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시간에 이어 조금 남아있는 이론 하나 소개하고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마한은 해양력, 맥킨더는 대륙세력을 중심으로 보는 이론이었습니다. 사실 다 고전지정학이라서 국가의 권력과 통치력과 군사력과 패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대전 이후로 상황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셰버스키는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활동한 군인이자 사업가입니다. 당시엔 비행기의 중요성이 점점 커져가면서, 정밀한 폭격이 가지고 있는 전략적인 가치도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셰버스키는 항공력이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먼 거리를 날아가는 폭격기나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폭탄 등 항공자산을 가지고 있으면 상대국이 함부로 행동할 수 없게 됩니다. 특히 셰버스키가 주목했던 미사일, 우주전, 전자전 등의 중요성이 실제로 커지면서 항공력은 더욱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정학에서 셰버스키를 굳이 꺼내는 이유는 주목하는 지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냉전 시대에는 소련과 미국이 서로 경쟁했는데, 문제는 그 둘이 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지도는 적도를 기준으로 펼쳐진 지도를 많이 사용합니다. 근데 그거 말고, 북극을 중심으로 펼친 지도를 사용하면 완전히 달라집니다. 소련과 미국은 사실 북극을 통과하면 직선거리로 꽤나 가깝습니다. 게다가 항공기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작전반경이 넓어졌고, 서로의 핵심 산업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전까지는 얼어붙어 사람도 살기 힘든 쓸모 없는 땅이라 생각한 북극권이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셰버스키는 이 곳을 결정지역이라고 개념화했습니다. 실제로 냉전 시기 북극권은 양측의 군사력 대치가 이루어진 곳이었고, 그린란드나 아이슬란드에서 미군기지가 운용된 것도 셰버스키의 이러한 견해에 기반해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번 차시에서 다룰 영토와 경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국가의 영역은 영토, 영해, 영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은 국방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지킬 수 있는 곳까지만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니까요. 영해의 인정 범위가 지금은 기선으로부터 12해리인데,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대포의 사정거리가 늘어나는 것과 함께 늘어난 것도 있습니다. 영공도 우주 끝까지 연장되는 것이 아니고, 항공기가 날아다니는 범위까지만 보통 영공으로 인정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건 아니고, 영역이라고 하지만 사실 영토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인간이 땅에 사니까요. 그래서 영토를 기준으로 해서 그 바깥 바다가 영해가 되고, 그 영토와 영해의 상공이 영공이 됩니다. 여기까지는 중학교에서도 배우는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이제 영토를 좀 쪼개봅시다. 영토의 크기입니다. 영토의 크기는 큰 것이 좋을까요 작은 것이 좋을까요? 던지는 질문이 늘 그래왔듯 당연히 이번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영토가 크면 장점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자원이 매장되어 있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게다가 영토가 크면 국방의 이유로도 유리합니다. 후퇴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니까요.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러시아입니다. 유럽을 호령했던 나폴레옹도 히틀러도 러시아와 소련을 침공했다가 결국 실패하게 됩니다. 나폴레옹의 원정을 공간과 시간과 군대의 규모까지 함께 표현한 그래프가 있으니 참고해보세요. 데이터의 시각화 측면에서 자주 나오는 사례거든요.
영토가 크면 꼭 좋은 것은 아닌게 여러 민족이 한 나라에서 살아가는 경우가 생겨난다는 점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국민들을 통합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게 되고, 분리주의나 갈등에 시달리기 쉽습니다. 영토가 작으면 그래서 국민통합에 유리한 편이긴 한데, 작아도 여러 민족이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아서 뭐 꼭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음은 영토의 위치입니다. 특히 해안의 여부가 중요합니다. 해양세력에서 배웠지만 세계의 대양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는 얘기는 해안을 끼고 있는 국가가 항구를 건설하면 전 세계 해양의 물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대량의 화물을 안정적으로 수송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게 되고, 무역을 통한 경제 성장도 가능해집니다. 지구에 있는 대부분의 국가와는 다르게 해안을 끼고 있지 않는 국가들도 있는데, 흔히 내륙국이라고 부릅니다. 내륙국은 국제하천이 있는 경우에는 그래도 좀 나아서 다른 나라와 협조하며 해양 네트워크로 접근하긴 합니다. 그나마도 없는 경우에는 경제성장에 다른 나라에는 없는 어려움을 깔고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이번에는 영토의 형태입니다. 영토의 형태는 그냥 직관적이라서 말만 어렵고 이해는 쉽습니다. 먼저 덩어리진 형태입니다. 국토의 장축과 단축의 비율을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국가들입니다. 원을 떠올리면 쉬운데, 원은 같은 넓이일 때 둘레가 가장 작은 도형입니다. 국가에 대입해보면 같은 면적일 때 국경의 길이가 가장 짧은 형태가 되고, 그렇다는 얘기는 통치에 유리하다는 뜻이 됩니다. 대체로 원이나 정다각형의 형태에 가깝습니다. 폴란드, 이집트, 캄보디아, 프랑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음은 돌출형입니다. 국토의 형태는 뭐 그런가보다 하는데, 이상하게 영토에 뭔가 툭 튀어나와 있는 부분이 있는 경우입니다. 그렇게 튀어나온 부분을 냄비의 손잡이에 비유해서 팬핸들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대체로 이런 팬핸들에는 사연이 좀 있는데, 자원으로 접근하는 경로가 되거나 다른 나라가 서로 충돌하지 않게 해주는 완충지대인 경우가 있습니다. 나미비아의 경우에는 잠베지강으로 가는 경로이고, 아프가니스탄은 와칸 회랑이 돌출되어 있습니다. 나미비아, 아프가니스탄, 타이 등이 돌출된 국가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길쭉한 국가도 있습니다. 노르웨이, 칠레, 말라위 등이 대표적입니다. 대체로 국토의 단축에 비해 장축이 아주 긴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면적에 비해서 국경이 아주 길게 나타납니다.
