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뿌직뿌직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

by Thisis Geoedu 2021. 4. 15.

흔히 먹고 사는 문제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먹어야 산다. 고기는 맛있다. 인생은 고기서 고기라고 한다. 맛있게 조리된 요리처럼 고기의 소비에만 관심을 가지는 편이다. 하지만 날고기를 보고 품질을 따지는 것처럼 고기의 생산은 사회의 단면을 판단할 수 있게 보여준다. 그래서 농축산업을 파헤치는 경우도 종종 접하게 된다.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산업화된 축산업을 바이러스성 감염의 관점에서 비판한다. 정작 자주 먹지도 않는 소고기에 대한 비판적 관점은 꽤나 익숙하다. 하지만 곁에 늘 함께하는 닭고기는 그렇지 못했다. 우리나라도 기업화된 양계가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더 수직적 통합이 나타나며 계열화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며 안정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했다. 개별 양계업자들이 거대기업과의 파트너쉽을 맺으면 협력업체로 함께 성장하는 줄 알았다. 위탁영농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바이러스의 측면에서 가금류의 팬데믹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주제였다. 상품사슬과 공간적 확산을 연결지으니 메시지가 명료해졌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오리에서 미국의 칠면조까지 여러 지역과 사례를 넘나들며 팬데믹을 뒤따라갈 수 있었다. 가축전염병이 중심이긴 하지만 인수공통감염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두렵다. 조류도 인간도 척추동물인데 무심코 지나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이러스가 어떻게 변이하는지 원리를 이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금류 산업의 방향을 다룬 이미지는 선명하다. 사육 과정에서 효율성이라는 명목으로 밀폐, 밀집, 밀접이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낮은 개체들이 드글드글하고, 바로바로 출하하니 면역이라는 자연의 무기도 사용불가이다. 그야말로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너무도 좋은 조건이라는 점이 이해된다.

역설적이지만 지금의 위기를 호되게 겪어서 절실하게 와닿을 수 있었다. 인류가 이런 추세를 지속한다면 아마 앞으로도 감염병 위기는 자주 다가올 것이다. 대규모 살처분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이동을 막고 바퀴를 씻는 일도 효과적이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축은 사료의 열량을 고기의 열량으로 전환하는 기계가 아니었다. 입으로 들어가는 고기가 만들어지기 위해 희생되는 많은 것들이 눈에 보이면 좋겠다.

'뿌직뿌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음 읽는 인공위성 원격탐사 이야기  (0) 2021.05.10
인구의 힘  (0) 2021.05.09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0) 2021.03.19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0) 2021.02.24
데이비드 하비의 세상을 보는 눈  (0) 2021.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