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쪼개서 대륙, 대륙을 쪼개서 국가, 국가를 쪼개서 지방으로 나누는 방식이 일반적이긴 합니다. 근데 이런 구분 방식만 있을까요? 여러분들이 나누기 나름입니다. 그 개념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문화권입니다. 문화권은 동질지역을 구분하는 간단한 방식입니다. 문화권부터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문화권은 문화 요소를 기준으로 나누면 됩니다. 떡국 문화권과 만둣국 문화권으로 나누는 것도 가능합니다. 국가보다 작은 단위를 구분하는 셈입니다. 아니면 아예 크게 이슬람 문화권으로 구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대륙을 넘나드는 단위를 구분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사람이 자기가 세운 기준에 따라 얼마든지 구분할 수 있는게 바로 문화권입니다. 무지개는 색깔이 몇 개 일까요? 7개요? 정말요? 파랑이랑 남색이랑 구분이 됩니까? 무지개는 사실 총천연색이고, 그걸 보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구분을 해놓은 것입니다. 마찬가지에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마치 모자이크처럼 셀 수 없이 작은 다양한 조각들이 모여 큰 그림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 선을 긋는 셈입니다. 그래서 문화권은 절대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 외워버리겠다는 태도로 접근하지도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심지어 교과서에서 쓰는 문화권의 구분도 책마다 상황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지도에 표현된 모습도 다 달라요. 그 중에 좀 다루고 싶은 사례 세 가지만 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라틴 문화권입니다. 라틴문화권은 먼저 유럽을 떠올려보면 됩니다. 유럽을 쪼갭니다. 그 중에 남부유럽은 라틴 유럽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라틴 유럽의 영향을 받은 아메리카 대륙의 남쪽 부분을 라틴 아메리카라고 합니다. 그래서 유럽과 아메리카라는 두 개의 대륙에 걸쳐 있는 라틴 문화권이라는 구분이 가능합니다.
라틴 문화권의 특징 중에 하나는 바로 언어입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라틴 어군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과거 로마 제국은 라틴어를 사용했고, 로마제국의 지배를 오래 받았던 지역은 그 흔적이 남아 어휘나 어순에서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에스파냐어, 포르투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남부 유럽에서 쓰는 언어들은 라틴 어군이라고 부릅니다. 기억나죠? 그런데 그 나라들이 식민지배를 하면서 언어도 전파시켰습니다. 그래서 에스파냐어나 포르투칼어가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라틴 문화권에서는 라틴 어군의 언어가 대부분 사용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종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믿는 종교, 기독교입니다. 기독교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믿는 종파, 가톨릭입니다. 가톨릭의 수장은 누구일까요? 바로 로마의 총대주교입니다. 로마의 대주교를 중심으로 교단이 만들어져 있어 그 권위가 대단하기에 일반적으로 교황이라고 부릅니다. 그 교황은 어디에 살고 있죠? 바티칸 대성당에 살고 있습니다. 라틴 유럽입니다. 그 프란체스코 교황은 어디 사람이죠? 아르헨티나 사람입니다. 라틴아메리카입니다. 그렇습니다. 라틴 문화권은 가톨릭의 영향이 아주 강한 곳입니다.
그럼 가톨릭이 어떤 영향을 주나요? 일단 경관이 다릅니다. 특히 도시의 중심부에 광장과 함께 성당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큰 도시에는 크고 웅장한 성당이, 작은 도시에는 섬세한 성당이 대부분 있습니다. 수도원이나 기념물 들도 많아서 가톨릭의 종교경관을 찾기 쉽습니다. 또 아예 지명이 종교와 관련된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상파울루처럼 아예 도시 이름이 성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적으로는 꼭 지금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축일에 고기를 좀 안먹다보니 수산물을 먹어서 어업 발전에 영향을 준 경우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구입니다. 가톨릭에서는 생명 탄생을 축복으로 보고, 새로운 생명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꺼려하는 종교적 가치관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임신중절이나 피임에 대해서 법이나 제도적으로 장치를 마련하여 출산률이 비슷한 경제 수준을 보이는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이제 쪼개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남부유럽은 어떤 곳인가요? 라틴 문화권의 근원지면서, 사실 유럽이라는 문화의 뿌리가 되는 곳입니다. 고대의 그리스와 로마는 지금의 유럽 문명이 만들어지는 원류입니다. 따라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적이 많이 있습니다. 대체로 날씨도 따뜻하고 인구밀도도 북서부유럽에 비해서 높은 편이며, 지중해성 기후 지역에는 위에 있는 역사 유적과 결합하여 많은 관광객이 찾는 지역입니다. 그럼 이제 라틴 아메리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라틴 아메리카는 아메리카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아메리카를 나누는 기준이 사실 많습니다. 파나마 지협을 기준으로 해서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로 나눌 수도 있고, 리오그란데 강을 기준으로 라틴 아메리카와 앵글로아메리카로 구분이 가능합니다. 이 중에 라틴아메리카입니다. 라틴아메리카는 어떤 곳인가요? 기존에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지만, 유럽인들의 이주 이후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대부분 크게 변화하였습니다. 궁금한 친구들은 총균쇠를 보세요. 어쨋든 남부유럽의 라틴 문화도 유럽계 이주민에 의해 전래되고, 아프리카계 주민들이 노예로 끌려오면서 다양한 문화가 섞이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혼혈도 많고 다양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특히 과거 식민의 유산으로 플랜테이션 등이 운영되어 대농장주 등 부유한 엘리트와 농민이나 노동자와 같은 서민들의 격차가 크게 나타납니다. 개선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현재까지 그 흔적이 남아 있어 빈부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지 않게 나타납니다.