영토가 파편처럼 흩어진 국가들도 있습니다. 다른 영토나 하천 등으로 분할된 경우인데, 아무래도 자연적으로는 섬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덴마크나 인도네시아처럼 섬이 많은 국가들은 파편화된 영토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아무래도 배를 타고 가야 하다보니 통치가 그다지 쉽지는 않습니다. 꼭 도서국가만 파편화된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알래스카나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처럼 다른 나라 영토를 거쳐서 가야 하는 떨어진 영토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주변 나라와의 관계가 좋지 않으면 접근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은 구멍이 뚫린 국가입니다. 영토 안에 다른 나라의 영토가 있는 경우인데, 아무래도 에스와티니가 내부에 위치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제일 유명합니다. 에스와티니 입장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거치지 않으면 어디로도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크고 대표적인 사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이고, 작은 사례는 아주 많습니다. 이탈리아에는 바티칸이나 산마리노 등의 작은 국가들이 내부에 있습니다. 오민과 아랍에미리트의 경우에는 독립하면서 서로의 내부에 영토를 가지고 있게 되었습니다. 네덜란드에는 벨기에 영토가 얽혀 있어 이색적인 국경으로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영토와 영토는 국경으로 구분되고, 국경은 다른 어떤 지리적 경계보다 신성하고 엄격하게 받아들여집니다. 지역 이해에서도 잠깐 살펴보았던 그 내용이긴 한데, 국경과 문화 경관을 고려하여 형태를 구분하기도 합니다. 주로 자연환경의 제약 등으로 국경과 문화 경관이 확실하게 구분되는 경우는 선행형이라고 합니다. 국경이 먼저 형성되고 인간 거주가 나중에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이렇게 되기 쉬운데, 인간 정착이 어려웠던 밀림, 극지방, 고산지방 등에서 보기 쉽습니다. 보르네오 혹은 깔리만딴 섬에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의 국경이 대표적입니다.
종행형은 국경에 따라 문화경관의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이긴 한데, 국경이 아주 오랜 기간 조정을 거치면서 서서히 만들어진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중국과 베트남 사이의 국경이 대표적입니다. 그 북쪽으로는 중국어를 쓰고, 그 남쪽으로는 베트남어를 사용하니까요. 세계의 국경 중에서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이기도 합니다.
전횡형은 문화경관과 국경이 완전히 따로 노는 경우입니다. 거기 살고 있는 주민들과 문화경관이랑 무관하게 국경이 설정된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식민지배를 당한 경우에 흔합니다. 식민 모국이 일방적으로 분할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와 파푸아뉴기니 국경이 대표적입니다.
마지막은 국경이 아니지만 문화경관 측면에서 아직 흔적이 남아있는 경우입니다. 베트남의 경우 과거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으로 분단된 적이 있지만, 지금은 통일국가입니다. 이해가 어려우면 우리나라가 통일된 이후를 생각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남북한이 통일된다고 해도 지금 수십년간 서로 다른 상황에서 만들어놓은 흔적이 순식간에 사라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 때 군사분계선은 잔존경계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정도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제시된 주제들은 생각 한 번 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안녕~
'수업자료 > 고양국제고 수업자료(2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문제와미래사회_06제2차세계대전 (0) | 2021.03.23 |
---|---|
세계문제와미래사회_05제1차세계대전 (0) | 2021.03.22 |
세계문제와미래사회_03대륙세력 (0) | 2021.03.17 |
세계문제와미래사회_02해양세력 (0) | 2021.03.15 |
세계문제와미래사회_01지정학 (3) | 2021.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