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이 끝났지만 현대에도 분쟁은 끊이지 않습니다. 세계지리 수능특강에도 세계의 주요 분쟁 지역이 표현된 지도가 들어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주요 분쟁인데도 꽤나 많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정도는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러한 분쟁의 양상은 민족과 국가를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국가가 없는 민족이 있고, 민족과 국가가 대체로 일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가 안에 민족이 둘 있는 경우도 있고, 국경 밖에도 같은 민족이 살고 있는 경우도 있고, 한 국가 안에 여러 민족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일한 언어와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민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정확하게 나타내기 어렵고, 현실에서는 민족과 국가가 반드시 일치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근대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민족국가들이 들어섰고, 민족주의 운동도 널리 있었기에 민족과 국가를 이해하면 실제 현상을 파악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도 굵직한 분쟁이 발생하였습니다. 티토 사후 유고 연방이 해체되면서 여러 민족국가로 독립하였고, 세르비아에서 코소보가 독립하는 과정에서 인종청소 등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소련은 해체되어 러시아가 계승했지만 소련의 지위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소련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나토는 냉전이 끝난 이후 해체되지 않고 코소보에 개입하였고, 미국은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며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끌었습니다.
역사는 끝났고 이제 세계는 미국이 진리로 받아들여질 것이라 자축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정작 미국의 심장인 뉴욕에서 테러가 발생합니다. 유일한 세계 최강대국으로 우뚝 선 미국은 악의 축이라며 최빈국들을 상대로 전쟁을 했습니다. 전쟁은 승리로 금새 끝났지만, 새 정부의 통치 기능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미군의 손실은 계속되었습니다. 대량살상무기가 위험하다던 이라크에서는 결국 찾지 못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테러의 배후로 꼽던 탈레반과 협상을 맺고 철수했습니다.
소련은 붕괴했지만 러시아는 차츰 영향력을 강화해나갔습니다. 과거 소련의 일부였던 카프카스 산악지대에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민족들이 살고 있고, 소련 해체 후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이 세워졌습니다. 체첸에서는 독립을 주장하는 세력이 인질극을 벌이기도 했지만, 강경한 대응으로 푸틴은 인기를 끌게 되어 지금까지 집권하고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아르메니아계 주민 비중이 높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일대에서는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무력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시리아에서는 아랍의 봄 이후 정부군과 반군과 쿠르드족민병대와 IS가 충돌하고 미국과 러시아와 터키가 개입하는 내전이 전개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난민이 대량으로 발생하였고, 터키 등 이웃 국가 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에도 난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핵 보유국인 파키스탄과 인도와 중국이 국경을 접하는 카슈미르에서는 무력 충돌에 이어 주먹으로 싸우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분단국이었던 예멘은 통일 이후 다시 내전 상태로 빠져들면서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주었습니다. 유로마이단 이후 동부의 통제력을 잃게 된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을 받고 힘겨운 저항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국가 사이의 무력 충돌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테러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상대적으로 테러에 대해 둔감하긴 하지만, 전 세계 곳곳이 테러로 몸살을 앓는 중입니다. 분쟁이 발생하는 이유는 워낙 다양해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어쨋든 지금 이 순간에도 분쟁은 발생하는 셈입니다.
지금까지 지정학과 충돌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세계대전 이후 고전지정학은 전쟁을 합리화하는 학문이라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냉전 시기에도 여전히 소련을 견제하는 미국의 대외정책에는 지정학적 사고가 기반이 되었습니다. 공산 혁명의 본국인 소련에서는 맥킨더의 지정학적 견해가 인기가 있진 않았지만, 장기 집권 중인 푸틴의 대외 정책에는 유라시아주의라는 지정학적인 견해가 깔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남오세티야와 크름반도에서는 지역의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러시아의 의도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몽을 제시하며 장기집권에 발 디딘 시진핑이 제시한 프로젝트가 일대일로라는 것도 지정학적 사고를 가지고 보면 다르게 보입니다. 결국 고전지정학적 사고는 역사 속에서 사라져야할 것처럼 보였지만, 여전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도 영향력을 잃지 않은 셈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를 거쳐 우리 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끈 지리의 힘이 바로 이런 고전지정학적 사고가 드러난 경우입니다. 백인과 강대국 중심의 환경결정론적 사고방식으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합리화하는 시선이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고전지정학은 현대에 다양한 반론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비판지정학이 대두하였습니다.
지정학의 시각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핀란드입니다. 스웨덴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토에도 가입하지 않고 카렐리야 일대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소련의 속국이라는 의미로 비하하는 의미를 담아 핀란드화라는 단어가 생겨났습니다. 중국이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우리 입장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전쟁을 겪은 핀란드는 현실적으로 이웃한 강대국인 소련을 자극하지 않았을 뿐이고, 소련의 속국도 아니고 공산권 위성국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소련의 신뢰를 바탕으로 대서방창구 역할을 하며 동서 유럽 여러 나라가 교류할 수 있는 외교적 역량을 발휘했습니다. 헬싱키 프로세스를 통해 쌓인 신뢰는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시기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전환을 이끌어낸 배경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지정학을 배우면 기존에 보이지 않던 시야가 생겨납니다. 마찬가지로 비판지정학을 배우면 고전지정학에서 볼 수 없는 시야도 생겨납니다. 고전지정학에서는 강대국이 관리해야하는 대상으로 여겨지는 작은 나라도, 비판지정학적인 관점에서는 평화를 이끈 외교적 주체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세상은 다양한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군사적 지배력만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보니 지정학보다 지경학적인 시야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도 합니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콘텐츠 곳곳에도 세계관이 녹아있습니다. 늘 보던 방식으로 보면 그런 세계관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눈으로 세상을 봅시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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