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제와미래사회_16물자원

물은 생명입니다. 지구 표면의 대부분은 물이 덮고 있습니다. 지정학 수업때도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가 육지에 살고 있어서 자꾸 해양을 의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기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언급했던 탄소순환에서도 당연히 해양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물을 잘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구엔 물이 많습니다.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이유도 이 물 때문이라고 보는 학자들이 매우 많습니다. 지구는 물로 덮여있지만, 사실 물의 대부분은 바닷물이고, 그 바닷물을 제외한 물 대부분은 얼어있는 물이고, 얼어있는 물을 제외한 물 대부분은 땅 속에 있는 지하수입니다. 결국 우리가 흔히 물이라고 인지하는 호수나 하천의 물은 지구 전체 물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인 셈입니다.

그래서 물을 이해할때 하천이나 호수처럼 지표면에서 우리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물만 이해하면 편협합니다. 저 넓은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구름을 만들어 산지에 비나 눈으로 내리면 흘러흘러 하천이 되고 바다로 빠져나간다는 지구적 물 순환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넓은 시야가 필요합니다.

생명체에게 물은 중요하지만 물이 무한대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천이나 호수 물보다는 얼어있는 물이 훨씬 많으니 녹여서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안데스나 히말라야처럼 고산지대에 있는 얼음은 녹으면 융빙수 하천을 이루게 되어 사용할 수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빙하는 남극과 그린란드에 빙상 형태로 있어서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물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지리를 배우는 이유 중에 하나는 세상을 단절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넓은 시야를 가지기 위함입니다. 물도 수도꼭지에서 나오지만 그 앞과 그 뒤 과정이 있습니다. 자연에서 깨끗한 물을 수도꼭지까지 가져오는 과정이 상수도이고, 우리가 사용한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서 자연으로 돌려주는 과정이 하수도입니다.

상수도는 취수, 도수, 정수, 송수, 배수, 급수 단계를 거쳐서 우리에게 옵니다. 인간 생존에 물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여러분들은 대단한 삶을 살고 있는 셈입니다. 깨끗한 물에 대한 지식도 없고 노력하지 않아도 콸콸 맑은 물이 풍부하게 나오니까요. 이런 것들이 인프라인데,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은 삶의 질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우리는 상수원 보급률이 높으니까 그런거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데, 계절별 강수량의 차이가 크다 보니 취수원의 불안정이나 고갈 등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상수도 자체는 깨끗한 물이 넉넉하게 공급되는데 상수도관이 노후화되어서 누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자주 언급됩니다. 우리가 먹을 정도로 깨끗한 물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싱가포르처럼 빗물 등 중수도를 도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도꼭지까지 온 물은 우리가 사용하면 됩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은 용도에 따라 농업용수, 생활용수, 공업용수, 유지용수 등으로 구분합니다. 세계 물 이용에 대한 통계를 살펴보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경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구가 증가하다보니 물 이용량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을 아껴쓰는 것이 중요하긴 한데, 물 이용량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농업용수입니다. 다시 말해 생활용수를 절약하는 직접적인 물 절약 습관도 중요하지만, 물발자국을 줄이는 방향의 근본적인 생활 변화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사용한 물은 더러운 물이 됩니다. 그래서 정화를 거쳐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데, 그 과정에서 주로 미생물이 크게 활약합니다. 그렇다보니 오염물질의 배출이 정화능력을 벗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화능력을 초과하면 오염된 상태로 자연에 돌아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분해가 되지 않는 물티슈를 변기에 버리는 행위나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개조하여 하수종말처리에 부담을 주는 행위 등은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더럽고 지저분한 이야기이지만, 인류 문명의 발전이 화장실과 함께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다지 가볍지도 않습니다. 당장 하수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우리는 도시에서 살 수가 없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됩니다.

깨끗한 물은 자연에 많긴 합니다. 그리고 오염물질이 배출되더라도 어지간하면 미생물 등의 분해로 어느 정도는 깨끗한 상태로 유지가 가능합니다. 자연은 자정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은 그 어지간한 정도를 아득하게 초과합니다. 결국 오염물질이 지나친 유입은 자정능력을 상실하게 만들고, 생태계가 파괴된 경우 복구하는데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오염된 물은 부유물질이 많아 직관적으로도 파악할 수 있긴 하지만, 정확하게 표현해야 할 때에는 BOD와 COD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값이 클 수록 더 오염된 물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생화학적산소요구량과 화학적산소요구량인데,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거나 유기물을 산화할 때 필요한 산소량입니다. 이러한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오염원은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배출 지점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점오염원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비점오염원인데, 아무래도 점오염원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보니 비점오염원을 관리하는게 훨씬 어렵습니다. 그래서 농지나 도시 등 비점오염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수질 관리에 실패하기가 쉽습니다.

