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지역연구의 방법

다음 주에는 체험학습이 있죠? 그래서 체험학습을 갈 때에 수행평가가 진행된다고 안내했습니다. 그럼 체험학습 출발하기 전에 지역조사는 어떤 것인지 미리 배워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합시다.

그 전에 지역의 의미나 지역의 규모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역에 대한 논의는 사실 지리학에서나 중요하지, 지리학과 갈 게 아니라면 몰라도 사는 데에는 크게 지장 없을 것 같습니다. 지리학이라는게 처음 등장하던 시점 즈음의 이야기입니다. 특수성과 보편성을 먼저 살펴봅시다. 어려운 개념이 아니죠? 식사동에는 고양국제고등학교가 있습니다. 김포시 구래동을 보니까 국제고등학교가 있나요? 없는 것 같아요. 그럼 특수한 사실이겠죠? 개별 지역을 사례로 특수한 주제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 바로 특수성에 주목한 연구방식입니다. 근데 고양국제고등학교가 아닌 그냥 고등학교를 봅시다. 김포시 구래동을 보니까 고등학교가 있어요. 다른 곳에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럼 일정한 규모 이상의 거주지역에는 고등학교가 있다는 원리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이는 보편성이겠죠? 뭐 어려운 개념이 아닙니다. 둘 중에 더 중요한게 있다거나 그런 내용이 아니고, 두 가지 다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지역을 보는 관점에는 여러 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지적 관점입니다. 특정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자연적인 정보들과 인문적인 정보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를 차곡차곡 정리해서 모은 책을 지리지라고 합니다. 두 글자로 줄이면 지지입니다. 그래서 지역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것이 바로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한 입장을 지지적 관점이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는 기능적 관점입니다. 지역은 단순히 지형이나 기후의 합이 아닙니다. 그 지역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인간의 의식에 의해 하나의 지역으로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그래서 지역을 지역답게 만드는 무언가에 주목하고 연구를 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마지막은 경관론적 관점입니다. 지구 표면에는 인간이 만들어낸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이를 경관(landscape)라고 합니다. 경관은 농경지, 건축물, 도로 등 다양한데, 사실 이러한 것들에는 인간의 가치관이나 상황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경관이 연구 대상이라고 보는 관점이 경관론적 관점입니다.

지역이해를 하기 위해는 규모를 이해해야합니다. 스케일이 오히려 익숙할까요? 지리학은 현미경과 망원경을 자유자재로 바꿔가면서 볼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합니다. 어떨 때에는 아주 작은 규모로 살펴보고, 어쩔 때에는 아주 큰 규모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작은 규모는 공동체 연구입니다. 주목하는 대상은 커뮤니티입니다. 주민들이 어떻게 모여 사는지 연구하는 것으로, 보통 촌락이나 도시의 특정 지역을 사례로 합니다. 예를 들어서 경주에 가면 양동마을이라고 있습니다. 양동마을 주민들은 수백년간 유교적 질서에 입각한 종족촌을 이루며 살아왔습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그냥 지정된 것이 아니에요. 이러한 연구는 지리학자도 하지만, 인류학자, 사회학자, 역사학자들과 함께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 다음은 지역 연구입니다. 국가보다 규모가 작으면 지역연구라고 생각하면 좀 편합니다. 특정 지역에서 나타나는 고유한 현상에 대해 주목하는 것이 지역 연구이고, 요즘에도 점점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산미증식계획은 호남지방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요? 강원도에서 지구온난화과 고랭지배추 생산에 미친 영향은요? 이런 주제들은 대표적인 지역연구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국가연구입니다. 사실 뭐 제국주의가 판치던 시기를 즈음해서, 시민혁명을 통해 근대국민국가를 만들어나가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나라들은 국가에 대한 지리적인 사실을 모으고,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서 연구했습니다. 통계학이랑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모은 정보들은 식민지 개척 등에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요즘에는 국가연구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국가의 발전을 기획하거나 균형개발을 위한 전략 수립같은 국가적인 필요성에 의해 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은 글로벌 세계 연구입니다. 하하. 여러분들에게는 제일 관심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옛날에는 다른 나라나 다른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참 힘들어서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분야였습니다. 근데 이제 시대가 세계화 시대가 되었어요. 다른 나라와의 관계가 너무 확대되어서, 국경의 의미가 예전처럼 강하질 않습니다. 뭐 하나를 이해하려고 해도, 하나만 볼 수가 없습니다. 자동차 생산을 볼까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동차 생산국입니다. 근데 자동차 회사가 공장 하나만 두고 생산하질 않습니다. 수십개의 협력업체가 있고, 다른 나라에도 생산공장이 있고, 세계의 다른 기업들과 인수합병이나 전략적 제휴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유. 신난다. 여러분들이 다음 학기에 신나게 연구해볼 주제들입니다.

