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업자료/고양국제고 수업자료(2021)

세계문제와미래사회_03대륙세력

by Thisis Geoedu 2021. 3. 17.

라첼이 지표 공간과 인간과의 관계에 주목해 인문지리학을 만들었고, 셸렌은 지리적 조건과 국가의 흥망성쇠에 관심을 가지고 지정학을 개념화했습니다. 그리고 마한은 해양력에 주목해서 국가의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해양이 아니라 대륙에 주목한 학자가 등장합니다.

본격적인 정치지리학은 바로 이 사람에서 출발합니다. 할포드 맥킨더. 지정학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하는 이 학자는 당시 독일에서 이제 막 태동기에 있던 이 학문이 가진 중요성을 깨닫고 영국에도 도입합니다. 특히 정치지리학의 기본이 되는 지리학에 많이 주목하였는데,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이어줄 수 있는 지리학의 특성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학문의 거대한 두 계열을 이어줄 수 있는 다리처럼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명문대학교로 꼽히는 런던정경대학교의 설립자이기도 합니다.

이 맥킨더는 세계사의 큰 흐름에 주목합니다.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는 바다로 탐험하며 지도를 만들고 식민지를 개척하는 시기였다고 정리합니다. 그런 시대였기에 맥킨더가 있는 대영제국이 세계의 패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하지만 유럽의 역사를 더 큰 시야에서 보면 좀 다릅니다. 유럽과 아시아는 사실 하나의 대륙으로 붙어있습니다. 다시 말해 유라시아라는 뜻입니다. 유라시아 내부에는 스텝이 있고, 초원에는 유목민족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의 역사를 제대로 보면 훈이나 몽골 등 유라시아의 유목민족들의 침략을 받아온 역사입니다. 그래서 유라시아의 내부는 핵심 중에 핵심인데, 이 지역에서 변화가 시작됩니다. 유라시아 내륙은 산지와 고원 등으로 막혀 있어 인도양이나 태평양으로 나가는 하천이 없습니다. 그렇다는 얘기는 가항하천이 없어 해양세력이 접근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유라시아 내부의 하천은 북극해로 흐르게 되는데, 북극해는 북극권에 위치해 얼어붙는 일이 잦고 21세기에도 항해가 그다지 녹록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교통수단이 도입됩니다. 영국에서 시작해 대량의 화물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수송할 수 있는 특성이 주목받게 된 기차입니다. 세계의 교통이 말에서 배로, 다시 배에서 기차로 변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유라시아 대륙 내부에서 철도망이 놓이면서 방대한 자원과 군수물자가 빠르게 이동하게 되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 지역이 가진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유라시아 대륙 내부는 기마 유목민들에게 열려 있었고, 철도 네트워크로 뒤덮이게 되며, 가항하천이 없어 선박을 통한 해양세력의 진입이 불가능한 세계 정치의 추축지역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세계의 역사를 수레바퀴처럼 굴린다면, 그 바퀴 축에 해당하는 지역인 셈입니다. 그래서 유라시아라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대륙에 세계섬이라고 이름 붙이고 그 핵심에 추축지역이 배치되어있는 지도를 제시합니다. 추축지역에 인접한 해안지대는 내부초승달지대라고 구분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은 외부초승달지대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국제 정세가 변화하며 일부 내용을 수정합니다. 새롭게 떠오르는 독일과 거대한 산업국가로 변모해가는 소련의 사이에 있는 동유럽이 가진 위상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존의 추축지역에 동유럽을 포함해 심장지역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고, 이후 심장지역이 맥킨더와 대륙세력을 대표하는 표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하트랜드는 심장지역 또는 심장지대라고 번역합니다.

