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본입니다. 오하요. 그래요. 우리에게는 익숙한 국가입니다. 지도를 봐도 알겠지만 우리나라 바로 옆에 있는 이웃나라입니다.
일본도 동북아시아에 있는 나라라서 한자문화권입니다. 여러분들을 보면 한자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눈에 드러납니다. 근데 어떻게 해요. 한자문화권에 있는 나라들끼리는 한자로 통하는게 많습니다. 옛날 지식인들은 중국어나 일본어를 할줄 몰라도 한문으로 필담이 가능하기도 했어요. 뭐 옛날 얘기니까 꼭 그래야 한다는건 아니지만, 한자를 읽을 줄 알면 얻을 수 있는 의미가 많다는 뜻입니다. 일본은 해 일, 근본 본이라는 한자를 씁니다. 해의 근본이라는 뜻이니까, 바꾸어 말하면 해가 뜨는 나라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그래요. 자기들이 스스로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에 있다는 점을 알고 인정한 셈입니다. 우리는 조선이니 삼한이니 고구려니 백제니 신라니 고려니 조선이니 대한제국이니 나라의 이름이 여러번 바뀌었고, 중국은 더 많이 바뀌었지만, 일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쭈우우우욱 그냥 일본입니다. 바다 건너 섬나라다보니 외세의 침입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고, 그러다보니 국호가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일본은 꽤 큰 나라입니다. 이상하게 우리나라가 더 크지 않냐고 물어보는 학생들이 가끔 있긴 한데, 한반도보다 일본이 더 큽니다. 지도 보면 비교가 가능해요. 일본은 크게 네 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혼슈는 세계에서 순위를 매겨도 꽤나 크고 사람이 많이 사는 섬입니다. 일본의 인구는 1억이 넘고, 고령화도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출산률은 낮긴 하지만, 우리가 워낙 낮다보니 우리보다는 좀 높은 편입니다.
일본이 정말 대단한 점은 경제입니다. 일본의 GDP는 세계 3위입니다. 중국이 2위이긴 하지만 인구가 14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일본 사람 한 명당 생산액은 중국보다 엄청나게 많은 셈입니다. 그래도 강대국이긴 하지만 선진국이라고 부르기 힘든 중국은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꽤 나오는데, 일본은 아예 경제성장률이 엄청나게 낮습니다. 꼭 일본만 그런건 아니고, 선진국들은 대부분 규모 자체가 워낙 커서 성장률 자체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뭐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구요.
일본의 정치 체제는 민주주의입니다. 우리는 국회가 하나인 단원제인데, 우리랑 다르게 일본은 중의원과 참의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양원제입니다. 우리나라 행정부의 수반은 국민들이 직접 선거로 선출한 대통령이지만, 일본은 의회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대신으로 통치합니다. 우리나라는 대한제국을 마지막으로 황제가 없는데, 일본은 여전히 명목상으로 천황제가 남아있는 입헌군주제 국가입니다. 일본의 왕은 덴노라고 부르고, 옛날 일본국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유지되어 일본 사람들에게는 꽤나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우리로 굳이 비유를 하자면 단군신화의 그 단군이 대를 이어서 지금까지 단군으로 남아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여전히 일본의 국민들에게는 덴노가 통합의 상징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일본의 지방 통치는 도도후켄, 시, 초, 손의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영어듣기평가를 하면 17개 시도교육청이 연합한다는 문구로 항상 시작하는데, 일본에서는 그게 도도후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도쿄도, 홋카이도, 오사카후, 그리고 켄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한번에 부를 때에는 도도후켄이라고 부릅니다.