이제 두 번째 문화권, 이슬람문화권을 살펴보겠습니다. 이슬람문화권이라고 사실 부르는 것이 애매하긴 합니다. 이슬람교를 믿는 지역을 의미하거든요. 대체로 서남아시아와 북부아프리카를 이야기합니다. 서남아시아는 아시아고, 북부아프리카는 아프리카니까 서로 대륙이 다릅니다. 하지만 둘 사이의 공통점이 더 커서 같이 배우는 편이 낫습니다. 이게 문화권의 특징이죠 뭐. 어쨋든 이슬람 문화권의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기후와 종교입니다. 이 지역은 대체로 건조기후가 넓게 나타납니다. 종교는 대부분 이슬람교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좀 애매할 때가 있어요. 기후도 건조기후가 나타나는 중앙아시아도 넣어야 할까요? 세계 최대의 무슬림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넣어야 할까요? 아예 이슬람교를 믿지 않은 서남아시아나 북부아프리카의 국가들은 포함해야할까요? 문제는 다양하지만, 그냥 북부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기후와 종교가 특징이라고 했으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대체 왜 종교가 이럴까요? 이슬람교와 크리스트교와 유대교는 모두 뿌리가 같습니다. 절대신이 있어서 세상을 창조했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이 종교 모두 다 이 일대의 건조기후지역에서 생겨났습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엄청나게 큰 이런 종교가 왜 건조기후가 나타나는 이 지역에서 만들어진 것인가에 대해 학자들의 논의가 뜨거웠습니다. 그 중에서도 앨런 셈플은 사막기후에서 별이 잘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우주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탐구할 수 밖에 없고, 그렇다면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세상을 만들었다고 본다는 의견입니다. 농경민족들이 대부분 생산을 풍족하게 해주는 것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땅을 상징하는 여성신으로 표현하는 반면, 건조기후는 혹독한 환경에서 절대 권력을 지닌 부족장이 중요하므로 이러한 사회구조가 절대신이 등장하는 종교도 만든 것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습니다. 뭐 이거든 저거든 종교조차도 자연환경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모습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쨋든 이슬람 문화권은 어떤 특성이 있을까요? 이슬람 문화권의 핵심지역인 서남아시아를 중앙에 놓고 보면, 유라시아대륙과 아프리카가 모두 만나는 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거대 권역인 유럽과 동아시아의 가운데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문명이 만나는 결절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종이는 어떻게 세계로 확대되게 되었을까요? 우리나라는 왜 Korea라고 부를까요? 신라의 수도 서라벌이었던 경주시에서는 왜 유리구슬이 발견될까요? 이슬람 문화권을 빼면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이슬람 문화권은 이슬람 상인들의 무역활동과 함께 이슬람 제국이 팽창하면서 이 일대에 널리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문명의 교차로 역할을 역사적으로 지속해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에 주목해서 만들어진 개념이 바로 비단길입니다. 나중에 중앙아시아 하면서 한번 더 언급할 예정입니다. 스텝기후지역을 따라 움직이는 길은 초원길, 사막기후지역을 따라 있는 길은 비단길, 바다를 통해 이동하는 길은 바닷길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비단길이라서 영어로 실크로드라고 부릅니다. 이 비단길을 통해서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과 서쪽이 서로 교류하였습니다.
그럼 이슬람교는 국제사회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요? 이슬람교는 종교이면서 생활 양식이면서 문화입니다. 이미 알고 있다시피, 이슬람교의 다섯 기둥이 있습니다. 무슬림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기존 문화와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부다처제도 그렇습니다. 세계에 많은 지역이 일부일처제를 시행하다보니 일부다처제와 혼돈을 빚기도 합니다.
