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제와미래사회_15기후변화시나리오

기후는 변수도 많고 복잡합니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시차도 있습니다. 결과가 다시 원인에 영향을 주는 피드백도 많습니다. 게다가 전 지구적으로 측정해야하고, 심지어 장기간 축적해야합니다. 전 세계의 협력이 기후 연구에서 필요한 이유입니다.

기후 모델이 점차 정교해지고는 있지만, 완벽하게 파악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기온이 오르면 수증기가 늘어나고 온실효과가 늘어나 양성피드백도 발생하지만, 동시에 기온이 오르면 증발량도 늘어나고 구름이 늘어나 알베도가 증가하여 음성피드백도 발생합니다. 얼음-알베도 피드백처럼 지표피복이 다시 대기환경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해양의 이산화탄소 농도에 영향을 주면서 해양의 산성도를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지구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기후변화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이 복잡합니다. 우리가 기후학자도 아니니 복잡하다는 것만 알면 됩니다. 결국 기후가 변화한다는 것을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다시 지구의 에너지 수지로 돌아갑니다. 결국 밀란코비치 주기처럼 태양복사에너지의 입사량이 변하거나, 알베도처럼 태양복사에너지의 반사량이 변하거나, 온실가스처럼 지구복사에너지가 얼마나 증가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결국 핵심은 복사에너지의 숫자에 달려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학자들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여러 요소들의 복사강제력을 정량화해놓았습니다. 19세기 이후 기온이 상승하고 있는 결과는 관측되었는데, 자연적인 요인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상당합니다. 결국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 변화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확인한 셈입니다.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0.87℃상승하였으나, 한반도는 도시화 등의 영향으로 1.5℃ 상승하였습니다. 그리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도 유사한 양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환경계획에서는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를 만들었습니다. 이 곳에서는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데, 각 국가에서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를 파악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들어본 2015년의 파리 협정도 2014년에 나온 5차 보고서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이제 막 나오고 있는 6차 보고서에 관심을 가지고 내용을 잘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6차 보고서가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으니까 5차보고서 중심으로 살펴보면 인간 활동이 대기에 미치는 영향도 다룰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경로를 예상하고 시나리오를 여러 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알아두면 좋은 개념이 바로 대표농도경로인 RCP입니다. 복사강제력에 따라 어떻게 될지를 대표적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결국 대기 온도 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이 복사강제력이기 때문에, 온실가스나 에어로졸 등 다양한 요소들을 모두 평가해서 간단하게 복사강제력 수치로 나타낸 것입니다.

복사강제력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는 현 시점에서 2.3±1W/㎡정도입니다. 이러한 복사강제력은 상당 부분 온실기체로 인한 것이고 이는 인간의 활동이 크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RCP 뒤에 붙어있는 숫자로 21세기가 끝나는 2100년 복사강제력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RCP2.6은 지금과 별 차이가 없는 420ppm정도겠지만, RCP8.5는 940ppm정도이 될테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RCP는 사회경제적 구조와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당장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추는지, 온실기체 배출에 대한 저감 없이 현재의 추세가 지속되는지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6차 보고서에서는 여기에 SSP라는 공통사회경제경로 개념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복사강제력에 기반한 RCP 시나리오에 인구, 경제, 복지, 생태계, 자원, 제도, 기술, 정책 등 복합적인 사회경제적인 요소들을 결합하여 고려하겠다는 뜻입니다. 시나리오의 지리적 스케일도 다양화해서 전 지구적 스케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스케일과 남한 스케일도 우리나라 기상청에서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시나리오에 따라 지구의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상하게 됩니다. 지구의 기온이 얼마나 상승하고 강수량이 얼마나 변화할 것인지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북극해에 있는 해빙은 어떻게 변할지도 생각해볼 수 있고, 한반도의 기온과 강수량 변화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해수면이 얼마나 상승하고 산성도는 어떻게 변화할지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인간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쌀 등 주요 작물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농업 생산량 변화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저지대의 침수를 막기 위한 제방은 언제까지 어느 정도 높이로 만들어야하는지도 미리 살펴보아야합니다. 폭염은 어느 정도 강도로 얼마나 더 자주 발생할지 알아야 대비할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학교에서도 앞으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의 길이를 어떻게 할지 생각해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인류는 선택의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미 학자들이 인류가 갈 수 있는 여러 경로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도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전혀 모른다면 이대로 살겠지만, 적어도 배운 만큼은 그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른들보다 남겨진 지구에 살 날이 더 길기 때문입니다.이상으로 수업 마치겠습니다. 고생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