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흑인이 잉글랜드 시골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은 이주노동자와 도시계층의 연계를 의미한다. 그래서 다문화는 대도시의 엔클레이브로 이태원이 먼저 제시된다. 국제도시는 송도, 명지, 고덕처럼 경제자유구역에나 어울리는 단어로 느껴진다.
하지만 도시의 위계를 가리지 않고 다문화는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 도시의 외곽 중소기업 밀집지역에는 남성 이주노동자가 많고, 농촌 곳곳에 여성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가 있다. 읍규모 농촌중심지엔 아시아 마켓이 성업중이고, 교통이 편리한 원도심 역세권에는 중국어 간판이 늘어난다. 아마 교외 신도시 중산층 아파트단지가 한국계 민족집단의 보루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깻잎 투쟁기는 우리의 농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이주노동을 다룬다. 깻잎을 퍽 좋아하기에, 꽤나 도발적인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먹을거리의 생산지와 유통 과정에 대한 농업지리가 수업 소재로 녹아들어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먹는 것은 단순하게 열량을 섭취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가치가 있다.
농업의 계절적 이주는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캘리포니아 오렌지와 제주도의 귤은 농번기 이동을 보여주는 전통적 사례다. 농업의 국제적 이주도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이 하와이 사탕수수 농업이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농업 분야에서 자동화와 기계화가 고도화될 것이고 직거래는 활성화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분야에서 이주민의 역할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지금의 초고령층을 대체할 영농 후계자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먹을거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긴 어렵겠지만, 현실은 현실이고 따갑지만 받아들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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