수질오염은 그래서 늘 우리 곁에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가장 자주 발생하는 수질오염은 역시 부영양화입니다. 영양이 부유해졌다는 뜻인데, 용어의 의미와 다르게 과잉공급되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부영양화가 발생하면 정체된 하천이나 호수에서는 녹조, 인근의 바다에서는 적조 형태로 조류의 지나친 번식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물 안에 있는 산소가 줄어들면서 생태계에 피해를 주는데, 인구밀도도 높고 인간 활동의 영향을 받기 쉬운 우리나라의 특성상 연례 행사처럼 접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많이 언급됩니다. 바다에는 흐름이 있어서 해류 순환에 대해 배웠을텐데, 북반구에서는 시계방향으로 흐릅니다. 북태평양의 경우 이러한 흐름이 약한 안쪽에 거대한 쓰레기 섬이 만들어져 관심을 받은 바 있습니다. 플라스틱이 분해되지 않고 오랜 세월 모이다보니 그렇게 되었는데, 워낙 충격적인 모습이라 사람들이 문제라고 인식을 빠르게 했습니다. 바다에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건져서 옷을 만드는 상품도 생겨난 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문제는 버려진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잘개 쪼개져 바다 밑에 가라앉고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이 생물농축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우리에게는 엄청난 피해를 줄 위험성도 있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 우리는 치약이나 화장품에도 일부러 마이크로비즈를 생산했던했던 점들을 생각해보면 참 신기합니다.

우리가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아도 사실 깨끗한 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당장 쓰기 좋은 하천이나 호수의 물도 채워지기 전에 펑펑 쓰면 고갈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용돈을 적게 받든 많이 받든, 쓰는게 더 많으면 잔액은 없습니다. 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변기를 쓰고 설거지를 하고 세탁하고 목욕하면서 생활용수를 사용합니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그리 많은 편까지는 아닌데 아무래도 여러분들 부모님들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기존 어른들은 물 절약이 몸에 배어있는 분들입니다. 단순히 수도요금에 대한 지불능력이 있는지를 떠나서, 물 자체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생존에 필요한 물은 하루에 1인당 7리터 내외고,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물은 20리터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세계적인 관점에서는 물이 풍족한 사회에 살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생활용수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과정에서도 물을 사용합니다. 제품이 생산되고 운송되어 소비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모든 물을 계산한 것이 바로 물발자국입니다. 티셔츠를 생산할 때에도, 소고기를 생산할 때에도 물이 들어갑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청바지를 사고 입고 버릴 때마다 지구 어디에선가 막대한 물을 사용해 만든 제품이 버려진다는 뜻이 됩니다. 패스트패션이나 소고기 위주의 식습관 등 자본주의가 발달하며 익숙해진 생활양식이 사실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 큰 셈입니다.

우리는 지표에 노출된 하천이나 호수의 물을 이용하니까 이 물이 고갈된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습니다. 지표수는 사실 주변에 있는 지하수 중에 지대가 낮아서 수면이 노출된 것일 뿐입니다. 근처 지하수가 와서 채워주기 때문에 지표수를 사용해도 고갈된다는 느낌이 쉽게 들지 않게 됩니다. 이럴 때에는 훨씬 작은 물 순환을 살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작은 섬에 내린 비는 지하수가 되어 쌓이는데, 주변이 바닷물이니 지하에서 담수렌즈의 형태를 띄게 됩니다. 강수에 의해 지하수로 충전되는 양보다 빠르게 사용하게 되면 점점 담수렌즈는 얇아지게 되며, 관정에서도 나오는 물의 염도가 올라가면서 고갈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훨씬 심각한 곳은 바로 건조지역입니다. 이미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많아 지표에 물이 부족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표면은 말라붙었지만 지하 깊은 곳에는 과거의 환경에서 만들어진 화석수가 매장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개발하여 도시도 운영하고 농사도 짓는데, 이러한 물은 현재 환경에서는 충전되는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게다가 지하수를 개발하면 지하수가 차지하고 있던 공간만큼 지반침하가 발생합니다. 지반이 침하하는데 해수면이 상승하면 해안 저지대에서는 침수 피해가 더 증가하기 쉽습니다. 자카르타가 이러한 문제에 자주 노출되는 편입니다.

그래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다보니 두 국가 이상을 흐르는 국제하천은 하천의 이용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서남아시아의 요르단강이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럽의 라인강, 동남아시아의 메콩강, 남아메리카의 파라나강 등의 사례를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수업은 이만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