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76 한국인의 기원 한국인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단일민족 신화를 강요받은 세대도 아니고, 혈통의 단일집단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인종은 피부의 색을 임의로 구분한 것에 가까운 것임을 알게 되었고, 민족이라는 번역어가 가져오는 문제점도 인지하였다. Y하플로그룹과 미토콘드리아 DNA를 통해 부계와 모계 혈통을 추정해볼 수 있다는 점도 듣긴 했다. 결국 한국인이라는 것은 고대 삼한일통과 현대의 대한민국 사이 어딘가에서 많은 사연을 안고 있는 정도로 뿌옇게 자리잡고 있었다.한국인의 기원은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인류의 기원부터 현대의 기후변화까지 세계 곳곳을 훑으며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책을 읽다보면 어떻게 한 인간이 이렇게 방대한 사실을 엮어서 이야기로 만들 수 있.. 2024. 12. 18. 축소사회 대한민국 총인구는 2020년 정점을 맞이했다. 남북한 합쳐서 7천만이 넘는 인구가 거주한 것은 지구에서 한반도가 만들어진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지역이 그렇듯 인구 팽창의 시기에는 다양한 지표가 함께 변화한다. 우리도 그렇게 지난 세기 급격한 인구 팽창을 경험하였다.축소사회 대한민국은 현재 문제를 구석구석 다루어준다.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를 가급적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것을 보면 저자가 교사라는 특성을 잘 살렸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인구문제의 양상이 지역별로 상이하다는 점을 풀어주는 것이다. 인구문제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기회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도 와닿았다.도시의 저임금노동자를 지탱하기 위한 저곡가 정책으로 농촌 인구의 이탈을 유도하고, 이를 다시 도시 저임금노동자 공급으로 활용하.. 2024. 11. 29. 공간정보와 공간분석_조선지리소고 김교신은 양정고등보통학교 등에서 근무하신 지리 선생님입니다. 특히 국토를 보는 관점에서 시사점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조선지리소고'가 있는데, 조선의 지리에 대한 짧은 생각이라는 뜻입니다. 한자가 익숙하지 않고 문체가 달라 어색하므로,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과감하게 다듬어보았습니다. 1. 지리적 단위지리학에서 ‘단위(Unit)’라는 용어는 두 가지로 사용되는 말이다. 정치적 단위와 지리적 단위인데, 이 두 가지는 일치할 때도 있고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조선반도를 8도나 13도로 구분하는 것은 정치적 단위이기 때문에 때에 따라 바뀔 수 있다.그러나 조선반도를 태백산맥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거나, 인천-원산을 연결하는 추가령구조곡을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으로 크게 .. 2024. 10. 23. 채식주의자 어린 시절 만화책을 정말 좋아했다. 수염이 날 무렵부터는 배를 깔고 누워 대하소설을 읽었다. 토지,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 임꺽정, 객주, 혼불 등 시작을 하면 끝까지 헤어나올 수 없었다.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시기가 꽤 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직장인이 되고 십 년이 지나 게임도 잘 하지 못하고 책도 별로 읽지 않는다. 그런 형편이니 문학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은 부끄럽지만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그래도 경사라며 기사가 나오는데 한강 작가의 작품에 호기심이 생겼다. 한켠에 두 칸 짜리 책꽂이를 두고, 학급문고라고 이름을 붙인 교실이 있었다. 아마도 학급 담당 교사의 성품이 담겨있을 터이다. 눈에 보이게 채식주의자 책이 놓여있었고, 분명 학생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었겠지만 염치없게도 수업하러온 내가 .. 2024. 10. 18. 시공간 압축 교양이 넘치시던 옆자리 선생님께서 어느 날 물으셨다. 데이비드 하비는 왜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냐고. 난 잠깐 생각했다. 이미 유명해서 유명하다는 것은 답이 될 수 없었다. 맑스주의 지리학자라고 답했다. 맑스주의 학자는 많을텐데 왜 유명한지에 대한 답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부연했다. 맑스를 수십년 강독한 지리학자라고. 그런 경력은 대단히 드물테니 이유가 설명되는 듯 했다. 시공간 압축은 그 동안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하비 입문서이다. 데이비드 하비는 분명 매력이 있는데 도저히 다가갈수가 없었다. 마치 불닭볶음면처럼 느껴졌다. 너무 맵고 얼얼해서 맵찔이에게는 버거운 것처럼, 읽긴 읽는데 제대로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까르보불닭이나 치즈불닭볶음면이 있으면 그래도 좀 엄두가 난다. 제목이 시공간 압축 맑스주.. 2024. 9. 4. 오리지네이션 명품이라는 단어와 사치품이라는 단어를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숙련의 장인이 높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한 것이 명품이다. 저임금을 노려 제3국에서 완성품 직전으로 수입해 딱지만 붙이고 감성만을 판매하여 큰 수익을 추구하는 사치품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 여력이 있는 계층이 존재하는 이상 사치품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자연스러운 상품 중 하나이다. 기업의 경영자는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할 것이고, 브랜드화는 그 전략 중 하나이다. 오리지네이션은 세계화된 자본주의를 상품의 지리적 특징을 따라 해설한다. 로컬, 내셔널, 글로벌로 구분하여 분석하는데, 교과서에서도 널리 다루어지던 애플이 이 서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신기했다. 특히 영국에서 생산하지도 않으면서 영국다움을 강조하는 버버리는 대중.. 2024. 9. 1. 이전 1 2 3 4 ··· 8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