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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자료/고양국제고 수업자료(2020)

04 서남아시아

by Thisis Geoedu 2020. 9. 28.

오늘 배울 지역은 바로 서남아시아입니다.

서남아시아라구요? 사실 자주 들어보는 표현은 아닐 것 같습니다. 비슷비슷한 다른 지역 개념들을 쓰는 경우도 많거든요. 예를 들어서 영어로 표현할 때에는 서아시아로 부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아랍문화권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이슬람문화권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중동은 유럽인들의 관점에서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유럽은 유라시아라는 거대한 대륙의 서쪽 끝에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유럽을 중심으로 아시아를 보게 되었고, 그런 맥락에서 근동, 중동, 극동으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구분방식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면 터키와 그 주변지역은 근동지역이거든요. 중동과 근동을 나누는 것도 명확하지 않지만, 중동이 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극동은 더 심합니다. 공통의 특성을 공유하는 등질지역도 아닌데, 그냥 유럽에서 멀다는 이유로 극동이라고 묶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고방식 자체가 오리엔탈리즘을 보여주는 관점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반면 서남아시아와 인근에 있는 북부아프리카는 분명 서로 다른 대륙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지리 교과서에서도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구요. 그렇게 된 이유는, 북부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한 점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건조한 기후와 뿐만 아니라 문화적 특성에서도 공통점이 많습니다. 카프카스는 서남아시아로 분류하긴 하지만, 사실상 점이지대에 가깝습니다. 카프카스 일대는 산지가 많아 교통이 편하지 않고, 그러다보니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카프카스 3국은 아시아이기도 하지만 유럽이기도 한 국가들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남아시아라고 다룰 때의 공간적 범위는 카프카스 산맥의 이남, 아덴만의 북쪽, 지중해의 동쪽이며, 페르시아 만을 중심으로 하는 여러 국가들이라고 구분짓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서남아시아의 지형적 특징을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알프스-히말라야 조산대가 통과하는 지역은 신기조산대에 해당합니다. 터키의 아나톨리아고원이나 이란의 이란고원 주변은 그래서 지각운동이 활발한 곳이 많습니다. 기후가 건조하다보니 강수량이 넉넉하지 않고, 그래서 하천 주변은 사람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생활공간을 제공합니다. 특히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주변의 평야지역이 대표적입니다. 지금의 이라크에 해당하는 이 두 강 사이 지역을 메소포타미아라고 부르는데, 우리 인류가 최초로 문명을 일으킨 곳이기도 합니다. 농경이 시작되고, 문자가 발명된 곳이거든요. 퍼타일 크레센트, 혹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라고 부르는 지역과 거의 일치합니다. 이런 지역을 제외하고는 아라비아 반도의 룹알할리 사막처럼 거대한 사막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해안에는 평야지대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런 곳에도 사람들이 많이 거주합니다.

기후는 대부분 건조기후가 우세합니다.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는 지중해성 기후가 일부 나타나는 편이구요. 지중해성 기후도 사실 여름에는 고온건조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여기는 습윤한 것과는 먼 동네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물이 더 중요합니다. 아까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 강을 언급했죠? 이들 하천의 상류에 위치한 터키에서 아타튀르크 댐을 비롯한 여러 댐을 건설하여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활용하고자 시도했습니다. 문제는 하류에 있는 국가들 입장에서는 말라죽으라는 얘기로 들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꼭 큰 하천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요르단 강은 우리 입장에서는 동네 시냇물 정도의 작은 하천이지만, 이스라엘은 요르단 강 상류의 골란고원을 무력을 이용해 강제로 점령하고 있기도 합니다.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이런 일들이 과연 여기에서만 벌어지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건조한 기후다보니 아무래도 농업이 쉽지는 않습니다. 물을 구하기 쉬운 곳에서는 오아시스 농업이 발달해 있고, 전통적으로는 유목을 주로 합니다. 근데 그것도 옛날 얘기입니다. 국경이 획정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유목민들은 정착해가고 있고, 인류의 유산이었던 지하관개수로도 점차 이용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요즘엔 지하수를 퍼올려서 스프링클러로 농업용수를 제공하는데, 위성에서 살펴보면 물이 닿는 범위까지만 작물이 자라 사막 가운데 초록초록한 동그라미가 모여 있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이렇게 불리한 환경에서도 농업을 위해 극복을 시도하는데, 식량이 우리 인류에게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보면 우리는 왜 이렇게 농업을 대하는 인식이 처참한지 안타깝기도 합니다.

서남아시아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화석연료입니다. 특히 페르시아만 일대에는 아주 막대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있고, 실제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육지에서는 주로 송유관으로 운송하고, 바다에서는 주로 유조선으로 운송합니다. 그래서 주요 유전과 그 이동 경로들이 국제정치에서 중요한 곳으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카스피해도 화석연료 생산과 운송의 거점이다보니, 주변 여러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쉽습니다.

