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배울 내용은 해양세력입니다.
크게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간단하게 하고 넘어갈게요. 요약하자면, 바다의 주인이 곧 세계의 주인이라는 뜻입니다.
한번 지구를 평소와 다른 눈으로 볼까요? 사실 지구라는 이름부터 의심스럽습니다. 지구의 별명이 뭔가요. 블루 마블, 파란 구슬입니다. 지구 표면의 대부분은 사실 땅이 아니라 물로 덮여 있습니다. 어쩌면 지구가 아니라 수구가 아닐까요? 지구본이나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가상의 지구를 태평양을 중심에 두고 보면 거의 대부분이 파란색으로 덮여 있는 수반구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반대편이 육반구이긴 한데, 육반구조차도 바다가 더 넓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지 않았던 것은 우리가 육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도를 그릴 때에도 항상 육지 중심으로 그리게 됩니다. 대륙을 최대한 덩어리지게 만들고, 대양을 갈기갈기 찢거나 구석에 둡니다. 하지만 반대로 대륙을 찢고 바다를 중심에 두고 지도를 그리면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카스피해 등 내륙의 호수를 제외하면, 세계의 바다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제주도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래가 그린란드 앞바다에서 발견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해양을 이루고 있는 물도 컨베이어벨트처럼 크게 순환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바다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화물선들이 바다를 건너 물자를 운송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바다에 주목한 국가들이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그리고 열대 기후 지역에서 재배되는 향신료는 이슬람 제국과 베네치아를 거쳐 유럽으로 유통되었기 때문에 가격이 비쌌습니다. 포르투갈은 이러한 향신료가 가진 상품성에 주목해서 일찍부터 무역로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남쪽으로 쭉 내려가면 아프리카의 끝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결국 바스쿠 다 가마는 인도로 가는 항로를 발견했습니다. 토르데시야스 조약으로 브라질부터 동쪽에 있는 식민지를 운영하였고, 인도의 고아나 중국의 마카오 등에는 그 흔적이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또다른 제국이 바로 에스파냐입니다. 우리 학교에서도 에스파냐어의 인기가 참 많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어로 사용하는 언어는 중국어이지만, 그 다음이 바로 에스파냐어입니다. 에스파냐의 인구가 중국 다음으로 많은 것이 아니고, 에스파냐의 식민지배를 당했던 지역에 그 흔적이 강하게 남아있는 것입니다. 크리스토발 콜론은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서쪽으로 가면 인도로 간다고 믿었고, 그 덕분에 카리브해를 중심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동쪽 해안에 상륙하였습니다. 이는 이후 에스파냐가 아메리카 대륙의 대부분을 식민지배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서쪽으로 더 항해하며 지금의 필리핀도 식민지로 삼았으니, 실로 엄청난 규모입니다.
뒤이어 등장한 제국은 바로 네덜란드입니다. 네덜란드가 특이한 점은 바로 동인도회사와 서인도회사라는 주식회사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결합된 형태였다고 할까요. 그래서 서인도회사는 삼각무역으로 대표되는 대서양 무역을 담당했고, 동인도회사는 인도양과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운영되었습니다. 동인도회사는 사실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 회사입니다. 여러분들이 알고있는 미국의 공룡처럼 거대한 어지간한 회사들의 시가총액보다 큰 것이 바로 메이저 석유회사입니다. 에너지가 현대 문명에서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보다 무시무시한게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구요. 그리고 그 회사보다 시가총액이 큰 남해회사나 미시시피회사도 있었는데,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지 궁금한 친구들은 투기의 측면에서 한번 공부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쨋든 동인도회사는 지금 유명한 회사들 여럿을 합쳐도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회사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근처에서도 쉽게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제주도에 불시착한 네덜란드인 하멜도 동인도회사 소속이었어요. 나가사키를 가던 길이었으니, 카스테라로 유명한 나가사키의 데지마에 가도 그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타이완을 통치했던 거점인 타이난에 가면 네덜란드에서 세웠던 요새도 있어요. 네덜란드가 유럽에서도 그리 크지 않은 국가였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인도네시아가 된 거대한 바타비아 식민지를 가지고 있던 점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게다가 남아프리카에도 보어인들이라는 네덜란드계 이민자의 후손들이 많습니다.