무슬림이라고 뭉뚱그려서 표현하긴 했지만, 그 내부에서도 사정은 조금 복잡합니다.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뉘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무함마드가 죽고 그 뒤에 누가 이어서 가느냐의 문제이긴 한데, 벌써 천사백년전 얘기입니다. 그게 그래서 신자들에게 감정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이 크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걸 주목하는 이유는 국가 사이의 관계에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수니파인데 수니파의 대표 국가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시아파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국가는 이란입니다. 그런데 아라비아는 아랍민족이고, 이란은 페르시아민족이라 언어도 민족도 다릅니다. 종교도 종파가 다르고, 강대국에 대한 태도도 다릅니다. 아라비아는 미국과 친하게 지내는 정책이 중심인 반면, 이란은 혁명 이후 미국과 충돌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정세를 이해할 때 종파도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서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에 있지만 이슬람 문화권은 아닌 지역을 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팔레스타인입니다. 레바논 남쪽에 있는 지역을 팔레스타인이라고 부르고, 그 곳에 사는 사람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 전역에 있던 유대인들이 이 지역으로 이주하였고, 자신들의 정치적인 결사체를 구성하여 결국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하였습니다. 주변에 있는 아랍 국가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무력으로 축출하고자 전쟁을 벌였습니다. 네 차례나 전쟁을 했는데, 오히려 이스라엘이 영토를 더욱 확장하고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를 점령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미국의 영향이 있었지만, 사실상 정면으로 무력 충돌을 벌일 때에는 이스라엘의 상대가 될 수 없음을 깨달은 셈입니다. 그 뒤부터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통해 자신들의 영역을 요구합니다. 시위도 있지만, 폭탄 테러 등의 무력 사용도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PLO를 인정하지 않고 테러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진압해왔습니다. 이런 과정이 수십년째 반복되어 서로 반목하고 싸워왔습니다. 다행히 노르웨이의 중재로 오슬로 협정이 맺어지고 평화의 날이 오는 듯 했습니다. PLO도 정식으로 인정을 받고 정부의 형태를 갖추어가며 몇 지구에서 통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고립을 위한 분리장벽도 건설되고, 헤즈볼라의 강경 투쟁 노선이 다시 등장하면서 세상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원점으로 돌리며 더 알 수 없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슬람 문화권은 인접한 다른 문화권과 충돌을 빚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도는 힌두교 하면서 다룬 것 같네요. 유럽에도 많이 이주하였습니다. 무작위로 간 것은 아니구요, 알제리 사람들은 프랑스로, 터키 사람들은 독일로 가는 등 맥락이 있는 국가로 이동하는 특성을 보입니다. 근데 기존의 문화와 충돌을 빚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프랑스의 학교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 이후 프랑스 파리의 교외지역인 방리유에서는 엄청난 소요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이민온 사람들과 그 자녀들이 많이 살고 있었던 방리유에서는 이러한 결정이 이슬람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이슬람 이민자의 문화적 정체성과 기존 문화와의 충돌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빈다. 유럽사법재판소가 직장 내 히잡 착용 금지를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한 점도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고 할 수있습니다. 우리 학교에 무슬림이 입학하면 학교 규정을 바꿔야 할까요? 기도실을 설치해야 할까요? 여러분들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마지막은 유교문화권입니다. 유교문화권은 대체로 동북아시아 일대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기후는 열대기후부터 냉대기후까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공통적으로 계절풍의 영향이 나타나는 곳입니다. 불교 중에서는 대승불교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나지만, 구체적으로 종파나 종교경관을 살펴보면 다양성이 큽니다. 한자를 공통적으로 사용하지만, 사용하는 한자의 형태가 조금씩 다릅니다. 유교가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그 중요도가 국가마다 지역마다 조금씩 상이하긴 합니다. 젓가락을 모두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젓가락의 길이나 소재가 모두 다릅니다.
그 중에서 유교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유교는 공자가 만든 사상인데, 일상 생활에서의 도덕과 윤리로 작용하면서 동시에 국가의 통치 이념으로도 작용합니다. 가족 단위의 질서를 중심으로 하는 사상인데, 궁금한 친구들은 철학 선생님께 자세히 물어보면 됩니다.
