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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자료/고양국제고 수업자료(2021)

세계문제와미래사회_01지정학

by Thisis Geoedu 2021. 3. 8.

안녕하세요.

첫 단원은 지정학입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지정학에 앞서 지리학부터 잠깐 살펴봅시다. 지리학은 Geography라고 씁니다. 땅에 대한 기록이라는 뜻입니다. 지정학은 Geopolitics라고 씁니다. 땅에 대한 정치라는 뜻입니다. 지정학이라는 단어를 일상에서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이른바 리더라고 하는 사람들은 꽤나 자주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대체 지정학은 무엇일까요?

사실 지리정치학을 줄여 부르는 지정학과 유사한 개념이 바로 정치지리학입니다. 정치지리학은 공간과 권력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수도의 위치, 행정구역의 개편, 선거구의 조정, 지명의 이용, 신체와 권력, 도시의 주인, 통일 등등 아주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룹니다. 지정학은 일반적으로 국가 단위의 흥망성쇠를 중심으로 살펴보기 때문에 정치지리학의 하부분야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지정학에 와서는 연구 대상이 다양해지면서 정치지리학과 지리정치학을 여러분들이 구분하는 의미는 없구, 그냥 섞어서 사용해도 됩니다. 별 일 없으면 지정학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지정학은 지리적 요인과 힘의 관계를 분석합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과학에서도 윤리에서도 그랬듯 또 고대 그리스로 갑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지리적 특성에 기반해 국민의 이질성이나 정부의 형태 등을 언급하였고, 헤로도토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지리적 조건에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그런거는 다 옛날 얘기입니다. 우리가 아는 그 근대 지정학은 사실 스웨덴의 셸렌에게 기원합니다. 첼렌인지 켈렌인지는 스웨덴어 발음을 잘 모르니까 궁금한 친구들이 찾아보세요. 셸렌은 국가의 다양한 문제와 상황을 그 국가의 지리적 조건에 기반해서 생각하는 학문을 지정학으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독창적으로 등장한 생각은 아니에요. 사실 독일의 지리학자 프리드리히 라첼에게 영향을 받았거든요. 라첼은 보통 자연지리의 아버지인 훔볼트와 함께 인문지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주아주 초창기 지리학자입니다. 라첼은 문화지리 등 인문지리학의 여러 분야를 연구했는데, 그 중에서 레벤스라움이라는 개념을 사용했습니다. 독일어 레벤스라움은 영어로 리빙스페이스, 우리 말로는 생활공간으로 번역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우리는 학문에 선을 그어가면서 이 학문과 저 학문을 나누고 다른 학문은 알 필요 없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 모든 학문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 학문에서 만들어진 아이디어가 다른 학문에 연결되기도 해요. 인구학자인 맬서스는 식량과 인구와의 관계에 주목해 잉여인구가 발생하는 과정을 인구론에 담았습니다. 인간사회에 펼쳐지는 경쟁의 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다윈은 모든 생명체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살피다가 진화론을 발표하게 되었구요. 진화론은 빅아이디어로 다른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서 과학시간에도 꼭 배워야 합니다. 그 진화론의 아이디어를 받아온 것이 바로 사회진화론이에요. 물론 내용은 완전 틀렸지만, 사회진화론은 제국주의의 논리로 전 세계에 널리 쓰입니다. 라첼도 나중에 인종주의와 결합하는 사회진화론이 등장하는데에 영향을 주기도 했어요.

여튼 라첼이 만든 정치지리학의 아이디어는 스웨덴의 셸렌에 의해 지정학이라는 학문으로 정리되었구요. 다시 1920년대 독일의 여러 지정학자들에 의해 지정학 이론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스웨덴은 독일이랑 가깝기도 하고, 게르만 어군이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쉽기도 해요. 그 시기 대표적인 지정학자가 바로 독일의 하우스호퍼이구요. 하우스호퍼의 이론은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 즉 나치의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러한 방향은 사실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제국의 팽창 정책까지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근대 지정학의 유명인사 하우스호퍼를 조금 더 살펴볼까요? 하우스호퍼는 그 레벤스라움 개념을 정리하여, 국가의 성장과 발전에 레벤스라움의 확장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하우스호퍼가 레벤스라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과정에서 어쩌면 우리가 관련되어 있을지도 몰라요. 하우스호퍼는 젊을 때 군인으로 일본에 파견되었는데, 하필 그 시기가 일제가 대한제국의 국권을 침탈하고 있던 시기거든요. 그래서인지 일본이 타이완이나 조선을 지배하며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처럼, 독일도 독일인에게 필요한 생활공간을 확보해야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됩니다. 세계를 여러 개의 범지역으로 구분하여 미국이 아메리카의 핵심으로 기능하는 것처럼 독일은 유럽과 아프리카, 일본은 아시아의 핵심으로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핵심 국가로 나중에 소련을 주목하고 추가하기도 했구요. 이런 핵심국가끼리는 서로 싸울 이유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견해가 나중에 독일과 소련의 비밀스러운 협정인 독소불가침조약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도 사실 이러한 견해는 아주 인기가 있었습니다. 일본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가져가는 핵심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일본 지정학자들은 일본의 자연지리를 기반으로 지정적인 의미를 부여합니다. 일본은 유라시아와 태평양 사이에 있는 열도입니다. 이러한 자연지리적인 특징이 바다와 육지로 뻗어나가기 좋은 위치라는 의미가 부여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일본 제국의 팽창을 위해 황국신민으로 충성을 다해야한다는 이데올로기가 주입됩니다. 교육을 통해서요. 지금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국민학교의 지리교과서에서도 이러한 지도가 널리 활용되면서, 지정학은 단순히 학문의 세계를 넘어 대중들의 선전과 선동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생각해볼만한 주제들을 넣었습니다. 여유가 있는 친구들은 한번 고민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수업 듣느라 고생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