심장지역이 중요한 이유는 아주 명료합니다. 동유럽을 지배하는 자가 심장지역을 지배하고, 심장지역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섬을 지배하고, 세계섬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맥킨더의 주장은 심장지역에서 세계섬으로, 세계섬에서 세계의 패권으로 이어지는 단순하고 명료한 논리를 가지고 있어 영향력이 강했습니다. 사실 더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지리적인 인식입니다. 세계의 정치 현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세계의 자연지리를 살펴봅니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대륙이자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살고 있는 막대한 대륙인 유라시아를 중심에 둡니다. 산지와 하천의 분포를 살피고, 가항하천과 교통수단 변화에 주목합니다. 다른 것보다 통합적인 사고와 넓은 시야만큼은 여러분들에게도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대륙세력의 팽창은 대영제국과의 충돌로 나타납니다. 특히 19세기에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두 세력이 자주 충돌하게 되는데, 아프가니스탄이나 페르시아가 대표적입니다. 이 시기를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부르는데, 지도를 펴서 위치를 살펴보면 왜 두 세력이 충돌하게 되는지 이해가 금방 될 것 같습니다.

맥킨더가 살아있던 시기에는 독일과 소련이 동유럽을 두고 서로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심장지역의 패권을 장악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두 세력이 견제를 하면 영국 입장에서도 걱정할 필요는 없는데, 독소불가침조약처럼 독일과 소련이 서로 연합하게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독일과 소련이 전쟁을 해서 독일이 우랄산맥 서쪽의 모든 동유럽을 장악하게 되어도 문제입니다. 맥킨더가 더 오래 살았다면 지금까지도 항상 걱정이 많았을 것 같아요.

사실 2차대전이 끝나고 지정학은 인기가 시들해집니다. 하우스호퍼 같은 지정학자들이 전쟁에 기여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정학을 이야기하는 것은 호전적인 미치광이로 보여도 할 말이 없었습니다. 지리학도 덕분에 침체기를 맞게 됩니다.

하지만 미국의 스파이크맨은 지정학이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맥킨더의 이론을 수용하고, 미국의 대외 전략을 수립하는 데 기초로 삼습니다. 그렇게 쓴 책이 바로 평화의 지정학입니다. The Geography of the Peace니까 사실 평화의 지리학인데, 한국어 번역은 어쩌다 보니 지정학으로 되었습니다. 이 분야에 관심있는 친구들에게 강력하게 권하는게, 다른 책보다 많이 두껍지 않습니다. 게다가 수업에서 전달하고 싶은 고전지정학에 대한 어지간한 핵심은 다 들어가 있습니다. 게다가 지도의 제작이나 투영법에 관련된 내용도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구요. 지리랑 외교정책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지리적 위치와 힘의 분포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잘 나와있습니다. 그래서 지리적 문해력을 기르고 싶은 친구들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책 장사 아닙니다. 안읽어도 큰 문제가 있진 않아요.

아무튼 다시 스파이크맨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스파이크맨은 맥킨더의 이론 구분은 사실 그대로 반영합니다. 세계섬 즉 유라시아를 중심으로 보는 시각도 그대로고, 인접한 내부와 멀리 떨어진 외부를 구분하는 방식도 대동소이합니다. 다만 세계섬에서도 주목하는 곳이 다릅니다. 맥킨더는 내부의 심장지역을 핵심으로 보았다면, 스파이크맨은 이와 인접한 해안 지역을 림랜드로 정의하고 핵심으로 보았습니다. 림랜드야말로 인구도 많고 문명이 발달해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심장지역 국가가 림랜드를 점령하게 되면 해양 진출이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해양국가는 림랜드를 통제하면서 심장지역을 봉쇄하면, 제 아무리 심장지역을 장악하고 있어도 세계에 패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스파이크맨이 미국 학자이고, 미국의 대외전략으로 스파이크맨의 견해가 계승됩니다. 그래서 2차대전이 끝나자 마자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합니다. 유럽의 나토 결성,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의 참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의 무자헤딘 지원 등은 모두 소련 견제를 추구하는 미국의 방향성을 잘 드러내줍니다. 유럽에서 서남아시아를 거쳐 동북아시아까지 연결되는 림랜드에서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미국의 국정 운영에 이들 이론이 미친 영향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정치에서 학습했던 수많은 내용들도 이런 기반에서 이해하면 훨씬 쉬워집니다. 유라시아의 심장지역과 봉쇄가 가진 의미를 생각해보면서 오늘 수업은 마무리하겠습니다.

생각하면 좋은 주제들이 끝에 제시되어 있으니, 심심한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