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주인 없는 책이 교무실에 들어왔는지 그 과정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리 책이므로 지리 교사의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론의 결과로 내 자리에 놓이게 되었다. 선물 받은 심정으로 펼쳤고, 편안한 마음으로 덮을 수 있었다.
지리학자의 공간 읽기는 쉽게 풀어낸 경관론이다. 문화지리의 방법론과 사회지리의 비판의식이 깔려있긴 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대표적이고 탐구할 가치가 있는 경관을 사례로 제시하고, 그 경관을 텍스트처럼 읽어준다는 점에서 경관 해설서로 느껴진다. 속성모형보다는 원형(전형)모형에 가까운데, 재미있는 소재로 동기를 유발하고 내용지식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글꼭지 하나하나가 수업 차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학문적인 개념과 이론적 근거를 자세히 제시하면 읽는 입장에서 어렵다고 느껴지는데, 학문적인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는 않게 느껴져서 적절했다. 그렇다고 또 마냥 쉽지만은 않아서, 고등학교 교과서보다 아주 쪼금 더 나아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출판된지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읽게 되어, 제시되어 있는 사례가 신선하게 느껴지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저자가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80년대생이 읽으면 재미있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너무 부담되지 않았기에 한 호흡으로 다 읽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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