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직업이다보니 가급적 외래어 표현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와 온라인 가나다 덕분에 바닥이 드러나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 그래도 현장에서 종종 필요할 수 밖에 없는 개념이 리더십이다보니, 대응하는 말로 지도력이라는 단어를 쓰게 된다.
지도력은 그 지도력에 대한 동음이의어로 지도력을 중시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도력은 곧 공간적 사고력, 지리적 상상력에 대응되는 말이다.
이 책은 유난히 반갑다. 상황 때문일 것이다. 지리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어서, 지리가 무엇인지 묻는 경우에 종종 직면한다. 대답하기 쉬운 질문이 아니지만 그래도 고민해서 답을 하는데, 그게 대체 지리냐고 다시 되묻는 일이 잦다. 지리학이라는 모학문 자체가 자연과학과 인문사회의 특성이 모두 있는 탓이다. 지형과 기후와 토양과 환경과 도시와 역사와 사회와 문화를 다루지만, 수업을 다 듣고 난 학생도 종종 지리라고 생각을 안해준다. 점이지대 같은 학문의 정체성 탓에 혼란이 오는 셈이다.
그래서 다른 어떤 학문보다 선명한 지리의 고유한 영역을 꼽아보게 된다. 역시 지도가 남는다. 그래서 책 제목에도 지도가 상징적인 단어로 꼽힌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학생들에게 읽도록 권하기 아주 좋은 책이다. 자극적일 정도로 교훈이 있는 사례들이 아주 풍부하다. 지도력이라고 해서 16세기의 사례만 잔뜩 있으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쓰잘데 없는 오지랖이었다.
아무래도 책이 지향하는 방향이 뚜렷하다보니 군데군데 토막난 내용이 없지는 않은 듯 하다. 그렇지만 한 입에 쏙 들어가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 같아 거슬리지 않는다.
이렇게 가슴 뛰는 사례들이 잔뜩 담겨있는 푸짐한 책이라니. 그래서 이 책이 나와주어서 고맙다. 지리적 상상력이 리더십이니까, 결국 지도력은 곧 지도력인 셈이다.
뿌직뿌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