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뿌직뿌직116

나는 엄마가 먹여살렸는데 지리를 전공하면서 배웠던 사고방식은 스케일의 전환을 시도하라는 것이었다. 세상을 볼 때는 하늘 위로 올라가 거대 담론으로 보아야 할 때도 있고, 루뻬를 대고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때도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습득한 지식들이 쌓여 지금의 가치관을 만들 수 있었다. 여성주의는 대학에 가서 처음 접했다. 여성주의 지리학과 여성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뒤로 조금씩 더 접하긴 했지만, 여전히 학문적인 이해가 얕다. '나는 엄마가 먹여살렸는데'는 여성노동에 대한 책이다. 돌봄노동의 여성화, 노동의 이중구조 등 거대한 담론에 비해, 이 책은 미시사 같은 느낌이다. 누군가의 어머니, 그 한 사람만 졸졸 따라간다. 읽고 보니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도 난다. 이렇게 누군가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다.. 2019. 9. 17.
얄팍한 교통인문학 교통은 중요하다. 교통수단은 화물과 사람을 빠르게, 안전하게, 싸게, 편하게, 제때 옮겨준다. 교통은 지리학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요 분야이다. 고등학교의 지리시간에도 자세하게 다룬다. 교통이 지역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얄팍한 교통인문학은 그 동안 교통에 주목해본 적 없는 학생들에게 주의를 끌 수 있는 책이다. 짧은 토막의 글이 아기자기한 삽화와 함께 제시되어있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교통에 대해 이처럼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다. 내러티브의 힘을 느낀다. 굳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문화와 역사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이런 관점은 아무래도 교통망이나 시간 및 비용, 지역 변화 등을 다루는 지리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훗날 지리적인 시야에서 이렇게 몽글몽글하게 교통을 다루는 얄팍.. 2019. 9. 16.
공기파는 사회에 반대한다 공기파는 사회에 반대한다는 환경에 대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환경은 지리교육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지리교육에 대해 연구하는 학회의 명칭이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인 것도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지리교사가 모든 개별 환경 이슈에 대해서 학문적인 차원까지 상세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미 오랜 기간 연구되어 학문적으로 논의가 상세하게 진행된 뒤 습득하기 용이하게 정리된 내용들은 익숙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논쟁이 분분한 이슈는 판단하기가 좀 어렵다. 학자들이야 학술지로 소통할 수 있지만, 교사가 그 연구를 완벽하게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내용조차 파악이 철저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 미세먼.. 2019.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