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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세계 인공위성 영상에는 해상도라는 개념이 있다. 공간해상도, 시간해상도, 분광해상도, 방사해상도 등으로 구분한다. 지리교육에서는 공간적 규모를 뜻하는 말로 스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따져보면 공간해상도와 닿아있는 개념이다. 일기예보의 공간해상도는 점차 정밀해지고 있어, 읍면동 단위로 서비스된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500곳 넘게 있고, 100곳이 넘는 곳에서 기상청 직원들이 직접 측정한다. 1904년 부산, 목포, 인천, 원산, 용암포 다섯 군데였던 점을 고려하면 정말 엄청난 발전이다. 인공위성으로 측정도 하고, 공간적 보간법으로 추정도 하지만, 우리의 인구밀도를 고려하면 여전히 아쉬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미기후 때문이다. 소나기를 '소 등 나누기'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미기후의 극.. 2024. 1. 17.
파시 평소 식습관에서도 편식이 있다. 입에 맞는 음식만 자주 먹는다. 독서 습관에서도 관심있는 분야의 책만 읽는 경향이 있다. 문학은 아주 가끔 접한다. 문학은 실제가 아니지만, 삶의 진실을 다루며 평소와 다른 시선과 감정이 생겨나는 맛이 있다. 파시는 한국전쟁기 최후방의 이야기이다.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첩을 두려는 봉건적 가족제, 밀수품에 의한 지하경제, 피란수도 부산, 멸치 잡이와 징집이 틈틈이 깔려있다. 어선의 동력이 부실하던 시절, 근해에서 조업하던 어선과 항구로 운반하는 선박이 해상에서 어획물을 거래하는 시장이 파시라고 한국지리 교재에서 배웠던 기억이 난다. 물고기잡이의 때를 놓칠 수 없는 간절함이 반영된 일시적이고 특수한 시장인 셈이다. 박경리 작가는 통영과 부산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박완.. 2023. 12. 28.
민족의 스승 김교신의 삶과 교육 존경하는 교사가 있냐는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위대한 스승은 많겠지만, 그 직업이 중등교사인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게다가 지리교사는 학교에 많지도 않으니, 아마 더 찾기 힘들 것이다. 민족의 스승 김교신의 삶과 교육은 김교신에 대한 찬사를 모았다. 무교회주의 신앙인으로 김교신이 가진 위대함을 조명하는 경우는 많았다. 성서조선을 빼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교사라는 직업인으로 모습이 훨씬 많이 다루어져 좋다. 공저이다보니 전체가 한 흐름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그래도 구석구석 시사점이 많다. 지리 수업이지만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수업을 했다는 점, 답사반을 운영했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시험감독 중에 눈물을 흘리거나, 일기를 걷어 읽는 이야기 등은 현 시점에 맞진 않지만 인간적인 면모가 .. 2023. 12. 19.
갈등도시 지리교육과를 다니면 답사를 많이 했겠다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필드가 있는 전공은 답사가 필수적이겠지만, 지리는 많을 수 밖에 없다. 졸업하려면 최소한 일곱 번의 정기답사는 가야했고, 욕심을 많이 부리면 한 학기에 일곱 번까지도 갔다.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을 되새길 것인가를 충분히 준비할수록 얻는 것은 많았다. 졸업 이후에는 답사를 그다지 많이 가지 못했고, 가더라도 준비가 부족해 배우는 것보다는 느끼는 것이 많아지고 있다. 갈등도시는 서울 대도시권의 답사 기록이다. 도시의 역사경관에 대해 세월의 더께가 공간에 축적되어 있다고 설명하곤 했다. 그러면서도 살아남아 재현된 극히 일부의 사례만 알고 있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괴로움이 대부분이지만 즐거웠던 잠깐만 기억하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싶다. 사실 도.. 2023. 12. 3.
서울, 성 밖을 나서다 오래 전부터 익히 들어왔지만 미루고미루다 결국 이제야 읽었다. 공간과 장소를 가르치면서, 문화지리의 한 분야로 역사지리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학생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교과서와 시험은 객관화되고 정확한 지식을 묻지만, 지리의 매력은 그 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도시공간구조에 비해 서울의 장소성에 대해 가르칠 일이 없었다. 아무래도 학생의 경험세계를 중심으로 소개하다보니, 근무지가 서울도 아닌데 굳이 언급할 이유가 없었다. 서울, 성밖을 나서다는 서울에서 향토답사반을 운영하려는 경우에 참고하기 딱 좋다. 향토(Heimat)라는 표현이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흙과 땅과 자연과 그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면 민.. 2023. 11. 17.
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 수업을 하면 기후대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기후이고, 기후학과 지형학은 생태와 환경을 이해하는 밑그림이 된다. 열대 기후에 거주하는 것과 한대 기후에 거주하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행태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태도를 조심해야 한다. 열대의 이야기는 전염병이 돌고 미개하다는 관점과, 태초의 인간 본성을 볼 수 있다는 관점이 대표적인 것 같다. 아마도 전자는 환경결정론적 시각의 제국주의적 관점이라면, 후자는 물질문명의 안티테제를 찾는 인류학적 관점이 아닐까 싶다. 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은 열대 이야기가 가득하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를 넘나든다. 화산, 산호, 카르스트, 하천, 호수, 아이, 동물, 사냥, 문명.. 2023.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