그럼 이러한 지역은 어떻게 연구할까요? 먼저 지리정보를 수집해야 합니다. 지리정보를 수집하려면 지리정보가 뭔지는 알아야겠죠. 지리정보는 공간정보, 속성정보, 관계정보가 있습니다. 고양국제고가 있는 고양시를 생각해볼까요? 고양시의 위치는 어디인지, 면적은 얼마인지, 경계는 어떻게 생겼는지 해당하는 정보가 있습니다. 고양시를 지도에 그릴 때 점, 선, 면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정보는 공간정보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그 다음은 속성정보입니다. 고양시의 인구는 몇 명인지, 몇 년도에 뭐라고 이름이 정해진건지에 해당하는 정보가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들은 사실 한셀을 켜고 글자나 숫자로 입력이 가능한 정보들입니다. 이러한 정보는 속성정보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마지막은 고양시와 경기도와의 관계, 고양시와 파주시와의 관계 등에 대한 정보입니다. 이러한 정보는 고양시 한 지역만의 정보가 아니라, 다른 지역과의 상호작용과 관련된 정보입니다. 경기도는 고양시보다 상위행정구역으로, 고양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상관계라고 합니다. 파주시는 고양시와 붙어있는 인접시군입니다. 이러한 정보는 관계정보라고 합니다.

이러한 지리정보를 모으는 방법을 연구방법론이라고 합니다. 굳이 두 가지로 구분해보자면 직접조사와 간접조사,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로 구분이 가능합니다. 직접조사는 실측, 관찰, 면담, 설문조사 등 직접 발로 뛰면서 하는 조사들입니다. 간접조사는 문헌, 인터넷, 지도, 원격탐사같은 책상에 앉아서 하는 조사들입니다.

문헌연구는 책을 보는거라서 사람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연구했는지 살펴보기가 편합니다. 인터넷은 도서관에 갈 필요도 없어 더 편한데, 문제는 뻘글도 너무 많아서 신뢰도 높은 자료인지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지도는 지리선생님들이 제일 좋아합니다. 지표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도로 나타내면 기존에 글자나 숫자로는 알 수 없던 분석을 가능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그래프도 있고, 표도 있고, 글도 있지만, 모든 표현 수단중에 지도는 지리학만이 가장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아주 고유한 영역입니다. 우리가 체험학습을 할 때에도 당장 지도 앱 켜고 경로부터 찾아본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세요. 마지막은 원격탐사(remote sensing)입니다. 항공기나 인공위성을 활용하면 그 전에는 가지 못했던 곳들의 정보도 엄청나게 광대한 지역의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정보를 어떻게 얻어요? 동해바다 전체의 수온 변화를 어떻게 읽을까요? 북한 무산시에서 토지이용의 변화가 나타나는 양상은요? 모두 원격탐사만 있다면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이러한 정보를 종합하고 분석하고 활용하는 분야가 생겨났습니다. GIS는 다다다음시간쯤 한번 더 살펴볼 예정이구요, 궁금한 친구들은 3학년때 "공간정보와 공간분석" 과목을 선택해보면 됩니다!

연구방법론은 양적연구와 질적연구로도 나눌 수 있습니다. 수량으로 체크하면 양적 연구입니다. 설문지 많이 해봤죠? 별점 몇개. 10점 만점에 몇점 이런 것들은 다 양적 연구에 해당합니다. 양적연구는 처음에 잘 구성해놓으면 쉽게 직관적으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근데 거기에 안보이는 데이터들도 있습니다. 글자를 안쓰는 무문자사회의 인간관계를 어떻게 조사할까요? 우리나라 가전제품 회사에서 제품 만족도 조사를 하면 맨날 점수는 높은데, 왜 매출은 자꾸 줄어들까요? 그래서 맥락이 중요합니다. 직접 그 사회의 일원이 되어서 함께 있으면서 기록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고도로 훈련받은 전문가가 직접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간도 오래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때로는 양적 연구에서 보이지 않던 새로운 것들이 보이게 해주는 그런 연구가 질적 연구입니다.

지리조사의 절차만 살펴봅시다. 주제선정, 정보수집(실내조사, 야외조사), 정리, 보고서작성의 단계를 거친다고 흐름만 기억하면 됩니다. 체험학습으로 한번 생각해볼까요? 우리 어디 갈지, 뭐 볼지 먼저 회의했죠? 그게 1단계입니다. 정해지고 나면 뭐 타고 갈건지, 뭐 먹을건지 찾아보겠죠? 2단계입니다. 그럼 이제 실제로 가서 걸어보고, 사진찍고, 인터뷰하고, 먹어보고 하겠죠? 3단계입니다. 갔다 오면 사진도 정리하고, 인터뷰한것도 정리하고, 기록한 것도 모아보고 하겠죠? 4단계입니다. 그럼 뭐해야죠? 보고서 만들어야죠. 그게 5단계 입니다. 그래서 지리조사는 이러한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될 것 같습니다.

1차고사가 끝난 관계로 체육행사랑 체험학습에 설렌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설렙니다. 항상 안전이 우선입니다. 조심히 잘 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