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76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원래도 책을 그리 많이 읽지는 않지만, 교육에 대한 책은 거북함이 있다. 그래도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아예 안 읽을 수는 없어서 종종 찾는다. 그래도 대체로 더 나은 교육을 지향한다는 주장에 대해 방향이 다른 느낌인 경우가 많다.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는 인지과학 측면에서 학교교육을 바라본 이야기이다. 교육계에 있는 다양한 담론에 대해 어렵지 않게 다루어준다. 특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술의 발전을 위해 수업을 녹화하고 공개하고 논의하라는 섬세한 지시가 와닿았다. 수업친구를 만들라는 것인데, 다들 필요성은 알지만 그리 쉽지 않다는게 문제다. 2024. 7. 2.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대학생때 문화지리학이 정말 재미있었다. 역사지리학도 재미있었지만 신문화지리학도 재미있었다. 문화정치에서 유난히 사회지리학의 맥락이 자주 등장하는데, 정작 사회지리학 수업은 없었다. 그래서 질리안 로즈와 질 발렌타인은 이름만 들어 보았고, 나중에 사회지리학 개론서를 접하며 지리교육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고민해보았다.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는 페미니스트 도시지리학을 소개하는 교양서다. 1세대, 2세대, 3세대 페미니즘을 어렴풋하게 구분할 뿐 페미니즘 지리학에 대해 정확하고 자세하게 접한 적이 없었고, 집에 들어가서 전화하라는 인사를 한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신선했다. 달빛투쟁이라고 접했던 Take Back the Night 운동이 등장하고 전개된 맥락을 풀어주니 재미있었다.공중화장실에 대한 부분은 특히 인상.. 2024. 6. 30. 자원 쟁탈의 세계사 지식의 수명이 짧다. 세계 문제와 미래 사회 수업을 담당한지 오래되다 보니 처음 만들었던 자료는 낡아졌다. 그래서 땜질하듯 내용을 현실에 맞게 갈아끼우는 작업을 조금씩 진행해왔다.자원 쟁탈의 세계사는 쉽게 풀어쓰는 에너지 자원 단원이다. 향신료 무역을 다룬 앞부분도 내용은 좋지만, 무엇보다도 뒷부분이 훨씬 와닿는다. 특히 어렵지 않게 설명하는 능력이 좋다.일본 책 특유의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도 좋고, 글씨가 큼직큼직하고 간격도 넓어 좋다. 참고문헌도 예쁘게 잘 정리된 점도 좋다. 수업에서 학생들과 쓰기 딱 좋은 책인데, 우리도 이런 형태의 책이 많아지면 더 좋겠다. 2024. 6. 12. 장애의 지리학 자본주의의 무한경쟁 속에서 능력주의 신념을 가진 학생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가보다 하면서도, 다만 모든 사람이 유능한 신체를 가지는 것으로 가정하는 사고방식에 동의하기 어려울 뿐이다. 사실 모든 인구 집단은 다양한 기간 비생산적이고 자기 부양을 하지 못하는 구성원을 가지고 있다. 자본, 젠더, 민족의 담론은 그래도 익숙하지만, 지리학의 관점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은 익숙하지가 않다.장애의 지리학은 공간적 억압으로부터 장애를 해방시키려는 이야기이다. 장애는 사회가 장애를 결함이 되도록 사회공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점에서 명쾌함이 느껴졌다. 르페브르의 논의를 적용하여 가정, 일터, 시설의 세 공간으로 정리한 부분도 간결하여 인상깊었다.전근대에는 신체적 결함을 가진 사람도 배제되지 않는 생.. 2024. 5. 29. 성균관 학생 최열성 이야기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공간과 장소에 대해 설명한다. 도시체계는 추상화되어 위계에 따라 매끈하게 정리하고, 도시 내부 구조는 기능에 따라 모식적으로 배치하여 제시한다. 도시공간은 추상적이고 원리를 중심으로 하지만, 개별 사례 지역이 제시되기 때문에 마냥 추상적일 수는 없다. 도시 내의 여러 장소는 경험과 이야기로 풀어나간다.성균관 학생 최열성 이야기는 장소에 대한 동화이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하게 정의해버리면 다루는 내용에 대해 적절하게 말했다고 보기 어렵다. 연구성과의 전문성에서 동화의 권선징악까지 깊이가 다양하고, 조선시대의 역사지리부터 현대의 변화까지 아우른다. 이야기책이라기에는 체계적인 지식과 개념이 있고, 교양도서라기에는 서사가 있다.주인공이 마을에서 출발해 한양으로 올라가는 과정은 개인의 성장과 .. 2024. 5. 16.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기술의 혁신은 분명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올 것이다. 택시가 도로를 그냥 달리는 것 보다 고객을 찾아 달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고객도 마냥 도로에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호출하는 것이 나을것이다. 이것은 누구나 GNSS를 통해 위치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공동체 차원에서 비싼 물건을 공유하는 협력적 소비를 통해 지출을 줄일 수 있고, 그만큼 여유로워질 것이기 때문에 공유경제는 기대가 되었다. 기업 의존도가 높아지고 노동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에서는 공유경제라는 간판에 걸린 실태를 고발한다. 혁신적이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다양한 업체의 뒷면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면담을 통해 정리한 것이다. 기술의 혁신은 구실일 뿐.. 2024. 4. 30. 이전 1 2 3 4 5 6 ··· 8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