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는 지구에 살아가는 인간을 다룹니다. 기후나 지형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마 이제 머리 속에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이런 자연 전체를 과연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이 남습니다. 보는 방식,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서요. 딱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환경결정론, 가능론, 생태학적 관점입니다.
사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매일 뉴스에 날씨를 알려주는 이유가 뭐겠어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환경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이런 환경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자연환경에 대해 주목한 사람들이 많았어요.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모습들이 바로 자연환경의 결과물이라는 인식을 환경결정론이라고 합니다. 생명과학의 진화론을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생명체들은 각자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가는데, 잘 적응한 종들이 살아남아 번식하고 있어요. 결국 자연환경을 잘 살펴보면, 그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이해가 된다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생활도 자연환경에 원인이 있습니다. 열대에 이동식 화전농업이 발달한 이유는 뭔가요? 그 기후적 특성 때문이에요.
환경결정론이 항상 맞는건 아니에요. 동일한 환경이라고 동일한 생활양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인간은 과학과 기술을 통해 환경의 제약을 극복하는 경우도 나타나구요.
문제는 이런 환경결정론적 시각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친 경우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대체로 일찍 산업화된 국가들은 냉대나 온대기후가 나타는 중위도에 많고, 적도 주변의 열대기후에는 드물게 나타납니다. 지구촌에서 이렇게 격차가 나타나는 문제를 남북문제라고 불러요. 근데 열대기후는 덥고 습하다보니 사람들이 게을러지고, 냉대기후는 계절 변화가 크다 보니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진다는 식으로 해설하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이런 견해들은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데 이용되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습니다.
가능론이라는 관점도 있습니다. 환경이 뭐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에요. 당연히 중요하지만, 인간이 극복하고 변형할 수 있는 능력에 더 주목하는 관점입니다. 자연환경이 제약이 없는 것은 아니고, 마치 여러분들이 푸는 문제에 선택지를 주듯이 단지 가능성만을 준다는 것이에요. 결국 선택은 인간이 하는거구요. 그러니까 인간을 중심에 두고 있는 더 적극적인 관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근대 이후 인류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커지면서 더 각광받게 되었습니다.
사막에 위치한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네온사인이나 두바이의 스키장 등은 인간의 힘이 새삼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이 자연환경을 변화시킨다는 점을 간과하는 측면이 있어요. 기후변화는 인간의 탄소배출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거든요. 막상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의 빈도나 강도가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인데, 사실 우리의 힘으로 거대한 자연에 맞선다는건 쉽지 않아요. 미세먼지를 볼까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많은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하면, 미세먼지가 더 많이 발생합니다. 그럼 미세먼지를 없애겠다고 공기청정기를 집집마다 돌리면요? 그럼 그 전기는 누가 생산하는데요? 대부분의 문제는 연결되어 있어서, 큰 시야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관심을 받는 관점이 바로 생태학적 관점입니다. 생태계 배웠나요? 음. 그럼 먹이사슬 배웠던 것 기억하나요? 코딱지보다 작은 생물들에게 노출된 물질이 있으면, 그 먹이사슬을 따라서 작은 벌레가, 작은 물고기가, 큰 벌레가, 개구리가, 새가, 큰 물고기가 노출됩니다. 그리고 그 피라미드 구조를 따라가며 꼭대기에서는 엄청나게 노출된 양이 많아지는데, 이를 생물농축이라고 합니다.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 결국 세상은 다 연결되어있다는 점이에요. 인간이 엄청 대단해보이지만, 사실 일부일 뿐이라는 점을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인간이 새우를 먹기 위해서 양식장을 만들었습니다. 육지도 바다도 아닌 그런 곳에 자라고 있던 맹그로브 숲을 베어내구요. 돈을 벌 때에는 몰랐지만, 사실 맹그로브 숲은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역할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자연을 뭔가 변화시키면, 어딘가에는 반드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행동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체로 현대에는 생태학적 관점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개발이 포함하는 수많은 가치 중에서 이런 것도 포함되어 있구요.
여기까지가 중요한 내용이구요. 이어지는 얘기들은 수업이 너무 짧을까봐 가져온 보너스입니다. 굳이 알지 않아도 괜찮아요.
생태주의와 환경주의를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미묘하게 살짝 다르거든요.
자연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착각일 수 있어요. 자꾸 순수한 자연이라는게 있는 것처럼 얘기하거든요. 근데 자연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일 수 있어요. 자연이 사회적으로 구성되었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마지막은 자연조차도 자본주의의 산물이라는거에요. 친환경 자체도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한 학기동안 인문지리의 맛을 보았습니다.
고생 많았어요.
항상 지도를 옆에 두고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면 좋겠습니다.
지금 배우는 조각 조각들이 모여서 큰 그림을 완성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