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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직뿌직

공기파는 사회에 반대한다

by Thisis Geoedu 2019. 8. 17.

공기파는 사회에 반대한다는 환경에 대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환경은 지리교육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지리교육에 대해 연구하는 학회의 명칭이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인 것도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지리교사가 모든 개별 환경 이슈에 대해서 학문적인 차원까지 상세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미 오랜 기간 연구되어 학문적으로 논의가 상세하게 진행된 뒤 습득하기 용이하게 정리된 내용들은 익숙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논쟁이 분분한 이슈는 판단하기가 좀 어렵다. 학자들이야 학술지로 소통할 수 있지만, 교사가 그 연구를 완벽하게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내용조차 파악이 철저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 미세먼지라는 대기환경의 이슈를 잘 정리한 책이 참 고맙다.
환경교육에서 조심할 점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와 실생활에서의 실천 사이의 균형이다. 찌릿찌릿한 두뇌와 뜨거운 심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대체로 사회과 특성상 후자가 많이 강조되는 편이다. 아이들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구온난화만 하더라도 기온데이터를 통해 경향성을 도출하는 것보다 일상 생활 속 탄소 배출을 줄일 실천방안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다. 심장이 더 힘차게 뛰는 방향으로 만드는 셈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과학적인 사고에 대해서는 경시하게 된다. 김포는 수도권 외곽에 위치해 중소규모 공업단지 뿐만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공장밀집지대가 농촌 곳곳에 산재한다. 이러한 점오염원들에 대한 관리는 더욱 관심가져야하는 주제이고, 거물대리에 대한 보도의 취지에는 동감한다. 학생들이 거물대리에서 켜켜이 쌓인 먼지를 긁어서 봉지에 담고, 자석에 달라붙는 성분들이 많으니 중금속이 많아 위험할 것이라는 연구를 했다. 자기 시간을 할애해 직접 가서 그런 노력을 한 모습에 적잖이 감동받았다. 하지만 그 옆에서 지도할 기회가 있어서 보건환경연구원에 채취한 시료를 보냈다면 더 훌륭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도 동시에 느꼈다.
환경교육이 없는 것보단 당연히 있는 것이 좋다. 두뇌와 심장 둘 다 없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있는 것이 무조건 좋다. 하지만 심장만 키워, 행동만 앞서는 사람만 키우는 교육이라면 아쉬움이 분명 있다. 학생들이 방향타 없는 로켓으로 길러지면 곤란하다.
보도에 절여진 사람들은 환경에 대해 지식이라기보다 감정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이 책은 학자의 입장에서 데이터를 하나하나 조목조목 쉽게 짚어주는 친절함으로 그 인식을 깨준다. 뜨거운 심장에 치우친 환경교육의 현실에 찌릿한 두뇌를 보강해주기 때문에 이 책은 더 좋다.
게다가 사회교육의 중요 가치 중 하나는 바로 비판적 문해력과 매체에 대한 문해력이다. 대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배워서 번역어로 뭐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어쨋든 무비판적인 수용을 지양하고 합리적인 사고능력을 지닌 사람을 키우라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도 아주 훌륭한 책이다. 대기정체처럼 막막하고 답답한 환경교육에 부는 돌풍 같은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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