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환경은 중요하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지는 않다. 환경결정론, 가능론, 생태학적 관점, 문화결정론, 신자유주의화, 자연의 사회적 구성론 등은 너무 크고 와닿지 않을 위치에 있었던 모양이다. 그저 흥미로운 소재 중 일부 정도인가보다.
그래도 자연환경은 중요하다. 문제는 지구와 인류를 데리고 실험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타노스처럼 인류를 절반으로 줄여본다거나, 닥터스트레인지처럼 수많은 지구의 미래를 보고 올 수 없다. 그래서 여러 문명들이 지구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붕괴해갔는지 살펴보는 것은 도움이 많이 된다.
녹색세계사는 인간과 환경을 다루는 역사책이다. 그치만 서술이 시간순서이긴 해도, 연대기적인 역사책은 아니다. 오히려 수많은 지역 사례가 풍부하게 제시되어있는 지리책이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조금 더 살을 붙이자면 지리적 환경을 기반으로 문명의 경제·사회·정치와 상호관련성을 폭넓게 다룬다.
환경을 다루다보면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당장 행동하라는 목적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이해되지 않을 정도의 복잡한 사실관계가 얽혀있는 전문적인 경우도 많다. 달콤짭짤하게 자극적인 과자와, 쓰고 냄새나는 고약한 약이랄까. 읽고 보니 환경 뚝배기 한상 차림을 먹은 것처럼 든든함이 느껴지는게 신기하다.
전반적으로 세계 문제와 미래 사회에서 다루었던 환경 단원과 놀랍게 들어맞는다. 전개의 방향성과 지식의 깊이가 적절해서 좋았다. 최신화한 내용을 빼면, 사실상 이 책을 발췌해서 수업한 셈이 되었다. 너무 두꺼워 학생들에게 읽게 시키기 어렵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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