유교가 국제고랑 무슨 상관이냐면, 질서와 관련이 있습니다. 유교에서 중시하는건 예의입니다. 예의가 가장 있었던 이상적인 국가로는 중국의 주나라를 꼽습니다. 그래서 주나라를 본받으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근데 그 주나라에서는 봉건제를 시행했어요. 무슨 말이냐면, 주나라의 황제가 주나라 주변 나라들의 왕이나 제후에게 책봉을 해주면, 그 주변나라에서는 책봉받은 왕과 제후들이 알아서 다스렸다는 뜻입니다. 그럼 황제가 뭐 사실 이래라저래라 내정간섭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주변나라 왕과 제후는 주나라의 황제에게 선물을 드려야겠죠? 이를 조공이라고 합니다. 그럼 황제는 선물을 받았으니 더 많은 선물로 답을 해야합니다. 이렇게 나타나는 외교관계를 조공책봉체제라고 합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이러한 조공책봉체제를 통해 중국 중심의 외교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언뜻 파악하면 중국에게 허락을 받는 사대주의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공과 책봉이 꼭 권력의 우열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티베트는 당나라에게 책봉을 받는 관계이긴 했지만 국력이 훨씬 세서 공주를 대놓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냥 동아시아에서 근대 이전에 서로에게 평화를 찾는 국제 질서가 이런 식으로 운영이 되었다는 점만 기억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어쨋든 이제는 조공책봉체계도 없는데 왜 유교가 다시 나오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답은 자본주의에 있습니다. 마르크스는 사회를 하부구조와 상부구조로 나누어 파악했습니다. 과연 사회에서 누가 어떻게 생산을 하고 있는지, 즉 경제적인 요소들을 하부구조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철학이나 사상이나 제도나 사회체계 등 사회 전반을 이루고 있는 문화적 현상들은 상부구조라고 보았습니다. 그럼 뭐가 더 중요한걸까요? 마르크스는 하부구조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고 보는 시선입니다. 반면에 막스 베버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종교라는 문화가 자본주의라는 경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책을 읽어보세요. 아님 그냥 일반사회 선생님께 가서 자세히 여쭤보세요.
어쩃든 다시 자본주의로 돌아가봅시다. 동아시아가 급성장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제2차 세계대전으로 몰락해서 농업중심의 중립국이 될 줄 알았던 일본이 화려하게 부활해서 세계 무대의 전면에 나서고, 도쿄에서 올림픽을 개최하고, 세계 GDP순위 2위를 차지하고, 엄청난 경제성장률을 보였습니다. 그런 일본이 주춤하나 싶은데, 사실 아시아에는 네 마리 용이 있었습니다. 한국, 타이완, 홍콩, 싱가포르는 1960년대부터 아주 빠르게 경제성장을 하며 선진국 문턱에서 넘어설락 말락 하면서 경제규모가 급성장했습니다. 끝이 아니었습니다. 1980년대부터는 중국이 엄청나게 성장하며 이제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고,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뒤이어 이제는 베트남도 급성장을 하고 있고, 북한도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큰 포부를 국제사회에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동아시아가 매우 성장했다는 결론을 두고, 어떻게 이렇게 성장했냐는 원인 중에 하나로 유교를 찾은 셈입니다. 가족을 중시하다보니 기존 유럽이나 미국의 자본주의에서 보지 못한 모습이 발견되었습니다. 종신고용제나 가족기업이 그런 요소입니다. 가족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업에서는 니 일 내 일 회사 일이 나누어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능력껏 헌신적으로 회사를 위해 일하게 됩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회사가 어렵다고 직원도 마구 해고하지 않습니다. 직원은 가족이니까, 힘들 때일수록 같이 힘을 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아시아의 유교적 가치가 자본주의와 맞물려 유교 자본주의의 형태로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을 이끈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었습니다.
근데 뭐 요즘에는 사실 시들합니다. 유교가 과연 좋은 쪽으로만 자본주의에 영향을 주냐는 것입니다. 아니면 유교가 과연 자본주의와 관련이 있긴 하냐는 것도 있습니다. 지연이나 학연, 혈연을 따지는 연고주의라든가, 뿌리깊은 정경유착, 부패한 관료주의 등등. 하다못해 열정페이도 있습니다. 노동을 하면 임금을 지불해야하는데, 가족이라면 더더욱 더 많이 챙겨주어야 하는데, 챙겨주지는 않으면서 책임만 강요하는 그런 현실도 나타납니다. 공자님이 임금체불하라고 한 적 없긴 해요 사실. 뭐 학문적으로 유교의 문제는 아니긴 한데, 동아시아 사회에서 널리 나타나는 문제점들이 많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유교자본주의라는 개념의 유행이 좀 지나긴 했지만, 어쨋든 동아시아가 부상하고 있고, 함께 겪는 문제들도 분명 있으니, 이에 대한 연구는 충분히 의미있는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이상으로 문화권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문화권이라는 개념은 크게도 나눌 수 있고, 작게도 얼마든지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큰 규모의 문화권만 살짝 맛본 셈입니다. 이제는 대륙별로 쪼개서 하나하나 뜯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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