이제 일본의 역사를 간단하게 보겠습니다. 뭐 우리도 그렇지만 동아시아 국가들은 역사가 꽤나 긴 편입니다. 조몬이나 양요이에 해당하는 시대를 거쳐 나라와 헤이안 일대에서 일본이라는 국가가 자리를 잡습니다. 우리나라는 워낙 전란이 많다보니 유물이나 유적이 많이 없는데, 일본은 침입이 적다보니 오히려 우리 유물이 일본에 남아있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일본의 중세와 근세는 아주 특이한데, 바쿠후라는 체제가 있습니다. 칼을 가진 무사들, 일본어로는 부시들이 권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 중에 가장 힘이 센 사람이 바로 장군, 쇼군입니다. 쇼군이 전쟁을 위해 설치한 막부를 바쿠후라고 부르는데, 이 바쿠후가 권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바쿠후가 있는 곳을 따라 가마쿠라바쿠후, 무로마치바쿠후, 에도바쿠후라고 부릅니다. 덴노는 덴노대로 따로 명목상으로만 있고, 실질적으로는 바쿠후가 권력을 가지는 시대가 오래 지속된 셈입니다.
동아시아의 조선도 그렇고 청도 그렇듯 원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외세의 영향을 받아 국가에 여러 혼란이 발생하는데, 일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본이 특이한 점은 에도바쿠후 말기에 통째로 국가의 체제를 바꾸어 덴노 중심으로 개혁했다는 점입니다. 메이지 덴노 시기에 일본이 완전히 달려졌기 때문에 메이지유신이라고 부릅니다. 그 이후 다이쇼, 쇼와, 헤이세이를 거쳐 지금은 레이와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유럽에서 사용해 서쪽에서 기원한 달력인 서기를 사용하고, 올해가 2020년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은 덴노의 즉위를 기준으로 세기 때문에, 올해는 레이와 2년이 됩니다.
우리가 지역을 여덟 개로 구분해서 8도라고 부르는 것처럼, 일본도 크게 지방을 8개로 구분합니다. 혼슈를 다섯개로 구분해서 나머지 큰 세 개의 섬과 합치면 8개가 됩니다.
이제 일본의 자연지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은 판과 판이 만나는 경계입니다. 환태평양조산대의 일부니까 그런가보다 싶을 수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다른 곳이 그냥 커피라면, 여기는 그야말로 짱입니다. 판 네 개가 만나는 곳이거든요.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북아메리카판, 태평양판이 모두 만납니다. 그러다보니 지진이나 화산활동이 엄청나게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화산활동이 많다보니 화산재가 덮인 곳도 많습니다.
일본은 판의 충돌로 만들어진 섬입니다. 원의 일부인 호처럼 완만하게 곡선 형태로 섬이 늘어져 있어서, 일본열도는 호상열도의 하나입니다. 판과 판이 충돌하다보니 여러 힘을 받아 땅이 휘어지는 곳도 생겨나는데, 그러다보니 일본 열도는 전체적으로 산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한반도도 산이 많아서 국토 대부분이 산지인 나라인데, 일본은 우리보다 더 심합니다. 평야도 그리 많지 않다보니, 사람이 살 수 있는 평야에는 인구밀도가 엄청 높은 편입니다.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간토평야는 일본 최대의 인구밀집지역입니다. 산지가 많다보니 대부분의 하천은 산지에서 바다로 빠져나가는 짧은 물길만을 가지고 있어서, 유로 연장이 짧은 편입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국토는 더 넓은데, 하천이 더 길지는 않습니다.
