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까지 우리는 기후를 살펴봤습니다. 이제는 물입니다. 사실 탄소순환 할 때에도 언급했지만, 지구 표면의 대부분은 해양, 즉 물로 덮여있습니다. 지구에 생명체들이 살 수 있는 근본적인 배경 중 하나가 바로 물의 존재인 만큼, 물의 의미는 결코 작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물이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쓸 물도 많다는 것은 아닙니다. 지구 물은 사실상 거의가 다 바닷물입니다. 바닷물은 우리가 당장 바로 사용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이해가 어려운 친구들은 여름철에 바다에 놀러가면 한 모금만 마셔보면 이해가 쏙쏙 될 것입니다. 그럼 해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쓸 수 있는가 하면 그 것도 아닙니다. 나머지 물의 대부분은 얼음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리 인류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하천이나 호수의 물은 지구 전체 물의 양에 비하면 극히 작은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물을 보기 위해서는 지구 전체의 물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도 필요합니다. 특히 지구의 H2O는 물이나 얼음이나 수증기의 형태로 지구 곳곳에서 돌고 도는 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천에 있는 물도 어디서 생성된 것이 아니고, 저 먼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산에 비나 눈으로 내려서 졸졸졸 흘러 하천을 이루고 있는다는 의미입니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게 물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특별히 각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닷물 빼면 얼음이 많지만, 그 얼음도 대부분 남극이나 그린란드에 빙상의 형태로 있고 고산빙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습니다. 결국 우리 인류가 활용하기 편한 물에는 한계가 분명히 있고, 그렇다는 말은 물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물을 쓸 수 있는 것은 자연 어디선가 물을 우리에게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자연에서 물을 얻어 우리에게 보내주는 과정을 상수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쓰고 난 물은 오염되는데, 이를 정화해서 다시 자연으로 돌려주는 과정은 하수라고 부릅니다. 결국 우리가 필요한 용수들은 상하수가 담당하므로, 상하수는 인간이 살기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에 해당합니다.
상수도는 취수, 도수, 정수, 송수, 배수, 급수 과정을 거쳐 우리의 수도꼭지로 오게 됩니다. 특히 도시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가장 먼저 갖추어져야 하는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물을 쓸 수 있는 세상이 참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아무래도 안정적으로 상수도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취수원을 확보하는 문제가 쉽지 않고, 상수도망 혹은 건물 내 수도관의 노후화 등으로 인한 누수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어렵습니다. 요즘에는 상수도와 하수도의 중간이라는 의미에서 중수도라는 개념도 쓰고 있는데, 빗물 등이 대표적입니다.
공급받은 물은 우리가 사용합니다. 물은 농업용수, 생활용수, 공업용수, 유지용수 등 용도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무래도 앞으로 인구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보니 물 사용량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늘어나는 것이지만, 인간 생활에 필요한 물이 더 많아진다는 점도 같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물발자국 하면서 다시 다룰 예정입니다.
우리가 사용한 물은 오염됩니다. 그래서 침전시키고 미생물을 통한 정화 과정을 거쳐 다시 자연으로 돌려주는데, 이를 하수처리라고 부릅니다. 아무래도 오염과 정화에 민감한 부문인데, 최근 우리 생활과도 밀접하게 닿아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변기에 물티슈나 생리대 등 이물질을 넣은 경우입니다. 변기가 막히지만 않으면 물 내린 사람은 곤란할 일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물질들은 미생물이 분해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화조나 하수처리장에 가기 전에 걸러집니다. 문제는 그러한 배출이 늘어나고 있어서 걸러내는 작업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이물질이 아니라도 문제는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음식물 분쇄기가 있는데, 음식물 분쇄기를 불법개조해서 하수구에 흘려보내는 경우 하수종말처리장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폐기하지 않아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사람이 비용을 들여 운영하는 공공의 하수처리 부담을 늘리는 행위인 셈입니다.
