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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직뿌직116

기후의 힘 누군가는 지리의 힘 아류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환경결정론에 사로잡혀 역사를 간단하게 기후 탓으로 돌려버리는 그저 그런 글이 아니다. 대서양 역전 순환과 빙기와 화분과 방사성 동위원소와 사우어와 순다랜드와 밀란코비치를 다루는 그야말로 전문가의 신중한 글이다. 기후의 힘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원한 책이다. 그래프와 데이터가 함께하다보니 기후는 아이들이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왜 모두가 기후를 알아야 하는지 와닿게 설명해준 적이 없다. 왜 기후를 배워야 하는지를 절절하게 보여주는데, 땀 흘리고 마시는 맥주 같이 시원했다. 수업에서 기후를 다루며 굳이 고기후와 IPCC보고서를 강조했다.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나름의 고민 끝에는 그게 최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고기후에서 미래 대응으로 넘어가는 서술은.. 2022. 1. 14.
한일 피시로드, 흥남에서 교토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폈다가 생각보다 진지해졌다. 스토리가 있는데 다 묵직하다. 식민주의의 본질을 담담하게 조명하고, 선악 구도로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 한일간 배타적 감정과 내셔널리즘이 횡행하는 판이라 더 절절하게 와닿는다. 한일 피시로드, 흥남에서 교토까지는 한반도의 수산업에 대한 기록이다. 바다에는 국적이 없지만, 조업하는 선박에는 국적이 있다. 생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장어와 명태와 우치다와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와 분단과 통영과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넘나드는 서술에 쏙 빠져버렸다. 경남과 간사이 사이의 경로의존성은 경악할만한 내용이었다. 통일은 유난히 와닿았다. 정권의 성향과는 무관하게 이미 통일의 논리는 자본의 입장에서 펼쳐지고, 교단에까지 뻗어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은 값싼 노동력의.. 2022. 1. 13.
공간이 만든 공간 소녀시대의 노래 중에 기억에 남는 가사가 있다. 사람들은 모두 말한다. 더 빨리. 더 많이. 그리고 저자는 그 두 가지를 지난 만 년 동안 인류 공간의 진화로 설명한다. 공간이 만든 공간은 인간 활동의 무대가 지리라는 점을 보여주는 책이다. 기후와 지형과 농업과 심리를 연결지어가며 익숙한 빅히스토리를 펼쳐나가는데, 건축 이야기를 해도 공간 이야기다보니 지리부터 시작하는 것이 매력이다. 대학교 3학년 도시지리를 배우며 르 코르뷔지에를 처음 접하던 시절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내용이 어렵게 다루어지지도 않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써서 교재로 쓰기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타 교수가 매 순간 지리의 중요성을 강조해주니 참 고맙다. 2022.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