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이론들을 살펴보았으니 이제 실제 지정학적인 충돌의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제국주의의 팽창 과정과 제1차 세계대전입니다. 사실 세계사에 해당하는 부분도 많고, 이미 여러분들이 국제정치에서 배운 내용들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설명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지정학 위주로 짚어주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두려워하지 말고 질문해주세요~
제국주의 열강이 세계로 팽창하던 그 시대. 역시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영제국입니다. 대영제국에서 제작한 지도를 보면, 영국이 바라보는 세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지도 중앙에 당당하게 자리잡은 브리타니아와 그 양쪽 구석에 자리잡은 인도와 오스트레일리아의 모습이 당시 제국주의자들의 인식을 보여줍니다. 영국을 의인화할 때 캐릭터를 존 불이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존 불이 문어발처럼 세계 곳곳에 뻗어나가는 모습을 나타낸 삽화도 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의 상당 부분을 영국이 식민지배 하게 되었는데, 당시 총독이었던 세실 로즈는 제국주의자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언급되곤 합니다. 세실 로즈가 그려진 삽화를 보면 한 발은 북아프리카인 이집트에, 다른 한 발은 남아프리카에 딛고 서 있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국인이 가지고 있던 이른바 문명화의 모습이 이런 것일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 영국이기에 러시아와 그레이트 게임을 벌이며 페르시아나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사이 유럽 대륙에서의 변화를 살펴봅시다. 사실 유럽대륙의 모습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알프스, 피레네, 디나르알프스, 카르파티아 등 주요 산맥들이 뻗어있고 그 북쪽인 독일부터 러시아까지는 평야가 넓게 발달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지형을 보고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유럽이 지리적으로 만성적인 분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서술한 바 있습니다. 이런 시각을 환경결정론이라고 합니다. 유럽 대륙의 내부에 위치한 독일은 항상 주변 나라들의 상황을 고려해야하는 지리적 제약이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 중에서도 독일이 주인공입니다.
사실 유럽 내에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독일 민족의 인구가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이 팽창하던 시기까지만해도 독일은 하나의 통일된 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크고 작은 국가들로 나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근대 국민국가를 수립하던 시기 통일 독일을 두고 논쟁이 벌어집니다. 이른바 독일문제라고 하는 것인데, 독일이 어떤 나라여야하는지에 대한 시각 차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독일은 도이칠란트를 읽은 것이고, 도이칠란트는 독일어로 독일을 부르는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독일민족을 게르만민족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독일은 사실 게르만의 땅인 게르마니아입니다. 그래서 크게 보는 입장을 대독일주의라고 부르고, 작게 보는 입장을 소독일주의라고 부릅니다.
그 중에서도 프로이센의 재상이 되는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소독일주의에 입각한 통일정책을 추구합니다. 사실 비스마르크는 노련한 외교관이었고 전쟁을 싫어했지만, 독일의 통일은 현실적으로 강력한 정책으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철혈 연설을 통해 강철의 총리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북쪽에 거주하는 게르만의 여러 나라들은 결국 프로이센 주도로 통일되어 독일 제2제국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남쪽에는 마찬가지로 게르만 계열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다민족국가였습니다. 그리고 동유럽에서 사건이 터집니다.
동유럽은 사실 구분은 하면서도 엄청 이질적인 지역입니다. 과거 공산권으로 분류되었다는 점만 빼면 사실 공통점이 없습니다. 발트 해 연안에 있는 국가들은 사실 북유럽과 더 가깝고, 폴란드는 스스로를 중유럽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유고슬라비아를 이루고 있던 국가들은 대부분 발칸국가로 불리고, 카프카스나 터키는 아시아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누가 봐도 유럽의 동쪽에 있는 러시아는 사실 유라시아에 걸쳐 있다 보니 유럽의 일부로 보기가 상당히 애매하구요. 이렇게 다양성이 큰 동유럽에서 여러 제국의 지정적 충돌이 발생합니다.
통일 이후 새롭게 부상하는 프로이센, 전통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슬라브 제국의 대표격인 러시아, 이슬람권의 오스만 등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제국들이었습니다. 폴란드, 불가리아, 크림반도, 조지아 등에서 이러한 세력의 충돌이 나타났구요. 혹시 데이터의 시각화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은 크림전쟁에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작성한 보고서와 장미도표를 찾아봐도 좋습니다.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승리한 프로이센은 통일된 독일 제국이 가진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을 옛날 분들이 한자로 보불전쟁이라고 하는데 같은 거니까 헷갈리지 마세요. 유럽의 강자인 독일을 견제하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는 연합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동쪽의 범슬라브주의 대표국인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범게르만주의로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동맹을 맺게 되구요. 이러한 국가간 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사라예보 사건이 터집니다.
사실 오스트리아의 황태자가 암살되는 사건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닌데, 오스트리아의 동맹국인 독일이 참전하게 되고 세르비아를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가 참전하게 되면서 줄줄이 끌려들여오게 됩니다. 대영제국이 참전하게 되면 아일랜드,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식민지도 싸그리 참전하게 되면서 전쟁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됩니다. 그래서 20세기는 세계대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되었습니다. 똑같은 제1차 세계대전이지만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지도는 다르게 표현됩니다. 영국에서 만든 지도와 독일에서 만든 지도를 비교하면서 읽으면 국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어떤 프로파간다를 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세계가 불바다로 빠져들던 시절 미국은 사실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우리들이야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인 것을 알고 있으니 어색하지만, 사실 그 시절까지만 해도 미국은 한창 성장하고 있는 신생 독립국이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유럽 열강에게 상호불간섭을 주장하는 먼로주의 노선을 유지했습니다. 유럽 열강에게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패권을 내려놓으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미국이 유럽에서 발생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다른 대륙의 일에 개입하고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고립을 추구하겠다는 방향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유럽의 전쟁에 신경끄고 물자나 공급하며 수익만 추구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전쟁은 군대가 해야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했습니다. 이른바 총력전으로 신체 멀쩡한 모든 남성들이 징집되어 전선의 참호로 향하고, 공장과 농장의 일터에서는 여성들이 그 자리를 메우며 서로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 겨루게 된 셈입니다.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인해 미국의 피해가 발생하자 결국 참전하게 되었고, 전쟁이 끝난 이후 베르사유 체제도 미국이 주도하게 됩니다.
다시는 이러한 참혹한 전쟁이 반복되지 않도록 미국 대통령이던 우드로 윌슨의 주도로 국제연맹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을 일으킨 국가들에게 지배를 받던 약소민족들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게 민족자결주의 원칙이 세워졌습니다. 덕분에 동유럽 일대에 새로운 독립국이 엄청 생겨났고, 제국은 해체되어갔습니다. 오스만제국도,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도 해체되었고, 러시아는 전쟁 중 공산혁명으로 소비에트로 거듭납니다.
새 시대는 다음 시간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제국주의와 유럽에 대해 생각할 주제를 제시하니 궁금한 친구들은 고민 좀 해보세요. 수업 듣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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