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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자료/고양국제고 수업자료(2020)

05 중앙아시아

by Thisis Geoedu 2020. 9. 29.

오늘 배울 곳은 중앙아시아입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내용이 그다지 많지 않으니,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앙아시아는 아시아에 있는 지역이구요, 대체로 스텝기후가 넓게 나타납니다. 스텝이라는 말은 건조기후 중에서는 좀 덜 건조하다는 뜻이고, 이 지역이 유목을 중심으로 생활하게 된 자연환경적 배경이 된다는 말입니다.

중앙아시아는 어디인지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카스피해 기준으로 그 동쪽 지역을 포괄적으로 얘기합니다. 역사지리에서 중앙아시아라고 부를 때에는 카스피해부터 몽골까지 나타나는 건조기후지역을 전반적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뭐 농경민족처럼 대를 이어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보니, 경계를 정확하게 설정하는 것 자체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민족들이 거주하긴 하지만, 튀르크족이 사는 땅이라는 뜻에서 튀르키스탄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파미르 고원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구분되는데, 동쪽 튀르키스탄은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의 서북쪽 지역에 해당되며 신장위구르자치구에 해당합니다. 현대에 일반적으로 중앙아시아라고 부를 때에는 과거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다섯 개의 나라를 합쳐서 부르는 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다른 언급이 없으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다섯 개 나라를 중앙아시아라고 부른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이 지역의 자연환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중앙아시아의 남쪽은 히말라야산맥에서 이어진 산맥들과 고원들이 자리잡은 아주 험준한 곳입니다. 오죽하면 그냥 세계의 지붕이라고 부릅니다. 파미르고원, 톈산산맥, 힌두쿠시산맥 등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산지들이 오밀조밀 모여있습니다. 그래서 하천 발달도 특이합니다. 우리나라는 냉대나 온대 기후이다보니 하천이 흘러 바다로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새미 기픈 므른 내히 이러 바라래 간다잖아요. 근데 여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건조기후는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많아 하천이 자체적으로 발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른 기후 지역에서 하천이 발원해서, 근성으로 건조지역을 관통해서 지나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런 경우는 외래하천이라고 불러요. 대부분의 하천은 고산지역에 산꼭대기에 두텁게 얼어붙은 얼음덩어리들이 봄철에 녹으며 흐르는 융빙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나마도 물이 적으면 가다가 말라붙어버리기도 합니다. 바다까지 가지 못하고 내부에 있는 호수에서 끝나는 하천들도 많은데, 그런 하천들을 내륙하천이라고 부릅니다. 중앙아시아에서 대표적인 아무다리야 강과 시르다리야 강이 모두 내륙하천입니다.

중앙아시아는 사막과 스텝이 넓게 나타납니다. 애초에 스텝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 일대에서 생겨난 말입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는 오아시스농업이 이루어지거나, 유목으로 생활해왔습니다. 유라시아의 유목 자체가 여기가 원조입니다. 인류 최초로 말을 가축으로 바꾼 동네도 여기구요. 그렇다보니 기동성이 좋아서 빠르게 이동하며 유라시아 곳곳의 문물을 연결해주기도 한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기후 특성상 토양 자체는 좋은 경우가 많아서, 물만 공급하면 농지로 개간하기 유리한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소련 시기에 이 지역에 목화 농업이 급속도로 확대되었는데, 아무다리야 강과 시르다리야 강의 관개시설 확충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세계적인 목화생산 지역으로 성장하는 것은 좋습니다. 핵심은 건조기후다보니 사용할 수 있는 물이 한정적이라는 점입니다. 하천으로 유입되는 물을 이용해서 농업용수로 활용하다보니, 그 하천의 끝에 있는 아랄해에는 유입되는 유량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말라붙어버렸습니다. 한 때 세계에서 네 번째로 거대한 호수였는데, 지금은 거의 대부분 말라붙어버려 호수의 면적이 아주 크게 줄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 토양은 점차 염류화가 진행되어 인간이 거주하기 힘든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인류 문명이 환경을 변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까 중앙아시아는 유라시아대륙을 연결한다고 했었죠? 유라시아의 여러 문명들이 아주 오랜 세월동안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던 점에 주목한 독일의 지리학자 리히트호펜은 그 경로에 비단길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비단길은 하나의 길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고, 사실 구체적으로는 여러 경로가 있습니다. 스텝지역의 유목민들을 따라가는 초원길, 사막지역의 낙타타고 이동하는 대상을 따라가는 사막길, 그리고 배를 이용하는 바닷길 등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비단길이라고 하면 사막길을 얘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중앙아시아는 유라시아의 동서 문명이 교류하는 주요 통로로 오랜 기간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대표적인 곳이 바로 사마르칸트입니다. 지금은 우즈베키스탄의 도시이지만, 과거 티무르 제국의 수도였습니다. 그래서 동서에서 온 수많은 물자와 사람이 서로 교류하며 인류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곳이고, 지금은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관광객들의 매력을 끄는 곳이기도 합니다.