일본의 지체구조를 보면 일본을 구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일본을 동일본과 서일본으로 나누는 기준선이 바로 이토이가와시즈오카구조선입니다. 구조선은 지체구조 때문에 선 형태로 발달되는 특징적인 곳들입니다. 이 주변에는 폿사마그나라고 불리는 거대한 지구대가 발달해 있습니다. 일본하면 화산지형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습곡이나 단층지형도 많습니다. 서일본을 길게 관통하는 중앙구조선도 있습니다. 일본을 길게 자르는 방법과 짧게 자르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면 대략적으로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일본이 작다고 착각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일본은 길쭉한 나라입니다. 사실 일본 남북으로 길이가 거의 미국 동해안 길이랑 비슷하니까, 엄청 길쭉한 나라인 셈입니다. 그래서 남쪽의 오키나와랑 북쪽의 홋카이도는 기후가 완전 다릅니다. 일반화해서 얘기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온대기후나 냉대기후가 나타나는 편입니다. 우리와 기후 특성은 거의 유사한데, 우리가 유라시아대륙의 영향을 많이 받는 대륙성 기후라면 일본은 해양성 기후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보다는 기온의 연교차가 작은 편이긴 합니다. 강수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여름철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우리도 여름철마다 태풍이며 장마며 비올 일이 많은데, 일본도 이런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일본 기후의 지역 차이를 언급할 때에 가장 특이한 곳은 바로 일본의 겨울 강수량입니다. 일본을 쪼개서 동해쪽에 접해있는 곳과 태평양쪽에 접해있는 곳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적도 가까울수록 덥고 극 가까울수록 추운건 전 세계가 비슷하게 위도를 따라가는 거라서 특이하지는 않아요. 겨울철은 대륙이 먼저 냉각되니까 대륙에서 계절풍이 불어옵니다. 동북아시아는 유라시아 대륙 내부의 시베리아 일대에서 불어오니까, 엄청 춥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우리나라는 그래서 겨울엔 춥고 건조하고, 여름철이 덥고 습합니다. 일본의 태평양 쪽도 이런 양상은 비슷합니다. 다만 동해에 접해있는 일본은 상황이 다릅니다. 시베리아에서 온 북서계절풍이 동해바다를 지나면서 변질되어 수증기를 가지고 오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의 울릉도가 그러하듯이, 이런 바람이 산을 넘어가면서 지형성 강수를 만들어 내는데 겨울이다보니 눈이 엄청나게 옵니다. 그래서 니가타나 삿포로처럼 동해에 접해 있는 곳은 눈이 많이 오는 편이고, 각종 문학작품이나 축제 등에서도 그 영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자연환경이 여러 자연재해에 많이 노출될 수 밖에 없는 맥락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지진이나 쓰나미 및 화산처럼 지구 내부의 지체구조때문에 발생하는 재해에도 노출되어 있고, 태풍이나 장마 등의 집중호우와 폭설 등 각종 대기환경때문에 발생하는 재해에도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각종 자연재해에 대한 연구 뿐만 아니라 내진설계를 비롯해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여러 노력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 일본의 인문지리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역사지리입니다. 아까 잠깐 다루었던 바쿠후 그거요. 바쿠후를 쇼군이 지배하던 시기에는 동북아시아의 한중일 세 나라가 서로 늘 그래왔듯이 유사한 특성을 공유하며 살아왔습니다. 청나라에는 외부의 문물이 들어오고 있었고, 조선은 예외적인 경우들을 제외하면 직접 교류할 일은 없어서 베이징에 가서 책으로 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본은 조선과는 통신사 등으로 문물을 주고 받는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과는 교역했지만, 유럽이나 미국 등 다른 지역에는 쇄국정책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특이하게 나가사키의 데지마에 오는 것은 허락했는데, 포르투갈을 통해서 총을 도입하고 개량한 것들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가톨릭 전파 문제로 네덜란드로 바뀌었는데, 일본은 네덜란드를 다루는 란카쿠를 통해 유럽의 문물을 접하게 됩니다.
그런 일본에게도 시련의 순간이 다가옵니다. 지금의 도쿄인 에도 앞바다에 까만 배인 쿠로후네가 다가옵니다. 미국에 의해 강제로 개방한 일본은 바쿠후를 무너트리고 덴노 중심의 국가로 완전히 새로워집니다.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젊고 똑똑한 인재들을 유럽으로 파견해 수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배워왔습니다. 이 시기 가장 영향력 강한 인물이 바로 후쿠자와 유키치입니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일본이 그동안 나쁜 친구들을 사귀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고 보고, 좋은 친구들을 사귀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조선이나 청 등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벗어나, 이제는 유럽의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한다고 보는 입장인데, 아시아에서 탈출해 구라파로 들어간다는 뜻에서 탈아입구론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탈아입구론의 영향을 받아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유럽 열강을 닮아갑니다.
