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흔들었던 전쟁은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무려 오천만명이나 사망하고 나서요.
소련은 팽창하면서 동유럽을 공산화하고 위성국가로 만들었습니다. 서유럽의 올망졸망한 국가들은 소련과 대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결국 집단안보를 추구하게 됩니다. 그래서 세계가 결국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뉘어 선택해야하는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바르샤바조약기구로 맺어진 소련 중심의 세계. 그리고 그에 반대하여 미국 중심으로 맺어진 세계. 미국이 공산주의의 확장을 막기 위한 정책을 수행하면서 트루먼독트린과 서유럽 경제 부흥을 위한 마셜플랜 및 국방 협력의 북대서양조약기구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 시대를 잘 표현해주는 말이 바로 윈스턴 처칠이 사용한 철의 장막입니다. 유럽을 둘로 가르고 그 동쪽은 모스크바가 통제하고 있어 강철로 만든 커튼에 가린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장은 흑해를 통해 지중해로 빠져나오는 길목에 있는 그리스와 터키가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이어 서유럽과 동유럽으로 구분되었고, 그 사이에 있는 국가들은 선택의 순간을 맞았습니다. 오스트리아, 스웨덴, 핀란드는 어느 한 진영을 선택하지 않고 중립국이 되었습니다. 미국과 소련의 대립이 이루어지며 저번 셰버스키에서 나왔던 것처럼 북극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습니다.
이 시기 공산주의 확장을 표현한 지도를 보면 상황이 잘 드러납니다. 세계가 두 부분으로 분리되어가는 점을 색채 대비를 통해 표현하고, 특히 지도 중앙에 빨간색을 배치하여 시각적으로 위협이나 경고가 잘 드러나게 만들었습니다. 낫과 망치를 넣어 공산당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사선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통해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공산주의 세력이 팽창하고 있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를 중심으로 대외 안보를 추진하는 방향성이 잘 드러납니다. 동유럽이 소련의 위성국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도 잘 표현되었지만, 공산화되지 않은 핀란드가 같이 묶여 채색된 점은 신기합니다. 이런 비슷한 구도는 동아시아에도 적용됩니다. 몽골과 중국은 공산화되었고, 확장을 방어하는 거점과 전진기지로 일본과 남한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미국과 소련과 일본의 관계가 참 신기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으로 함께 싸웠던 미국과 소련은 전쟁이 끝나고 바로 경쟁관계로 바뀌고, 정작 적으로 싸웠던 일본은 미국 안보의 전략적 필요성에 따라 파트너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급변하는 지정적 상황을 어떻게 일본 국민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까요. 여기서 맥아더의 한 방이 등장합니다.
바로 사진입니다. 사실 일본제국은 아예 헌법 1조에다 만세일계의 덴노가 통치한다는 내용을 넣어놓을 정도로 덴노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국가였습니다. 실제로 전쟁 중 일본인들은 황국신민으로 충성을 다하기 위해 1억 옥쇄까지 언급될 정도였구요. 그래서 일본인의 의식구조 꼭대기에 있는 덴노와 함께 사진을 찍습니다. 경직된 듯 바른 자세로 번듯한 양복을 차려입은 덴노의 옆에 미국의 사령관인 맥아더가 섰습니다. 일단 급이 맞질 않습니다. 게다가 복장도 정복이 아니고, 허리춤에 손을 짚고 있습니다. 심지어 맥아더가 쇼와 덴노보다 키도 훨씬 큽니다. 결국 덴노가 그저 한 명의 인간이었다는 점을 인정해야했고, 마침내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일본은 그렇게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파트너로 바뀌게 되었는데, 그럼 덴노는 세계대전의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우리 입장에서는 참 뭔가 허무하기도 합니다.