중앙아시아는 유라시아 내부에 있어 교류의 통로가 되는 곳이다 보니, 다양한 요소들이 혼재되어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민족만 봐도 튀르크, 페르시아, 몽골, 러시아, 중국 등 수많은 민족들이 영향을 끼친 곳이기도 하구요. 종교도 샤머니즘, 조로아스터교, 불교, 이슬람교 등이 오고갔던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은 전반적으로 이슬람교 신자 비율이 높긴 합니다.

중앙아시아 지역에 전통적으로 영향력이 강한 국가는 바로 러시아입니다. 사실 러시아가 몽골의 지배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그렇진 않았는데, 몽골의 지배에서 벗어나면서 러시아제국 시기와 소련 시기에 이 일대로 영향력을 확대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중앙아시아의 도시 곳곳에 러시아인들의 엔클레이브가 조성되어있기도 합니다. 러시아와 소련은 본국의 필요에 따라 중앙아시아를 개발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회간접자본이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들의 상호작용을 돕기보다는 러시아 본국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설치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산업구조도 러시아에게 종속적인 면이 있었는데, 소련은 해체되었지만 그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리 쉽고 간단한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과거 소련의 영향은 인구집단에도 남아있습니다. 소련은 과거 강제이주 정책을 시행해 디아스포라를 발생시킨 바 있습니다. 크림반도에 있는 타타르 인들도 중앙아시아로 이주했지만,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한인들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와 닿아있는 연해주에는 조선 후기부터 조선인들이 많이 넘어가 살았습니다. 하지만 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일본과의 전쟁에서 한인들이 일본인에 협력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기차를 이용해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이주시켜버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구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건조기후지역에서 벼농사를 자리잡게 하는데 성공합니다. 과거 소련 시기 집단농장 중에서 잘 운영된 사례로 꼭 꼽힙니다. 중앙아시아 일대에 살고 있는 동포들을 고려인, 고려사람이라고 하는데,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중심으로 수십만 명이 여전히 대를 이어 살고 있습니다. 일부는 연해주로 돌아가기도 하고, 일부는 한반도로 돌아가기도 하는 중입니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우리 동포인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에 밀집해서 살고 있다는 점은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중앙아시아는 유라시아 대륙 내부에 있다보니 강대국의 패권 경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러시아는 혹독한 경울때문에 항상 남하정책을 펼쳤는데, 대영제국은 세계 곳곳을 다니며 그걸 방해해왔습니다. 우리나라도 거기에서 자유롭지는 않은데, 중앙아시아도 마찬가지였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지금도 사실 그건 끝나지 않았습니다. 상하이협력기구라고 중국을 중심으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가 함께하는 국제기구가 있습니다. 이들의 협력이 강화되는 방향은 사실상 유라시아가 세상의 중심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중앙아시아의 패권은 결국 누구에게 갈까요? 소련 시기 세계를 주름잡던 초강대국이었지만, 소련 해체 이후 그만한 지위를 다시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러시아는 여전히 힘을 모으며 성장하고 있는 중이고, 전통적으로 중앙아시아에 영향력이 강합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일대일로 계획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서부 개발과 중앙아시아 패권 강화는 연결되어 있는 부분인데, 얘는 중국 하면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유럽도 기존에 천연가스 수입 경로를 다변화하는 차원에서 카스피해 일대의 파이프라인 확충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국주의 열강의 충돌 시대도 냉전 시대도 끝났지만, 중앙아시아는 여전히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꿈틀거리머 부딪힐 수 있는 곳인 셈입니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신북방정책이라는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섬나라에 가까운 우리의 상황에서, 앞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여러 국가와 교류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설정한 셈입니다. 그 대상에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지역이 과거 공산권이었던 국가들이 많다보니, 북한과의 관계도 함께 얽혀있기도 하구요.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거대한 영토의 카자흐스탄이나 천연가스가 많은 투르크메니스탄처럼 우리나라와 교류협력이 점차 강화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라시아 시대를 열어가고 싶은 학생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중앙아시아에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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