이렇게 막대한 석유가 매장된 서남아시아는 잘먹고 잘 살아야 할 것 같은데, 꼭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지하자원을 채굴한다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매장지역을 추정하고, 실제 시추하고, 경제성이 있는지 평가하고, 채굴에 성공하더라도 정제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판매해야합니다.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기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고, 기술과 인력이 축적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선진국의 주요 다국적기업들이 세계 석유 시장을 주도해왔습니다.

그런데 자원민족주의 사상이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우리 땅에서 나는 자원이니, 우리가 통제하겠다는 발상입니다. 그 자원이 수출되면서 발생하는 이익도 다국적기업이 아니라 국가가 가져가겠다는 것이구요. 1970년대 이후로 산유국들이 석유수출국 기구, 오펙(OPEC)을 결성하면서 세상은 변화합니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 파동을 겪으며 현대 사회는 원유도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쵸. 원유 소비량이 많은데 자급은 불가능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정말 피말리는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서남아시아의 산유국들에게는 석유 수출로 인한 막대한 자본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자본들을 도로, 항만, 수도, 전기 등 사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시설에 투자했습니다. 이런 시설들을 사회간접자본(SOC)이라고 합니다. 흔히 인프라라고 부르는 그 것입니다. 이게 우리랑 또 관련이 있죠. 석유 수출로 번 돈들을 오일머니라고 하는데, 그런 오일머니 덕분에 생겨난 수많은 사업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주를 하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지역이해 수업 때마다 계속 나오는 얘기이긴 한데, 남의 나라 얘기라고 무시할 얘기가 아니고 우리가 먹고사는 얘기입니다.

아무튼 서남아시아의 주요 산유국들은 경제성장과 함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분야나 보건분야에 투자도 많이 합니다. 근데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국민들을 위한 복지는 잘 갖추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일은 외국인들이 하고 있거든요. 저임금 육체노동자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사회 발전에 꼭 필요한 숙련노동자들의 유입도 환영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군대도 외국의 힘을 빌려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외국인들은 아무래도 방글라데시처럼 문화적 특성을 공유하는 이슬람 문화권의 국가의 출신인 경우가 많습니다.

서남아시아는 석유만 많은 것은 아닙니다. 천연가스도 많이 생산됩니다. 마찬가지로 가스전과 가스관, LNG선의 이동 경로는 국제정치의 주요 무대로 떠오릅니다. 1학기에 배웠던 호르무즈 해협도 대표적입니다. 이라크, 터키, 시리아, 이란 국경의 산악지대에 살고 있는 쿠르드족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쿠르디스탄이라고 부르는데,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독립국가를 이루는 것은 결고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라크는 바다를 빠져나가는 길목인 샤트알아랍 수로의 통제권을 둘러싸고 이란과 전쟁을 벌인 적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서남아시아 국가들이 항상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걸프협력회의(GCC)라고, 페르시아만 일대의 여러 국가들이 아세안처럼 서로 협력하는 지역협력체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근데 그게 꼭 잘 기능하지는 않는게, 얼마 전에 여기 소속된 국가들끼리 소속된 국가인 카타르와 단교를 하고 막 그랬거든요. 카타르는 크기가 큰 국가는 아니지만 천연가스 생산량이 엄청나게 많고, 카타르 항공이나 알자지라 방송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국가이기도 합니다.

석유와 서남아시아의 국가발전에 관련된 사례로 세 나라만 언급하면서 마무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터키입니다. 서남아시아에 위치한 터키는 과거 오스만투르크라는 거대한 제국이었습니다. 유럽, 북아프리카, 서남아시아 일대에서 패권을 행사하는 거대 제국이었어요. 근데 오스만 제국은 몰락하고, 지금은 터키 공화국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새로 태어난 터키 공화국은 기존 오스만 제국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게 됩니다. 정치적으로는 종교의 원리를 강조하기보다는 정치와 종교를 분리시키는 세속주의 노선을 취하고, 경제적으로는 산업화 정책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서남아시아에서 소련을 견제하는 미국의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구요. 터키는 서남아시아에서는 드물게 제조업이 잘 발달한 공업국가이기도 합니다.

아랍 에미리트를 이루고 있는 도시국가인 두바이는 과거엔 한적한 어촌이었습니다. 그런데 석유가 생산되고 나서 완전히 운명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석유의 생산도 생산이지만,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생산되는 석유가 여기에서 거래되거든요. 그래서 세계 3대 석유 시장이라고 부르는, 세계의 원유 가격을 추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두바이가 떠오르게 됩니다. 두바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막대한 자본을 도시개발에 아낌없이 부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화려한 호텔 등이 두바이에 들어서게 되었고, 두바이를 서남아시아의 항공 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뭐 중간에 한 번 파산 위기를 겪긴 했지만요.

마지막 살펴볼 국가는 서남아시아 대장국가 사우디 아라비아입니다. 우리에게는 아주아주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 원유를 가장 많이 공급해주는 압도적 1등 국가이기도 하거든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규모도 막대하고, 우리나라의 기업에 투자한 바 있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현대 문명의 밑바닥을 받치고 있는 석유 생산에서 핵심국가이지만, 석유 다음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건설, ICT, 원자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의 교류협력이 더욱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서남아시아는 지난 세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 관계가 이어져 앞으로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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