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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자료/고양국제고 수업자료(2021)

세계문제와미래사회_10폭력평화

by Thisis Geoedu 2021. 4. 6.

지난 시간까지 지정학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지정학은 여러분들에게 생소할 것 같아서 해설하는 과정이 좀 있었고, 그 뒤에 있는 내용은 여러분들이 이미 들어본 익숙한 내용들이 많아 금방 끝날 것 같습니다. 폭력, 평화, 국제기구 세 개념을 다루겠습니다.

먼저 폭력입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평화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요한 갈퉁의 방식을 따를 예정입니다. 폭력이라고 다 같은 폭력이 아닙니다. 사실 신체에 피해를 입히는 등 명백하게 폭력의 주체와 객체가 드러나는 경우는 직접적 폭력이라고 합니다. 대체로 물리적으로 신체나 재산상의 피해를 입힌 것이 확인 가능해서, 누구나 폭력으로 쉽게 인지합니다. 특이한 것은 인지하지 못하는 폭력에도 주목한다는 점입니다. 착취나 억압이 발생하게 되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있는데, 이를 구조적 폭력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적 폭력이 발생할 수 있게 그 기반에 사상이나 종교나 교육 등이 편견 등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문화적 폭력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폭력의 사례는 여러분들도 많이 접하고 많이 배웠습니다. 교과서에 언급되는 대부분의 사례는 익숙할 것 같아서, 여러분들이 접하지 않은 사례를 한번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도시에서도 폭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인종이나 종교나 민족에 대한 편견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런 편견들은 문화적 폭력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그런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인사담당자가 되면 채용 과정에 편견이 개입하게 되고, 그렇게 발생하는 고용 불평등은 경제적 불평등으로 연결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구조적 폭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노예제도를 운영하던 미국 남부의 목화 농장에서 아프리카계 노예들을 채찍으로 때리고 강제로 노동을 시키는 행위들은 직접적 폭력의 형태였습니다. 누가 봐도 폭력이니 문제의식도 금방 생겨났고, 링컨에 의해 노예제는 폐지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편견이나 차별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공간적 사회적 불평등으로 여전히 구조적 폭력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레드라이닝입니다. 미국의 도시에서 주택의 공급에 관련된 사람들이 인종 차별에 의해 거주지를 분화시키게 되는데, 이러한 도시 관리자들을 게이트키퍼라고 부릅니다. 주택 시장에서 이들이 문지기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특정 민족집단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지구의 성격을 강화시키기도 하고, 약화시키기도 합니다. 특정 도시지구로 아예 거래를 유도하기도 하고, 블록버스팅을 통해 도시지구의 성격을 바꾸면서 차익을 얻기도 합니다.

도시의 부동산과 관련된 사람들이 도시의 지도를 펼치고, 관행적으로 도시 내부의 여러 지구에 선을 긋고 색을 칠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불량 주택 지구는 빨간 색으로 표시를 합니다. 마치 공부할 때 형광펜으로 빨간 색을 칠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서민들은 주택을 한번에 구매할 자금은 없기 때문에, 자신이 살고자 하는 집을 구입하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 담보 대출을 담당하는 금융업자는 그 지도를 보고 대출에 불이익을 줍니다. 담보대출의 한도를 낮게 만들거나, 이자를 높게 받거나, 아예 대출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관행이 지속되면 해당 도시지구에는 주택을 소유하는 경우보다 임대해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임차인들은 언제든 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하면 쫓겨나니까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힘들게 됩니다. 이자가 약탈적으로 높아 애초에 투자할 여력이 없기도 하구요. 결국 점점 투자가 적어지면서 근린주구 전체가 쇠퇴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근린주구는 장보고 등하교 하는 등 일상을 보내는 동네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빨간 선이 그어진 불량 주택 지구가 대부분 아프리카계 주민들이 거주하는 도시지구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편견에 기반한 작은 행동들이 모여 흑인 도시지구의 쇠퇴를 가져온 셈입니다. 심지어 이런 도시지구에 거주하면 보험을 거부당하기도 하고, 학자금 대출에서도 차별을 받기도 합니다. 사실 보험이나 대출 등은 실제 대출하는 사람의 부도가능성이나 신용도 등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해서 계산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같은 신용도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유럽계냐 아프리카계냐에 따라 삶의 수준이 달라지고 기대할 수 있는 미래가 달라지게 된 셈입니다. 이렇게 사회적 약자를 구분짓고 차별하여 문화적 폭력이 구조적 폭력으로 기능하게 만드는 일들이 도시에서도 일어납니다. 이러한 일들이 도시라는 공간적인 맥락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도시지리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있어야 현상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실 같은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분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부모를 유기하는 행위가 있다면 행위는 직접적 폭력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문화가 사회 전체에 팽배하다면 구조적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1학년 통합사회 시간에 배운 내용이니 걱정하지 않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일상에서도 그러한 문화적 폭력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학교교육에서도 있을 수 있는데, 역사나 지리 수업에서는 특히 오리엔탈리즘으로 볼 수 있는 지식의 체계가 있는 편입니다. 세계를 내부와 외부로 구분하고, 유럽인들은 혁신적이고 합리적이며 진보하는 관점을 가지고 서술하며 그 밖은 정체되고 신비하고 불편해하는 관점으로 서술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서술이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편견을 형성해왔고, 그래서 오랜 기간 그런 부분들을 찾아서 고쳐왔지만,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폭력이 지속되는 사회를 벗어나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개념이 바로 평화입니다. 평화를 보는 관점은 사실 건강에 대한 관점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건강을 질병이 없는 상태로 규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질병과 그로 인한 증상을 없애는 것에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건강을 다르게 규정하면 시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질병이 오지 않게 예방하거나, 질병이 와도 이겨낼 수 있는 회복력이나 면역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평화도 관점이 다릅니다. 폭력을 뒤집으면 평화가 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폭력으로 바로 인지하는 직접적 폭력을 뒤집으면 소극적 평화가 됩니다. 이른바 힘의 균형에 의한 평화가 바로 이런 형태입니다. 다른 나라가 핵으로 무장한다면, 우리도 핵으로 무장하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소극적 평화는 직접적 폭력은 없지만, 사실 궁극적인 평화라고 볼 수 없습니다. 갈퉁은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갑니다. 질병이 없는 상태가 건강이 아니듯, 직접적 폭력이 없는 상태가 평화는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구조적 폭력과 문화적 폭력조차 없는 상태를 추구하는 적극적 평화를 제시합니다. 그래서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야말로 적극적인 의미의 평화라고 개념화하였습니다. 

