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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직뿌직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by Thisis Geoedu 2020. 6. 9.

도시는 인류가 만든 발명품이다. 도시는 인간 그 자체이기에 매력있다. 이제 인류의 공간은 촌락에서 도시로 무게중심이 이동하였다. 도시의 매력에 지리학, 건축학, 토목학, 교통공학, 조경학, 부동산학, 행정학 등 수많은 인접학문이 모여들고 있다. 종합학문 도시학의 특성은 이런 기반에서 출발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도시를 배울 때에는 역시 서울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크고, 가장 분화가 많이 진행되었다. 서울을 배우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시공간구조의 분화과정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잘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 알고 있다고 말하기는 부끄러운 부분이 많았다.

도시를 운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종종 한다. 도시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결국 누군가의 의도가 개입한다. 도시는 입지한 지형 등의 조건을 기반으로 인접도시와의 교통 등을 고려하여 도시를 설계한 사람 혹은 집단의 이상향이 펼쳐진다. 바르셀로나의 가로망을 보면 감탄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고, 파리의 오스만 시장도 그런 마음가짐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한국전쟁 이후 박살이 난 한반도의 도시들은 한국 도시의 이상향을 펼칠 기회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사회주의 도시의 특성이 곳곳에 남겨진 평양이 그러하지 않은가.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는 실제 서울의 성장이 이루어지던 시기 실무를 담당한 공무원의 이야기이다. 후대에 팔짱 끼고 서서 쯧쯧하며 관찰하는 태도가 틀렸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상향 같은 단어는 아주 배부른 소리였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우리는 인재도 자본도 턱없이 부족했다. 20세기 후반은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도시에서 급격한 도시화로 쏟아지는 사람들을 수용하기에도 벅차던 시기였다. 우리의 도시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수도, 도로, 전기, 교통, 주거, 교육 등 어느 하나 급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와중에 부딪히고 깨져가며 남겨진 모습이 지금의 서울인 것이었다. 마치 폭풍처럼 쏟아지는 과제와 시험에서 너덜너덜대면서도 연애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도시는 자본과 권력과 인권과 비리와 이상향과 제도와 경관을 비롯한 오만 것들이 충돌하는 공간이었다. 그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듯 담백하고 간결하게 정리되어 술술 읽힌다. 사실 다섯 권으로 나누어져 틈틈이 다른 책을 읽느라 마지막 장을 넘기기까지 두 해가 지나버렸다. 이 책을 9년 동안 암과 투병하며 써온 저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학생들이 종종 도시에 흥미를 가지고 진로를 희망하는 경우을 본 적 있다. 세상 어느 직업이든 엄청나고 대단하지 않은 일이 없을 테지만, 많은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영향을 주는 이 분야 또한 그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공학적인 능력이 기반이 되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쌓여 있어야 한다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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