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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자료/고양국제고 수업자료(2021)

세계문제와미래사회_18고기후

by Thisis Geoedu 2021. 4. 29.

지난 시간부터 계속 기후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기후는 대기의 장기적인 상태입니다. 장기적이라는 말은 당연히 축적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측정된 값을 기록해야하고, 그러한 기록이 쌓이다보면 데이터가 됩니다. 이러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분석을 통해 경향성을 파악하고, 그렇게 도출한 원리로 예측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티코 브라헤가 관측한 기록이 쌓여 케플러가 법칙으로 정리한 것처럼, 데이터의 축적은 분석을 위한 기초가 됩니다. 그래서 정확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많이 중요합니다. 빅데이터의 시대에도 사실 정확하고 방데한 데이터가 축적되어있어야 그 이후 다양하고 새로운 분석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사실 이런 부분에서는 자신이 있습니다. 조선 초기부터 측우기로 강우량을 과학적으로 측정한 경험이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등에는 다양한 현상들이 기록되어 있어서, 이러한 기록들로 추정한 값을 모아 분석도 가능합니다.

요즘 우리 인류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후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기후변화가 관심을 받기 전부터 이미 하와이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지속적으로 꾸준히 측정해온 값이 있었기 때문에, 지구 대기에서 이산화탄소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데이터의 축적은 아주 중요합니다.근데 인류가 문명사회를 이루게 된 것도 그리 오랜 시기가 아니고, 게다가 그 값을 믿을 수 있게 과학적으로 측정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기후라는 측면에서는요. 그래서 과거의 기후에 대해 과학적으로 측정한 값이 모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나무의 나이테를 살펴보기도 하고, 두껍게 쌓인 빙하에서 빙하코어를 추출하기도 합니다. 바다와 호수 바닥에 있는 침전물에서 꽃가루나 미생물을 살펴보기도 하고, 동식물의 화석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자료들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모아 과거의 기후에 대해 추정하는데, 이러한 노력을 우리는 고기후학이라고 부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지구의 기후는 오랜 기간 여러 차례의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지구의 평균기온은 오르락내리락 했는데, 고생대와 중생대에는 대체로 지금보다 따뜻했습니다. 고생대에는 빙기가 있었지만 중생대는 빙기도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신생대도 지금보다 온난하게 시작되었지만, 4기에 들어서 점차 한랭해져서 여러 차례의 빙기를 겪으며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신생대에는 빙기와 간빙기가 교차로 지나간 흔적이 지표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흔히 4차례의 빙기라고 부르는데, 유럽에서는 귄츠, 민델, 뤼스, 뷔름이라고 부릅니다. 미국에서는 네브레스카, 캔자스, 일리노이, 위스콘신이라고 부르는데 대륙빙하의 확장으로 빙하지형이 발견되는 지역의 명칭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빙기에서 특이한 점은 기온이 오르내리는 시기의 특성과 대기를 이루고 있는 이산화탄소의 농도 사이에 유사한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이해하고 있는 이산화탄소와 기온 사이의 관계가 지구의 역사에서는 여러 차례 드러났던 셈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신생대 4기의 마지막 빙기는 영화나 만화의 소재로도 자주 활용되어서 익숙한 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만 8천년 쯤 전에 빙하가 최대로 확장되었고, 약 1만 2천년 쯤 전에 끝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현생 인류가 이러한 빙기를 직접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대략 구석기시대의 끝자락에 해당합니다. 