사실 지구는 어지간한 오염물질의 유입은 자정작용을 통해 깨끗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인간이 자정작용으로 감당할 수 있는 양보다 오염물질을 과다하게 배출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한번 자정능력을 상실하면, 깨끗한 상태로 복구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나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깨끗해지는데 노력이 필요한 더러운 물은 어떤 물인지 생각해봅시다. 사실 직관적으로도 뭔가 부유물질이 많은 물은 깨끗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조금 더 과학적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필요한 산소량으로 표현한 값은 BOD라고 하고, 오물을 산화하는데 필요한 산소량으로 표현한 것은 COD라고 합니다. 결국 BOD나 COD는 수치가 클수록 깨끗하지 않은 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간단합니다.
그럼 오염을 누가 어디서 시키는지 확인해야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지진이 출발하는 곳을 진원이라고 하는 것처럼, 오염이 출발하는 곳은 오염원이라고 합니다. 오염원은 공간적으로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하나는 오염이 발생해서 배출되는 지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점오염원입니다. 아무래도 어디인지 분명하게 아니까 확인하기도 쉽고 처리하는 효율도 높습니다. 다른 하나는 오염이 발생하고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지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 비점오염원입니다. 자동차 배기가스처럼 이동하는 경우나, 농지처럼 면적으로 넓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비점오염원은 점오염원에 비해 확인하기도 어렵고 처리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게 오염물질이 유입되면 수질오염이 발생합니다. 수질오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은 대표적으로 부영양화가 있습니다. 과학시간에도 배웠을 것 같습니다. 부영양화란 비료나 생활하수 등 인간의 영향으로 인해 영양이 과다하게 공급되는 상태입니다. 그러다보니 지나치게 조류가 번식해서 산소가 부족해지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우리나라는 하천에 녹조가 발생하거나 해안에 적조가 발생하는 일이 잦습니다.
최근에는 역시 플라스틱이 관심이 많습니다. 다른 쓰레기는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지만, 합성수지는 자연에서 분해되는데 시간이 참 많이 걸립니다. 바다에 버린 쓰레기도 썩지 않고 둥둥 떠다니는데, 아무래도 해양에는 해류가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해류의 흐름이 약한 북태평양 해상에 쓰레기가 모이게 됩니다. 태평양에 엄청나게 거대한 쓰레기 섬이 생긴 셈입니다. 플라스틱은 그 자체로도 먹이로 오인한 동물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는데, 잘게 부서지면서 미세플라스틱을 만들고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맑고 깨끗한 물은 정말 귀합니다. 지구에 물은 많지만, 대부분의 물은 바다고 그걸 뺀 나머지도 빙하다보니 당장 쓰기 쉬운 물은 적습니다. 그래서 물을 물쓰듯이 펑펑 쓰면 결국 물자원도 고갈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인구밀도는 높지만 그래도 습윤한 기후를 가지고 있어 물이 아주 심각하게 부족한 것까지는 아닙니다. 여러분들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에는 물은 귀해서 아껴쓰는 것이 생활화되어있지만, 여러분들처럼 상수도가 보급된 이후에 자란 세대는 물의 소중함을 모르고 낭비할까봐 걱정이 크긴 합니다. 인간도 생명체라서 생존하는데 꼭 물이 필요한데, 계산마다 다르지만 하루 7L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물을 마시기도 하고, 세탁이나 변기를 내리면서 물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물 이외에도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전 과정에서 물이 이용됩니다. 탄소가 배출되는 양을 계산하면 탄소발자국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이런 경우에는 물로 계산했기 때문에 물 발자국이라고 합니다. 흔히 쓰는 A4용지 한장은 약 1L 정도입니다. 종이를 버릴 때마다 지구의 어딘가의 물 1L를 사용해 만들었는데, 내가 버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우유, 닭고기, 초콜렛, 소고기 등을 먹을 때에도 지구상의 막대한 물을 이용해 만든 제품을 우리가 먹는 셈입니다.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목화를 재배하고 실을 만들고 천을 만들고 염색을 하고 씻는 과정에서 물이 엄청나게 사용됩니다. 근래에 패스트 패션이 유행하면서 티셔츠나 청바지 등은 한 철 입고 버리면서 일회용품처럼 되어가는데, 그런 과정에서도 엄청나게 물이 쓰였던 셈입니다.