제국주의 국가로 성장한 일본은 중국과 전쟁하고, 러시아와 전쟁하며, 모두 승리합니다. 한반도를 식민지로 만든 일본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중일전쟁을 일으켰으며, 동남아시아 일대를 침략하고 태평양전쟁으로 확장시키며 결국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킵니다. 이 때 일본의 주장이 바로 대동아공영권입니다. 유럽제국주의의 지배에서 벗어나 동아시아가 함께 잘사는 권역을 만들어보겠다는 주장인데, 그럼 유럽 열강이 아니고 일본의 지배를 받으면 함께 잘사는 것인가요? 조선 식민지를 보면 그런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와 서태평양 일대까지 진출했던 일본은 결국 처참한 결말을 맞이하고, 무조건 항복하게 됩니다.
전쟁 이후 일본은 완전히 다른 나라로 바꿀 수 있게 준비됩니다. 새 나라 헌법은 무력을 완전히 포기하는 가치를 담고 있어서, 평화헌법이라고 부릅니다. 전쟁을 비롯한 모든 일본의 정치적 책임은 덴노에게 있는데, 덴노를 처벌하거나 제도 자체를 없애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덴노는 신의 자손이 아니고 인간일 뿐이라고 인정하고, 정치적인 기능보다는 그냥 명목상 국민 통합의 존재로만 남겨둡니다. 새로운 일본은 냉전 시기를 맞아 동아시아 정치지리 상황이 변동되면서, 불과 얼마 전까지 서로 적대하던 미국의 파트너로 거듭납니다. 미일동맹이라는 안전한 틀 안에서 일본은 꾸준히 엄청난 속도로 경제성장을 기록했으며, 근래에 중국에게 빼앗기기 전까지 오랜 기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었습니다.
일본이 어떻게 이렇게 경제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일본 경제지리의 특성을 산업 측면으로 구분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일본의 농업입니다. 일본의 농업은 사실 자국민의 안정적인 식량공급도 힘듧니다. 농사가 가능한 면적은 좁고, 인구는 엄청나게 많으니 어쩔 수 없이 농산물 수입량이 막대합니다. 그래서 한국이 겪고 있는 농업문제를 어지간하면 다 겪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농가인구는 감소하고,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농지면적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도시와 농촌의 소득은 차이가 나고, 젊은이들이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납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쌀을 중심으로 농업과 농촌사회가 오랜 기간 구성되었는데, 정작 쌀 소비량마저 감소하면서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무역을 하다보니 농산물의 수입시장 개방 압력에 시달리고, 그 와중에 고령화로 인력 자체를 구하기도 힘들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농가소득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농산물을 고급화하여 수익성을 개선하고, 농산물을 이용한 2차산업이나 3차산업을 연계하여 농업 외 수익을 확대하는 전략입니다. 일본의 상황이 우리와 유사한 측면도 많다는 점에서, 일본의 이런 시도들을 우리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은 세계적인 규모의 수산업 대국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자연적으로 일본의 주변 바다에 어족자원이 풍부한 어장이 발달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곳을 조경수역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어장이 잘 발달하는 곳입니다. 일본도 주변 바다에서 남쪽에서 올라오는 쿠로시오 해류와 북쪽에서 내려오는 여러 해류들이 만나 다양한 해산물이 있습니다. 게다가 불교의 영향으로 쇼군이 명령을 내려 육식을 금지시킨 적이 있고, 그게 오랜 기간 내려오면서 단백질 섭취를 해산물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의 수산업도 예전같지 않기는 합니다.
