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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자료/고양국제고 수업자료(2021)

세계문제와미래사회_06제2차세계대전

by Thisis Geoedu 2021. 3. 23.

빠밤. 다시 수업시간입니다. 사실 이렇게 교실에서 차분하게 전달하기 어려운 인류의 비극이지만, 여러분들이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담백하고 간결하게 후다닥 나가보겠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입니다.

그러려면 먼저 1차대전 이후 상황을 살펴봐야겠죠?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원칙으로 독일과 러시아 사이의 동유럽에 새로운 독립국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래서 독일과 러시아가 서로 국경을 접하지 않고 멀찌감치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지도에서 독일의 영토만 잘 봐도 시대별로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일을 지역별로 조금 더 자세히 보겠습니다. 먼저 알자스-로렌입니다. 지도에서는 도시 중에 스트라스부르를 찾으면 편합니다. 여기는 프랑스의 영토이긴 하지만, 오랜 기간 독일계 주민이 거주해온 곳입니다. 주민들의 정체성이 독일인지 프랑스인지 헷갈렸던 곳이긴 한데, 철광석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어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서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 혼란상이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에 소개되어 있는데, 아마 접해본 학생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석탄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슐레지엔, 라인강 일대의 라인란트. 쾨히니스베르크와 칸트로 잘 알려진 동프로이센 일대가 알자스와 함께 옛 프로이센의 영토였습니다. 지금의 독일 영토와는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1차대전이 끝나고 국경이 조정되면서 영토가 크게 변화하였습니다. 그 상황을 보여주는 지도가 바로 펭크의 독일 사람과 문화가 있는 땅입니다. 1차대전 이후 알자스-로렌은 프랑스로 떨어져 나갔습니다. 폴란드가 새로 독립하면서 폴란드가 내륙국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폴란드회랑을 가지게 되었고, 덕분에 동프로이센은 독일 영토에서 뚝 떨어져 있는 고립된 영토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이 지도에서 표시된 독일인의 분포 지역과 국경이 일치하지 않게 되었고, 지정학자들은 레벤스라움 개념을 이용하여 독일인에게 충분한 레벤스라움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지도를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 지정학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위대한 게르만 민족의 팽창을 주장하는 정치 세력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나치입니다. 과거 독일문제에서의 대독일주의와 같이 독일계 전체가 포함된 통일국가를 건설해야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해당 지도에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사실 독일 영토 내에도 독일인이 아닌 폴란드인이나 유대인 등 다양한 민족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나치는 독일 민족이 혈통과 문화의 순수성을 지닌 우수한 민족이지만, 1차대전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전쟁에서 패배한 이유를 독일 내부의 배신자에서 찾으면서, 공산주의자나 유대인이나 집시가 독일 내부에 있으면서 등 뒤에 칼을 꼽았던 원흉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민족의 이름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보았고, 같은 게르만 민족이 살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통일해야한다는 대독일주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오스트리아 출신인 히틀러는 여기에 사명감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주장이 극단적 형태의 민족주의로 발전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홀로코스트로 연결됩니다.

1차대전이 끝난 뒤에는 지금의 체코랑 슬로바키아가 체코슬로바키아로 독립했습니다. 그리고 그 서쪽에는 주데텐란드가 있었구요. 독일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히틀러는 주데텐란드의 할양을 요구했습니다. 물론 당연히 욕심이 거기서 끝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체코슬로바키아 전역을 점령하게 됩니다. 독일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사용한 것도 바로 지도입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독일과 접하고 있고, 마치 깊숙하게 박힌 칼처럼 독일 영토 내에 들어와 있는 형태라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체코슬로바키아의 공군이 독일 전역을 단시간에 공습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래서 독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선제적으로 체코슬로바키아를 통제할 권한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심어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와 독일의 군사력을 비교하면 그런 주장은 과장이 아주 심했다는 점입니다. 실제 사실관계와는 별개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능력이 무서울 따름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다시 세계는 전쟁으로 빠져듭니다. 이탈리아와 독일과 일본 등은 추축국으로, 소련과 미국과 영국과 중화민국 등은 연합국으로 서로 대립합니다. 그 와중에 정말 특이하게도 독일과 소련은 불가침조약을 맺습니다. 분명 나치의 적이 공산주의자이고, 스탈린도 당연히 히틀러를 싫어하지만 두 나라가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야 말았습니다. 전쟁이 일어나자 그 덕에 결국 나치 독일과 소련이 사이좋게 동유럽 일대를 분할하여 점령하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유럽 대륙의 전역에서 독일의 팽창이 엄청나게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로 전차와 전함과 전투기 등이 전쟁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게 되면서 전략 자원으로 석유가 가진 중요성도 크게 증가합니다. 독일의 지정학자들이 주장하던 그 개념 레벤스라움을 다시 생각해보면 됩니다. 그들은 독일민족에게는 충분한 생활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학자들이 자주 언급하던 발트해에서 흑해까지의 확장은 결국 독일과 소련의 전쟁으로 이어졌고, 우크라이나의 곡창지대와 카스피해의 유전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고 독일은 몰락했습니다.

