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해 과목은 말 그대로 지역에 대해 이해하기 위한 과목입니다. 학교의 사정 상 자연지리랑 인문지리에 대한 기본 개념을 학습하는 데에 많은 비중을 두긴 했지만, 이제는 과목 본연의 취지에 맞게 지역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근데, 지역이 대체 뭐죠?
혹시 동요 중에 그런거 아나요? 바윗돌 깨트려 돌덩이, 돌덩이 깨트려 돌맹이, 돌맹이 깨트려 자갈돌, 자갈돌 깨트려 모래알♬ 하는 그런 노래요. 돌은 쪼개고 쪼개면 조암광물이 나오고, 물질은 쪼개고 쪼개면 소립자가 나옵니다. 그럼 지리에서는 뭘 어떻게 쪼갤까요?
우리 지구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이를 세계라고 흔히 부릅니다. 글로벌 사회 자체가 여러분들이 이 학교에서 졸업할 때까지 이해해야 하는 큰 덩어리입니다. 지리에서 추구하는 최종적인 목표이기도 하구요. 세계시민을 육성하고자 하는 이 학교의 취지이기도 합니다. 세계를 이해해보자는거에요. 근데 너무 덩어리가 크면 한번에 이해하기 어렵죠? 그럼 세계를 쪼개봅시다. 흔히 가장 많이 쪼개는 방식은 대륙으로 쪼개는 거에요. 대륙이 몇 개인지는 구분하기 나름이지만, 그래도 대체로 몇 덩어리가 된다는 것 정도는 보통 합의를 하니까요. 대륙에서 더 쪼개면 세계의 기본 구성 단위인 국가가 나옵니다. 우리도 그래서 사실 흔하게 국가를 가장 많이 사용해요. 국가를 더 쪼개면 지방이 나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세계-대륙-국가-지방의 구분방식이 가장 흔합니다.
여러분들이 지역이해를 통해 배웠으면 하는 사고방식이 있습니다. 아직 뭐라고 번역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영어 자체로 쓰겠습니다. Scale Linkage입니다. 여러분들이 배우는 사실들을 단편적으로 수용하지만 말고, 규모를 한번 다르게 보면서 적용해보면 좋겠어요. 그래서 2학기 수업 구호는 Local, National, Global으로 정했습니다. 한번 차원을 그때 그때 다르게 생각해보는 연습을 하면 좋겠습니다.
올 봄에 미세먼지가 한참 심했습니다. 미세먼지는 Local차원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이지만,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입지 문제가 있습니다. 미세먼지는 과연 전국적인 이슈일까요? 미세먼지를 발생시키지 않는 지역에서 피해가 큰 경우도 있을까요? 경기도의 입장과 충청남도의 입장은 과연 같을까요? 이런게 Local입니다. 미세먼지를 National 차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있지만, 중국에서 발생해서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미세먼지도 분명 없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하지만, 중국에서 날아오는 먼지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지금의 산업구조와 에너지소비형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데, 과연 극복이 가능할까요? 이런게 National입니다. 미세먼지를 Global차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요? 미세먼지가 과연 우리만의 문제일까요? 인도의 뉴델리는요? 런던은요? LA는요? 과거 국경을 넘는 환경 문제가 과연 없었을까요? 스모그는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세계적으로 대기환경의 질을 개선할 방안에 대해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이게 Global입니다.
이런 이해방식을 사용하면 여러분들 일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이슈도 폭넓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무역제재를 Local에서 보면요? National에서 보면요? Global에서 보면요? 북한 핵은요? 트럼프의 정책은요? 군산공장의 폐쇄는요? 이런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사람이 글로벌 사회에서는 더 각광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여러분들이 Local, National, Global 인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인류에게 기여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게 바로 국제고등학교라는 특수목적고등학교를 세운 이유니까요. 근데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제변호사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공무원으로 들어와서 WTO 분쟁에 대응하는 책임자로 승소를 이끌어낸 분이 계십니다.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면서도, 동시에 국가에도 도움이 되는 인재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지역사회와 동네에도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글로벌 인재나 국가의 인재는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도 하고,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수준에서 성장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우리 지방은 그 사이에 많이 힘들어졌습니다. 모든 인재가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몰리다보니 지방은 소멸의 단계로 접어든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능력을 무럭무럭 키워서, 우리의 지역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인재가 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기대를 가지고 2학기 수업을 하려고 하니 기대가 조금 되네요. 다들 잘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