최후빙기에는 대륙에 빙상이 성장하게 됩니다. 육지에 얼음 형태로 있는 물이 많아지니, 상대적으로 바다에 있는 물은 줄어들면서 해수면은 하강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해수면보다 최후빙기의 해수면이 낮았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지금 수심이 얕은 바다 바닥이 육지로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당시의 해안선의 형태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온이 낮다보니 빙하가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물론 고산지대에서 눈이 녹지 않는 고도가 낮아지면서 산지지역 곡빙하도 늘어나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대륙빙하가 대규모로 발달했습니다. 지금은 그린란드나 남극에서만 볼 수 있는 빙상이 중위도 일대까지 넓게 발달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북아메리카의 대부분과 유럽의 북부가 다 얼음 덩어리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그렇게 혹독하게 춥지 않은 중위도지역에도 과거의 빙하가 만들어 놓은 다양한 빙하지형들이 발견됩니다.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해안선의 형태도 지금과는 많이 다릅니다.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사이의 좁은 바다를 베링 해협이라고 합니다. 이미 지역이해에서 베링육교설을 다루어서 알고 있겠지만, 빙기에는 러시아 추코트카와 알래스카가 육지로 연결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찬가지로 대륙과 얕은 바다로 떨어져 있는 지금의 섬들이 최종빙기에는 육지의 일부로 연결되었습니다. 지금 동남아시아에 있는 수마트라, 보르네오, 자와 등 동남아시아 대순다열도의 거대한 섬들이 최종빙기에는 인도차이나반도와 연결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도 최종빙기에는 하나의 대륙이었을 것입니다. 동아시아도 최종빙기에는 지금과 달랐습니다. 서해와 남해는 수심이 워낙 얕아서 최종빙기에는 육지로 드러났습니다. 이 시기에 한반도에서 살던 구석기인은 제주도나 일본을 걸어서 갈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종빙기에 풍적층인 뢰스가 발달한 곳도 있습니다. 하천이나 빙하 이외에도 바람도 침식과 운반과 퇴적을 하며 지형을 만드는 주요 기구 중에 하나입니다. 빙하의 두꺼운 얼음이 바위를 뜯고 비비면 돌이 가루가 되어버리면서 물질 공급은 많아집니다. 게다가 하천의 유량도 상대적으로 적어 하천의 지형형성작용도 약해집니다. 바람은 강한데 식생은 적어지니까 빙기는 바람에 날려 쌓이는 풍적층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이 됩니다. 이런 뢰스는 미국 미시시피 유역과 중국 황허 유역에 대규모로 발달해 있는데, 농경에 유리한 비옥한 토양을 제공하다보니 지역의 농업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큰 편입니다.

최종빙기 이후의 시기를 후빙기라고 부릅니다. 지금도 후빙기인 셈입니다. 최종빙기 이후에는 지구가 전반적으로 온난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후빙기의 상황은 빙기와 빙기 사이에 있던 간빙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빙기에는 대륙빙하가 확대되고 간빙기에는 대륙빙하가 축소되는 것처럼, 후빙기에도 중위도 지역을 덮고 있던 대륙빙하가 축소됩니다. 그래서 중위도 일대에 숲이 늘어나게 되고, 인류가 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류가 문명을 이루고 난 이후는 길게 잡아도 5천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펴본 기후변화의 스케일에 비교하면 지나치게 짧습니다. 그래서 빙기나 간빙기를 겪었다고 표현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작게나마 기후가 변화하기는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략 17세기를 전후한 시기에 상대적으로 기온이 조금 낮았던 시기가 있어 소빙기라고 부릅니다. 소빙기에는 기온이 낮아지면서 식생이 변화했는데, 특히 이 시기의 기후는 인간이 살고 있던 시기이다보니 기록으로 남아있는 편입니다. 염도가 낮은 내해가 얼어붙었다거나, 초원의 유목민족들이 습윤한 지역으로 세력을 팽창했다거나, 농사에 영향을 주었다는 등 다양한 기록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소빙기는 지구가 지금까지 겪었던 기후변화에 비하면 아주 작은 수준이지만, 인간 사회에는 다양한 측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으로 연결짓기도 합니다.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인 역사를 살펴보는 것처럼, 지금과 미래의 기후를 이해하기 위해는 고기후를 살펴보았습니다. 밀란코비치의 천문학적인 가설 등 지구궤도 이론에 의해 빙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는 기후의 변화를 살펴볼 수도 있었습니다. 자연환경의 여러 구성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며 지구의 기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대기 시스템에 대해 이해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현대의 기후에는 고기후에서 고려하지 않았던 다른 인자들이 개입되어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구의 기후라는 것은 정말 살펴보기가 어렵습니다. 지구 표면은 엄청나게 넓어서, 그 모든 표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지 못합니다. 그렇다보니 측정할 수 있는 지점의 값만 알고 있는데, 당연하게도 측정 지점마다 기후는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이러한 값들을 기반으로 지구 전체적인 기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여러 학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추정한 기후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하게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경향입니다.

현재와 미래의 기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생각해볼만한 주제들을 마지막에 넣었습니다. 수업 듣느라 고생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