어쨋든 미국은 그렇게 림랜드를 중심으로 영향권을 확대하며 소련을 봉쇄할 수 있는 힘을 갖추어 나갑니다. 북극을 중심으로 투영된 지도를 보면 냉전 시기 미국 공군이 어떻게 포진해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남한,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 괌 등 동아시아에도 미국의 항공력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알래스카,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등 셰버스키 말처럼 북극권도 중요한 지역입니다. 알래스카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가는 항공교통의 중간지점이라는 점도 중요하지만, 과거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구입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유럽은 나토를 생각하면 간단하구요. 림랜드의 마지막 고리인 서남아시아 일대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전통적으로 미국의 우방국에 해당합니다.
소련에서 몽골과 중국 및 북한으로 이어지는 공산주의의 확장은 붉은 색으로 대륙세력의 확장을 잘 표현해줍니다. 반대로 미국령 오키나와, 일본, 타이완, 남한은 그러한 위협에 노출된 거점들이구요. 공산주의의 팽창을 두려워하는 당시의 시대상황은 매카시즘이라는 단어로 잘 표현됩니다.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감에 기반하여 형성된 반공주의는 냉전시대의 정치현상을 이해할 때에도 중요한 단어이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다루어지는 개념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널리 받아들여진 것이 바로 도미노이론입니다. 도미노처럼 한 나라의 정치 현상은 인접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문화전파의 개념을 생각해보면 당연하기도 한 내용이고, 아랍의 봄 이후 2010년대 서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일대에서 겪었던 정치적인 상황을 대입해도 얼추 비슷하긴 합니다. 다만 1950년대에는 공산주의의 확산이 그 골자였습니다. 도미노가 쓰러지고 있을 때에는 중간에 있는 도미노가 쓰러지지 않게 잡아줘야하는 것처럼,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어 결국 미국은 베트남에 개입합니다.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식민지였던 베트남은 호치민의 베트남 공산당을 중심으로 저항하였고, 일제가 물러간 뒤 스스로의 힘으로 프랑스군을 격퇴하고 식민지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다만 동남아시아의 공산화에 대한 우려로 분단되었다가, 끝내 베트남전쟁이 발발하게 되었습니다. 결국은 베트남 공산당이 승리하고 통일을 이루어 지금 우리가 아는 베트남이 되었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공산주의이기도 하지만, 청 제국 이후에 다시 만들어진 중화권 중심의 다민족 제국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유라시아 대륙 내부의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위구르인들이 사는 신장, 몽골인을 중심으로 하는 건조기후 초원의 유목민들이 사는 내몽골,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원지대인 티베트도 모두 포함하는 거대 제국이 다시 태어난 셈입니다. 그래서 소련만큼은 아니지만 중화인민공화국도 거대한 공산주의 국가로 주목받게 됩니다.
이렇게 형성된 냉전질서라고 천년만년 간 것은 아닙니다. 1970년대 이후 냉전질서가 조금씩 흔들리기도 하는데, 프랑스어로 해빙을 뜻하는 데탕트라고 부릅니다. 특히 2차 세계 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들이 대부분인 제3세계가 등장한 점이 컸습니다. 미국 중심의 제1세계든 소련 중심의 제2세계든 이들 국가들에게는 그렇게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소련이라는 양자택일 형태의 논리를 거부하기도 하였습니다. 긴장이 완화된 데에는 미국이 전략적으로 중국에게 접근한 것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핑퐁외교 혹은 판다외교라고 부르는 그 방법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만나고 수교하게 되면서, 국제사회에서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바뀌고 소련의 영향력은 전과 같지 않게 되었습니다.
소련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프라하의 봄입니다. 체코슬로바키아 주민들의 시위가 발생하자 바르샤바조약기구는 강력한 군사력에 기반해 통치력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이때까지는 소련의 위성국까지도 통제력을 잘 가지고 있던 셈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아예 소련 연방을 구성하고 있는 발트해 연안에서 시민들의 운동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발트의 길이라고 부르는 사건인데, 결국 소련을 구성하고 있던 국가들이 독립해서 나가버립니다. 소련은 지구에서 가장 넓은 제국이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냉전과 이후의 세상에 대해 생각해볼 주제도 실어놓았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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