체로 해결방법은 문명의 운명을 걸고 대응해야 한다. 걸출한 한 명의 영웅적인 돌파도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천 사람의 한 걸음이 필요한 경우가 사실 더 많아 보인다.
세상에 비슷한 사람은 있어도 같은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모든 지역의 문제는 유사하지만, 동시에 다르다. 그래서 폭넓게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의 입장에 적용해보는 시도는 꼭 필요하다. 책을 읽다 보면 초강대국 미국조차 엘리트들이 이렇게 세밀하게 세상을 본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언젠가 꼭 우리도 우리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지게 되면 좋겠다.
그런 시야를 만들어주는 지리수업이 이 책처럼 되면 좋겠다. 특히 지역지리에 대한 수업이, 기후와 역사와 환경과 위치와 정치와 인구와 경제를 넘나들며 하나의 지역을 입체적으로 풀어나가는 거대한 이야기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날이 오기 힘들 줄 알지만, 그래도 기대는 살짝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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