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는 기의가 된다. 남북한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도 한반도기는 정치 이념과 무관한 국토 자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근대 국가는 대부분 그렇다. 영토가 있기에 그 것을 표현한 지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사실은 지도가 있기에 그러한 영토가 되는 경우도 많다.지도에서 태어난 태국은 전근대 왕조국가인 시암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영토를 가진 근대국가로 바뀌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솅겐조약이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국경은 신성하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시선으로 보면 영토가 확립되지 않았다는 상황은 꽤나 생소한데, 호족과 조공이 결합된 형태라고 생각하니 그나마 친숙했다. 힘은 중앙에만 미치고, 주변부의 점이지대에 해당하는 메콩강 좌안은 이중삼중으로 겹쳐 있었다. 근대적 측량과 지도를 ..
환경 교육을 해야하는 입장이고 하고 있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어느 내용을 얼만큼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고민의 연속이다. 지구 구석구석 자본주의 질서로 얽혀있는 세상에서 나라고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다. 그 중에서도 제대로 단면을 드러내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제품은 자연에서 원료를 얻어 가공하여 생산되고, 사용한 이후에는 폐기되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야한다. 물질로만 보면 대단히 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는 저렴하게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까지만 다룬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결국 찾아 읽게 되었다.재앙의 지리학은 탄소식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캄보디아와 영국에서 들려준다. 의류산업과 벽돌산업을 제시하면서 공장 내에 있던 컨베이어벨트가 지구적으로 확장한 모..
세계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안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렇지만 아예 전혀 모른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교양인으로서 갖추어야 하는 지식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곰브리치 서양미술사를 읽으려고 했는데 눈에 띄어서 집어들었다.곰브리치 세계사는 청소년을 위한 요약본이다. 세계사라고 했지만 사실상 유럽사이다. 다른 지역도 일부 등장하긴 하지만, 전적으로 편향되어 있는 시선은 어쩔 수 없다. 전달력은 뛰어나다.특별하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던 이유를 생각해보니 이런 서술이 이미 표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이 없던 상황에서는 세계사의 입문 서적으로는 정말 훌륭한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너무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 이미 공교육 현장에서 정치사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사나 문화사를 함께 다루는 체계가 자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