네덜란드를 이렇게 성장시킨 것도 바로 해양의 힘이었습니다. 알프스 이북의 르네상스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그림이 바로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입니다. 그 그림을 그린 작가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인데, 또 다른 유명작이 바로 지리학자입니다. 지구본을 뒤에 두고, 지도 펼치고 먼 곳을 바라보는 지리학자의 역할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당시 네덜란드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지도입니다. 지금은 벨기에인 플랑드르 출신이지만 아무튼 그때의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헤르하르뒤스 메르카토르가 있습니다. 세계지리를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들어보게 되는 메르카토르 도법이 바로 이 메르카토르가 만든 지도입니다. 경선을 평행하게 만들고 위선 간격을 동일하게 만들어, 목적지까지 빠른 길은 아니어도 한 방향으로만 가면 도착할 수 있게 표현하였습니다. 현대에는 그 한계점 때문에 다양한 도법의 지도가 활용되지만, 지난 수백년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널리 쓰였던 도법이 바로 메르카토르 도법입니다.
그런 네덜란드보다 더 강력한 제국으로 떠오른 제국이 바로 영국입니다. 대영제국이라고 하죠. 에스파냐의 강력한 함대도 영국을 정복하려다 풍랑을 만나 크게 손해를 입었습니다. 유럽 대륙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프랑스의 나폴레옹조차 트라팔가 해전에서 패배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광화문광장과 이순신동상이 랜드마크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처럼, 런던에는 트라팔가 광장이 있고 거기에는 넬슨의 동상이 있습니다.
아무튼 대영제국은 잘나갔습니다. 제일 넓을 때에는 세계 4분의 1이 대영제국의 통치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른 바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된 셈입니다. 우리가 국어 다음으로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도, 세계에서 영어가 가진 지위가 막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영어의 지위가 막강해진 것은 대영제국의 영향력을 빼고 생각하기 힘듭니다.
이처럼 해양에 주목해 국가의 흥망성쇠를 바라본 인물이 바로 미국의 알프레드 마한입니다. 마한은 사실 해군 제독이었고, 그래서 선박을 통한 해양에서의 수송력과 그 것을 보호할 해군력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해양력이라는 개념으로 만들어, 국가는 해양을 통제하고 이용하는 능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도 그래서 해양국가로 거듭나게 됩니다. 사실 그 전까지 미국은 서부개척을 통해 영토를 팽창시키고 있었습니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거대한 국가를 건설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제는 해양력을 중심으로 팽창해야 한다는 방향을 세운 셈입니다. 19세기 후반 에스파냐와의 전쟁으로 플로리다 뿐만 아니라 필리핀도 통치하게 되고, 태평양에 있던 하와이 왕국을 병합해 50번째 주로 편입시키기도 합니다. 미국은 대서양에 면한 북동부 13개 주에서 독립했기에 지금도 이 지역이 주요 대도시들이 이 지역에 밀집해 있는 핵심지역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해양력은 서부 태평양과 동부 대서양으로 양분될 수 밖에 없는데, 아메리카 대륙이 또 워낙 길어서 남극권에 닿아있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티에고델푸에라까지 가야만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마젤란 해협이 있어서 항해가 힘든 것은 둘째 치고, 너무 멀어서 시간도 오래 걸렸습니다. 그래서 아메리카 지도를 잘 보면 잘록한 곳인 파나마 지협에 주목합니다. 콜롬비아로부터 파나마를 독립시키고, 여기에 운하를 건설할 권리를 이어받아 결국 파나마 운하를 완성시킵니다. 그렇다는 얘기는 대서양과 태평양의 이동거리를 혁신적으로 줄였다는 뜻이고, 미국의 해양력이 훨씬 강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그려진 삽화를 보면 미국의 독수리가 마닐라, 하와이, 사모아, 푸에르토리코 등으로 뻗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고, 그 밖에 생각해볼만한 주제들을 넣었습니다.
끝 없이 펼쳐진 드넓은 바다의 기운을 떠올리며 오늘 수업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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