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ges of globalization니까 세계화의 시대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부제가 지리 기술 제도인데, 세 가지가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총균쇠의 향기가 느껴진다. 제프리 삭스가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는데, 출판사의 마케팅인지는 모르겠지만 첫장에 하필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추천사가 달려있다.
코스모스를 읽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 하나의 흐름으로 자연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인간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총체적으로 풀어나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맥락에서 총균쇠나 사피엔스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꽤나 인기를 얻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 위에 이 책이 자리잡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리 기술 제도는 고등학교 세계지리 수업같다. 전체적으로 주구장창 세계화 얘기를 하는데, 고등학교 세계지리 첫 단원에서 배우는 개념이 세계화다. 세계의 기후 구분과 기후대의 분포부터 설명하고 들어가는데, 쾨펜의 기후구분은 고등학교 세계지리에서 자연지리의 핵심으로 중요하게 다룬다. 농업, 교통, 언어, 산업, 종교, 도시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든다. 그 내용도 꽤나 많은 부분이 고등학교 세계지리의 학습내용에 해당한다. 로컬 단위로 생활하면서 글로벌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부분에서는 고등학교 지역 이해가 연상된다. 그야말로 수업같다.
옥스퍼드 지리환경대학에서 저명한 경제학자가 강의한 내용이 고등학교 세계지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여러 생각을 낳는다. 고등학교 과목은 많은 전문가들이 오랜 세월 고민을 축적시킨 집단적인 자산이라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런 과목들이 교실 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선택받지 못해 소멸해나간다는 점이 무섭다. 경제학자도 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정작 아이들은 지리를 피하는 점이 꽤나 서럽다.
그래도 이런 책이 나와서 한번 더 관심가지게 해주는 점은 고맙다. 인류의 21세기를 고민하고 이상적인 방향으로 마무리하는 점에서 교육적이기까지 하다. 무지막지하게 두껍고 어려운 책도 아니라서 학생들에게 권해도 미안하지 않을 것 같다.
뿌직뿌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