일본은 세계적인 규모의 공업 대국입니다. 실로 엄청납니다. 일본의 산업화는 메이지유신으로 진행되었는데, 노동집약적 경공업부터 군수산업까지 엄청난 성장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동아시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구요. 우리도 징용으로 끌려간 사람들이 많아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어있습니다. 다만 일본제국의 군국주의 정책으로 그 결말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이었습니다. 이후 일본을 점령한 연합국은 일본이 다시는 전쟁수행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만드려고 합니다.
근데 상황에 변화가 생깁니다. 바로 한국전쟁입니다. 당장 한반도에서 냉전이 아니라 뜨거운 열전이 일어나고 있는데,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게 된 셈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일본을 유라시아의 공산세력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는 최후의 방어선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한반도의 전쟁을 지원하는 지역으로 변화시킵니다. 일본의 부흥을 꿈꾸던 요시다 시게루 총리에게는 너무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일본은 전쟁의 참화를 딛고 다시 일어납니다. 노동집약적 경공업부터 중화학공업을 거쳐 첨단산업까지 기술과 자본이 축적되며 차곡차곡 고도화됩니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 일본의 상품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며, 일본의 경기 호황을 이끌었습니다. 덕분에 거의 수직상승에 가까울 만큼 급격하게 경제성장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상품이 너무 잘 팔린 나머지, 적자를 보는 국가들 사이의 무역 마찰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일본 경제의 최전성기를 버블시기라고 부릅니다. 특히 부동산 분야의 거품이 엄청났습니다. 결국 버블은 붕괴하게 되었고, 그 이후 한동안 일본은 20여 년간 경기침체를 경험하게 됩니다.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된 근래의 이 시기를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일본이 이렇게 강력한 제조업 중심 국가로 성장한 것에는 가공무역이라는 육성 전략이 있습니다. 일본은 광물의 박물관이라고 부를 정도로 지하자원의 부존이 처참합니다. 매장되어 있는 자원의 종류는 많지만, 실제 매장량이 너무 적어 채산성은 엄청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해서, 상품을 뚝딱뚝딱 만들어내고, 다시 해외에 내다 파는 방향으로 가는데, 이러한 형태를 가공무역이라고 부릅니다. 원료를 수입하고 제품을 수출해야하다보니 아무래도 대략 운송을 담당하는 선박이 닿을 수 있게 해안에 공업지역이 발달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도시지역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후쿠오카부터 도쿄에 이르는 지역에 도시들이 몰려있는데, 이 지역을 태평양벨트라고 부릅니다. 결국 일본의 자연지리적 조건 속에서 경제성장을 이루다보니 도시발전까지 영향이 남아있는 셈입니다. 다만 일본에서도 국가 전체에서 태평양벨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식하고 국토 균형개발을 추진하면서, 근래에는 내륙지역 등에도 산업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산업구조는 일본의 산업구조와 유사한 측면이 많지만, 중소기업 부분에서는 일부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협력업체인 경우가 많아 대기업이 부실해지면 중소기업 경기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편입니다. 다만 일본은 세계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기술 중심의 중소기업들이 있어서, 경기변동 상황에서도 튼튼하게 일본의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주요 공업지역은 아까 언급한대로 태평양벨트를 끼고 있습니다. 후쿠오카 일대의 기타큐슈공업지역을 껴서 4대공업지역이라고도 하는데, 아무래도 여기 생산액이 적다보니 그냥 3대 공업지역이라고 부를 때가 더 많습니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하는 한신공업지역, 자동차 생산으로 유명한 주쿄공업지역,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게이힌공업지역이 핵심 중에 핵심 공업지역입니다.
남은 일본 내용을 마무리하기 어려워 다음 시간에 이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수능이 다가오니까 괜히 마음조차 더 차가운 느낌입니다. 사실 추위를 느끼는 것은 시베리아기단의 확장 때문이지만요. 모쪼록 건강 관리 잘 하고, 학교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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