최근 관심이 많은 학교폭력에 대입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학교폭력 중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물리적 폭력의 자극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폭력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 힘의 균형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자기방어권의 측면에서 모든 학생이 가방에 칼이나 총을 들고 다니는 세상이 과연 바람직한 세상인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흔히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바다 위에 떠다니는 얼음을 보면서 그 크기에 놀라지만, 사실 바다 밑에는 훨씬 더 거대한 덩어리가 있고 그 일부분만 드러난 셈입니다. 마찬가지로 직접적 폭력으로 드러난 현상은 일부이고, 그 기저에는 우리가 미처 눈에 보이지 않아 인지하지 못했던 구조적 폭력과 문화적 폭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간접적 폭력도 없는 세상이 오길 바랄 뿐입니다.

이제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적인 협력을 살펴보겠습니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국제연합, 유엔입니다. 국제연합은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국가들이 주도하여 만들어진 국제기구입니다. 북반구에 있는 나라들이라서 UN기를 잘 보면 북극이 중앙에 있는 지도를 사용합니다.

UN본부는 미국의 뉴욕에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미국의 영향력이 제일 강하긴 합니다. 하지만 국제연합의 모든 가입국은 매년 총회에서 의논하고 결의하는데, 각 국가가 1표씩만 행사합니다. 워낙 큰 모임이다보니 실질적으로 안보나 평화에 대한 중요한 사항은 안전보장이사회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안전보장이사회에는 15개 국가가 참여하는데, 그 중에 10개 국가는 임기를 가지고 돌아가면서 담당합니다. 이들 국가를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5개 국가는 임기 없이 붙박이로 계속 참여하는데, 이들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고 부릅니다.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은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핵심적인 국가들이고, 지금도 영향력이 강한 강대국이기도 합니다. 핵확산방지조약에서도 공식적으로 핵무기 보유가 인정되어있는 국가이기도 하구요. 이들 국가는 특히 거부권을 가지고 있어 안보리 내에서 지위가 대단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상임이사국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에는 안보리에서 의사결정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안보리에서는 평화유지활동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국제연맹은 강제력이 없었기에 이탈리아의 에티오피아 침공이나 일본의 중국 대륙 침략에 대응하는데 한계를 보였습니다. 안보리에서 평화유지활동을 실시하게 되면 국제연합의 회원국들은 필요한 군대와 시설 등을 자발적으로 제공하게 됩니다. 물론 프랑스 바칼로레아 지리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평화유지군에 예산을 제공하는 국가들과 실제 파병하는 국가들이 다르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기도 합니다.

국제연합에는 국가간 분쟁을 해결하는 법원이 있습니다. 국제사법재판소라고 부르는데, 개인이나 기업이나 시민단체 등은 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판결이 있다고 해도 강제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배울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세계평화야말로 정말 중요한 주제인데, 정말 쉽지 않은 주제이기도 합니다. 고민해볼만한 내용들을 덧붙였습니다. 수업 듣느라 고생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