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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자의 공간 읽기 어쩌다 주인 없는 책이 교무실에 들어왔는지 그 과정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리 책이므로 지리 교사의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론의 결과로 내 자리에 놓이게 되었다. 선물 받은 심정으로 펼쳤고, 편안한 마음으로 덮을 수 있었다. 지리학자의 공간 읽기는 쉽게 풀어낸 경관론이다. 문화지리의 방법론과 사회지리의 비판의식이 깔려있긴 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대표적이고 탐구할 가치가 있는 경관을 사례로 제시하고, 그 경관을 텍스트처럼 읽어준다는 점에서 경관 해설서로 느껴진다. 속성모형보다는 원형(전형)모형에 가까운데, 재미있는 소재로 동기를 유발하고 내용지식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글꼭지 하나하나가 수업 차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학문적인 개념과 이론적 근거를 자세히 제시하면 읽는 입장에서 어렵다고 느껴지는데, 학문적인.. 2024. 1. 25.
날씨의 세계 인공위성 영상에는 해상도라는 개념이 있다. 공간해상도, 시간해상도, 분광해상도, 방사해상도 등으로 구분한다. 지리교육에서는 공간적 규모를 뜻하는 말로 스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따져보면 공간해상도와 닿아있는 개념이다. 일기예보의 공간해상도는 점차 정밀해지고 있어, 읍면동 단위로 서비스된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500곳 넘게 있고, 100곳이 넘는 곳에서 기상청 직원들이 직접 측정한다. 1904년 부산, 목포, 인천, 원산, 용암포 다섯 군데였던 점을 고려하면 정말 엄청난 발전이다. 인공위성으로 측정도 하고, 공간적 보간법으로 추정도 하지만, 우리의 인구밀도를 고려하면 여전히 아쉬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미기후 때문이다. 소나기를 '소 등 나누기'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미기후의 극.. 2024. 1. 17.
파시 평소 식습관에서도 편식이 있다. 입에 맞는 음식만 자주 먹는다. 독서 습관에서도 관심있는 분야의 책만 읽는 경향이 있다. 문학은 아주 가끔 접한다. 문학은 실제가 아니지만, 삶의 진실을 다루며 평소와 다른 시선과 감정이 생겨나는 맛이 있다. 파시는 한국전쟁기 최후방의 이야기이다.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첩을 두려는 봉건적 가족제, 밀수품에 의한 지하경제, 피란수도 부산, 멸치 잡이와 징집이 틈틈이 깔려있다. 어선의 동력이 부실하던 시절, 근해에서 조업하던 어선과 항구로 운반하는 선박이 해상에서 어획물을 거래하는 시장이 파시라고 한국지리 교재에서 배웠던 기억이 난다. 물고기잡이의 때를 놓칠 수 없는 간절함이 반영된 일시적이고 특수한 시장인 셈이다. 박경리 작가는 통영과 부산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박완.. 2023.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