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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직뿌직

도시의 승리

by Thisis Geoedu 2020. 10. 11.

인류 최대의 발명품은 무엇일까. 아마도 문자를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누군가는 농경과 목축을 제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인류 최대의 발명품은 도시라고 답해줄 때가 많다.
모든 중등교육과정을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마 학교에서 도시에 대해 가장 많은 말을 하는 교과가 지리일 것 같다. 아예 도시지리가 독립된 영역으로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리를 가르치다보면 학생들 중 일부는 도시에 흥미를 갖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헀다. 도시의 맛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책들을 추천해주고 싶은데, 내가 아는 책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접했던 전공도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쓴 교양서와 전공으로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나온 딱딱한 전공도서 사이의 애매한 영역을 메워주는 책을 찾곤 했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도시의 승리가 유별나게 좋은 점은 저자가 경제학자라서 대부분의 내용이 도시경제를 중심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폭 넓게 다 다루려다가 하나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하나라도 제대로 다루는 것이 나을 때가 많다.
전반적인 내용은 고밀도 도시개발에 대한 예찬에 가깝다. 아무래도 미국 교수다보니 서술 내용에서 스프롤을 당연한 전제로 깔고 있고, 그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드러나는 분출구가 바로 도시에 대한 규제 부분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도시화를 자연환경의 안티 테제로 이해할 때, 오히려 고밀도 도시가 환경에 덜 부담스러울 수 있음을 증명하는 부분이 정말 독창적이다. 요즘 뉴어바니즘이 자연스럽게 도시지리의 중요 내용으로 언급되는 것도, 모두 이런 학자들의 노력이 그동안 쌓인 결과일 것이다.
특별히 이 책이 더 좋았던 점은, 학생들이 함께 읽었다는 점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도시에 대한 기초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책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책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어쨋든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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