이제는 동아시아로 가보겠습니다. 일본제국은 당시 군국주의 국가로 대외 팽창이 한창 진행중이었습니다. 이미 만주사변으로 중국 둥베이지방을 떼어 만주국이라는 괴뢰국가로 만들어버렸고, 중일전쟁으로 해안지역을 싸그리 점령하면서 중화민국은 내륙으로 고립되었습니다. 이렇게 전쟁이 확대되는 동안 추축국들이 국제연맹을 탈퇴해버리면서 국제연맹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일본이 중국에서 전선을 확대하는 동안 미국은 우려가 컸고, 철수하라며 무역 제재를 시행했습니다. 일본이 가지고 있는 영토를 생각해보세요. 일본 본토에도 한반도에도 석유가 안나와요. 사실상 전쟁에 필요한 철이나 석유 등을 자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본 군부는 오히려 동남아시아까지 전선을 확대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미국을 공격합니다. 이에 미국이 즉각 참전하면서 태평양 전쟁으로 이어집니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일본제국이 내린 판단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보겠습니다. 미국의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제2차 세계대전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의 전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지리 때문에요. 그래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라디오 연설을 하면서, 지도를 활용하며 설명합니다. 일부러 대서양과 유럽이 중앙에 배치된 지도를 사용하며 전쟁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국민들에게 글로벌 의식을 형성시킵니다.

전쟁에 참여한 뒤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들의 의식을 형성합니다. 물론 당연히 이 때도 지도가 사용됩니다. 미국을 중앙에 두고 양 옆에 나머지를 두면서 미국이 세계 문제의 중심에 있다는 시각을 형성합니다. 특히 이 지도의 백미는 흑백의 대비를 통해 추축국과 연합국의 군사력을 비교시키는 부분입니다. 두꺼운 화살표가 지구 전역의 장소를 연결시키면서 미국이 더 이상 고립주의를 고수할 수 없다는 운명을 받아들이게 해줍니다.

스파이크맨을 언급하며 지도의 투영법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습니다. 지구는 구에 가까운 형태이고, 지도는 평면이다보니 지구 표면을 지도로 표현하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왜곡이 발생합니다. 결국 지도 제작자는 왜곡 중에 어떤 왜곡을 넣어야 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지도를 잘 보면, 그 지도 제작자의 의도가 들어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지도는 아주 오래 전 무문자 사회였던 과거부터 인공위성을 통해 과학적인 측량이 가능해진 지금까지 사람들의 인식을 읽을 때 유용한 도구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지도는 적도를 중심으로 두고 펼친 지도를 많이 사용합니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그러한 메르카토르 도법의 지도 중에서 미국이 가운데 놓인 지도를 많이 활용했습니다. 이러한 지도는 아메리카 대륙의 서쪽에 태평양 동쪽에 대서양이 놓여 미국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세력은 지도의 구석에 있는 변방이라는 인식을 줍니다. 그런 지도에 노출되면 동아시아와 유럽은 멀기 때문에 미국이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고립주의적인 생각을 가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북극을 중심으로 하는 투영법을 이용하면 사실 주요 전쟁터인 유럽과 동아시아가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기존에 잘 사용하지 않던 혁신적인 지도 투영법을 통해 미국 대중들에게 간섭주의 전략의 타당성을 설명하는 셈입니다.

결국 전쟁은 연합국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오죽하면 그 연합국이 그대로 국제기구가 됩니다. 국제연합이라고 불리는 UN입니다. 뭐 이제와서는 사문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UN의 헌장 53조와 107조에는 적국에 대한 내용이 다루어져 있을 정도입니다. UN의 의미는 깃발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가운데 지도가 있잖아요. 우리가 흔히 보던 형태가 아니고, 북극을 중심으로 하는 지도입니다. 원래 연합국이 북반구에 있어서 남반구에 있는 나라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당시의 상황이 반영되어 미국이 가운데 오게 만들었다가, 본초자오선이 가운데 오게 회전하면서 미국이 왼쪽 소련이 오른쪽으로 위치한 지금의 모습으로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생각해볼 주제들은 마지막에 넣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