물을 그렇게 팡팡 쓰면 지표수가 고갈됩니다. 하천이나 호수 등의 지표수는 당장 노출되어 있어서 우리 인간이 흔히 사용하는 물자원입니다. 우리는 하천을 땅 위에 흐르는 물로만 보지만, 사실 그 밑에는 지하수가 있습니다. 오히려 지표면의 고도가 낮아서 지하수면이 노출된 부분이 하천이라고 생각하는게 이해가 쉽습니다. 그래서 하천에 있는 물은 보이는 물이 전부가 아니고, 주변 유역의 지하수와 모두 연결된 개념으로 봐야합니다. 이게 좀 어려우면 섬을 생각하는 것이 더 쉽습니다. 섬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섬의 지하수도 바닷물이라서 짭니다. 하지만 섬에 비가 내리면 빗물들이 흙 밑으로 모여 지하로 흘러갑니다. 다만 민물 지하수와 짠물 지하수는 밀도가 달라서 쉽게 섞이진 않고, 짠물 위에 민물이 떠 있는 형태를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지하수층을 담수렌즈라고 부릅니다. 담수렌즈가 있으니 섬에서도 이를 기반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하수를 쓰면 쓸수록 담수렌즈는 얇아진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지하수를 쓰려는 관정에서 염도가 높은 물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러한 섬들은 사람이 살기 쉽지 않아집니다. 결국 지하수가 충진되는 속도보다 빨리 쓰면 물도 고갈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도 습윤한 기후 지역은 사정이 좀 더 낫습니다. 과거 식량주권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집트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건조기후에 위치한 국가들은 식량 생산을 위해 지하수를 뽑아 사막을 농장으로 바꾸었습니다. 사하라사막 밑에는 누비안대수층 등 아주 거대한 지하수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지하수층은 지금 기후 환경에서 만들어진 지하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과거 이 지역이 더 습윤한 기후환경이었을 때 만들어진 지하수라서 화석수라고 부릅니다. 현재 지표면은 건조하기 때문에 화석수를 꺼내서 농사를 짓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규모의 농업생산지역을 이루는 미국 서부의 오갈랄라 대수층도 고갈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물은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이기 때문에 물을 둘러싼 갈등도 쉽게 발생합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국제하천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는 특수한 상황이라 공유하천이 그다지 많지 않지만, 세계의 대하천은 두 개 이상의 국가를 흐르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이러한 하천의 상하류 국가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는 편입니다.
이스라엘, 시리아, 레바논 등의 식수인 요르단 강은 하천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이미 골란고원을 둘러싼 무력 충돌이 일어날 정도로 이 지역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강입니다. 라인강은 북서유럽의 산업지역을 흐르는 하천이다보니 수질오염이 발생했는데, 여러 나라가 협력하여 오염실태를 파악하고 오염원을 조사하며 대책을 수립한 하천으로 꼽힙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발생한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은 사실 바다에 가기 전에 만나서 샤트 알 아랍 수로를 만드는 강이라 세트메뉴처럼 보통 함께 언급되는 편입니다. 상류인 터키에서 아타튀르크 댐 등을 건설하던 시절 하류의 시리아나 이라크 등 국가와 외교적인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메콩강은 동남아시아의 가장 대표적인 하천으로 이미 익숙한 사례인데, 근래에는 최상류인 중국에서 댐을 건설하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에 국가간 갈등을 일으킨 사례로는 나일강이 유명합니다. 나일강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사하라를 관통하는 그야말로 근성의 하천인데, 이 일대에서는 나일강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더 각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그랜드에티오피아르네상스댐을 건설하고 담수를 시작하자 하류의 이집트와 갈등이 발생한 적 있습니다. 건조한 기후가 아니더라도 남아메리카의 파라나강처럼 수력발전을 위한 댐을 건설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구에 있는 물자원이 유한하고,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는 물을 잘 써야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물을 아끼는 습관이 중요한데, 당장 내가 사용하는 물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함께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안녕~
'수업자료 > 고양국제고 수업자료(2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문제와미래사회_22열대림파괴 (0) | 2021.05.06 |
---|---|
세계문제와미래사회_21사막화 (0) | 2021.05.04 |
세계문제와미래사회_19기후전망 (0) | 2021.04.30 |
세계문제와미래사회_18고기후 (0) | 2021.04.29 |
세계문제와미래사회_17기후변화양상 (0) | 2021.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