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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직뿌직

날씨의 세계

by Thisis Geoedu 2024. 1. 17.

인공위성 영상에는 해상도라는 개념이 있다. 공간해상도, 시간해상도, 분광해상도, 방사해상도 등으로 구분한다. 지리교육에서는 공간적 규모를 뜻하는 말로 스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따져보면 공간해상도와 닿아있는 개념이다. 일기예보의 공간해상도는 점차 정밀해지고 있어, 읍면동 단위로 서비스된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500곳 넘게 있고, 100곳이 넘는 곳에서 기상청 직원들이 직접 측정한다. 1904년 부산, 목포, 인천, 원산, 용암포 다섯 군데였던 점을 고려하면 정말 엄청난 발전이다. 인공위성으로 측정도 하고, 공간적 보간법으로 추정도 하지만, 우리의 인구밀도를 고려하면 여전히 아쉬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미기후 때문이다. 소나기를 '소 등 나누기'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미기후의 극단적인 모습을 잘 드러내 준다고 생각한다. 농사를 짓든, 얼어붙은 도로를 파악하든, 난방비를 아낄 수 있게 햇볕 잘 드는 곳을 찾든, 여하튼 인간 생활은 사실 미기후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거시적인 기후현상은 가르쳐도, 정작 인간생활에 밀접한 미기후를 가르치지는 못하고 있다. 지리교육의 개념을 기반으로 기후 교육과정을 해설하자면, '코메니우스 계통지리'는 강하지만 '루소 생활 지리'는 약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와중에 기후 교육평가의 장면 만큼은 '독일프랑스 지역지리'가 꽤 강력하다. 우데기는 아마 울릉도 개척시기에 나리분지에 살던 주민 몇 명이 만들었을텐데, 광복 이후 한국지리 평가에 꾸준히 출제되었다. 아마도 실제 우데기가 쓰인 기간보다, 시험지 속에서 살아남은 기간이 훨씬 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울릉도에서는 한국지리 과목도 개설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루소 생활 지리'와 우데기는 멀리 떨어져있다. 그래서 기후이론과 기후지역을 벗어나 기후 교육에서의 '루소 생활 지리'로 풀어낼 가능성이 엿보이는 미기후에 목말랐다.

날씨의 세계미기후를 읽는 방법에 대한 해설서이다. 북반구 중위도를 전제하고 있지만, 보이고 들리는 모든 느낌으로 발 딛고 있는 곳의 기후를 추정할 수 있게 도와준다. 기온, 강수, 바람, 이슬, 서리, 안개 등을 당연히 다루고 있다. 구름, 나무, 풀, 동물 등을 자세히 뜯어보면 어떤 날씨로 연결할 수 있을지 알려준다. 고기압, 저기압, 해발고도, 전선 등의 개념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과학적인 원리 설명에 집중하지는 않는다.

박수용 작가가 꽃가루를 통해 호랑이 길을 찾는다거나, 비가 오면 지렁이 나오는 이유는 익사가 아니라는 등 흥미로운 사실도 자주 등장하지만,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강물의 반사로 햇빛이 더 비치는 골짜기의 포도밭처럼 미기후가 가진 매력을 알려주는 사례는 많았지만, 미기후를 어떻게 가르쳐야하는지 방향을 잡긴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있었던 것은, 왜 지리교육에서 기후를 포기할 수 없는지 당위성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찬 바람이 불면 자동으로 몸을 움츠리는 것처럼, 날씨는 인간의 존재 양식에 영향을 미쳐왔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렵다. 어떻게 기후를 가르칠 것인지는 차차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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