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업자료/고양국제고 수업자료(2019)

13 세계화와 문화

by Thisis Geoedu 2019. 5. 2.

세계에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무슨 바람? 바로 세계화의 바람입니다. 세계화는 사실 뭐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조선시대 육영공원의 교사였던 헐버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순 한글 교과서인 사민필지를 만듭니다. 사민필지는 사대부와 백성 모두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뭐 미국인이 굳이 한글을 배워서 한글로 교과서를 만든 것만 봐도 널리 읽히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 같습니다. 근데 그 책이 뭐냐면, 지리교과서입니다. 하하하. 그 책에 서문에 보면 천하 형세가 옛날과 지금이 같지 않아서 지금은 만국이 서로 물건과 사람이 통해서 한 집안처럼 한다고 쓰여있습니다. 이게 세계화입니다. 만국이 한 집안같다잖아요.

그럼 그 세계화는 왜 왔나요? 중학교때부터 많이 나왔죠? 바로 교통기술과 통신기술의 발달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교통은 형태가 있는걸 싣고 날라줍니다. 쉽게 말하면 화물과 사람을 이동시켜주죠. 보통 교통수단은 도로, 철도, 해운, 항공으로 범주화해서 설명합니다. 이러한 교통수단은 다 장단점이 있어요. 속도도 다르고, 운송량이나 비용도 다 다르고, 날씨나 지형의 영향도 다들 다릅니다. 그래도 대체로 교통수단의 발달 흐름을 보면 점점 더 빨리, 점점더 많이, 점점 더 싸게, 점점 더 안정적으로 운송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 왔습니다. 걸어다니고 수레타고 다니다가 지금은 비행기를 타고 다닙니다. 그러다보니 15세기에는 배타고 중간에 들러가면서 한참을 가야 다른 나라로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비행기를 타면 지구 반대편이라도 다음날에 도착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신발 해외직구로 사보니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이네요.

교통만큼 대단한게 바로 통신입니다. 화물이나 사람 말고, 정보를 이동시키는 것을 통신이라고 합니다. 정보를 빠르게, 대량으로, 정확하게, 방해받지 않고 전달하는 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으로도 항상 정보통신산업이 꼽힙니다. 그러니 보니 이제는 업로드 다운로드도 어마어마합니다. 오죽하면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직원이 퇴근하면 실시간으로 인도의 방갈로르에서 출근한 직원이 이어서 작업을 하겠어요. 이제 진짜 세계가 한 집안처럼 지낼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손흥민의 축구도, BTS의 공연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잖아요. 대단합니다 참.

이런 세계화 현상으로 국가와 국가, 지역과 지역의 상호 의존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근대화 이후 지난 세월동안 국제사회의 주체로 항상 주목을 받아왔던 국가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국경이라는 것은 나라와 나라를 구분해주는 아주 강력한 경계였는데, 이제는 그 경계의 의미도 약화되고 있습니다.

세계화가 교통과 통신이라는 기술적인 발전이 만들어낸 결과라고만 생각하면 조금 부족합니다. 그럼 기술만 발전하면 사회가 다 바뀌나요? 사실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지금과 같은 세계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바로 자본입니다. 돈의 힘은 무시무시합니다. 지난 수십 년간 자유무역은 점차 확대되었고, 기업들은 수익이 나면 국경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사람도 화물도 아닌 자본도 마구 이동합니다. 한국은 원, 미국은 달러, 중국은 위안, 일본은 엔이니까 자본엔 국적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도 국민연금같은 우리나라의 엄청난 자본들이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모은 돈이니까 어떻게 해야해요? 수익을 얻으면 좋겠죠? 근데 해외에 수익 높은 상품이 있으면요? 해외에도 투자해야겠죠? 우리가 그러는데 다른 나라는 안그러겠습니까. 수익이 더 높은 매물을 찾아 국제금융자본은 세계를 메뚜기 떼처럼 뛰어다닙니다. 그럼 상대적으로 준비가 덜 된 나라들은 외환위기도 올 수 있어요. 뭐 이제는 그런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국경은 점점 약화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사실 예외적입니다. 법적으로 국경도 아니기도 하지만, DMZ를 둘러싸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국군 장병들이 1년 365일 24시간 철책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입니다. 인도나 파키스탄의 국경 같이 우리와 유사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어다니는 국경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세계 어디를 가도 문화경관이 점점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문화와 자본들이 나타내는 현상들도 국가를 넘나들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역이해 과목은 본질적으로 세계의 다양성에 대해 학습하는 과목입니다. 근데 세계가 비슷해집니다. 모스크바는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줄여서 소련의 수도였습니다. 사회주의 혁명의 심장으로 불리던 곳이에요. 그래서 그 곳에는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맥★날드는 완전히 상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스크바에도 맥도날드 영업 잘만 합니다. 세계의 문화가 다르다고 했는데, 어느 나라를 가든 침실 모습은 비슷비슷합니다. 그래서 국경의 의미가 확실하게 옛날 같지는 않습니다. 2010년 이후로 서남아시아와 북부아프리카 일대에 시민들의 운동이 이어졌습니다. 보통 "아랍의 봄"이라고 부릅니다. 예전에는 국가의 권력이 강해서, 독재정권이 국경을 통제하고 언론을 통제하면 다른 나라는 무슨 일이 있는지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갖은 방법으로 우회해서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혁명은 방송되지 않고, 트★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SNS의 영향력이 막대해졌습니다. 국경의 의미가 달라지다 보니 이제는 다른 나라도 아니고 다른 나라의 특정 동네에서 있던 사건들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우크라이나의 한 지방인 크림반도에서 발생한 일이 우리나라 마트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됩니다.

그럼 이런 세계화로 인한 문제점은 없을까요? 먼저 불균형입니다. 남북문제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남한과 북한 사이의 문제를 뜻하는 말로도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체제 경쟁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근데 세계적으로는 대체로 미국과 서유럽은 서쪽에, 동유럽과 소련은 동쪽에 있어서 동서문제라고 부릅니다. 남북문제는 세계적으로 어떤 의미로 쓰일까요? 대체로 일찍 산업화된 국가들은 북반구의 중위도에 있고, 개발도상국은 적도나 남반구에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남북문제라고 하면 세계에서 나타나는 양극화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양극화로 인해 불균형은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세계화의 시대에 하위 20%인 1분위와 상위 20%인 5분위의 차이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세계화는 마치 나쁜 것 같네요.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빈곤하여 삶을 위협받는 극빈층은 전 세계적인 관심과 지원이 늘어나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말 나온김에 얹어봅니다. 동시에 여러 현상이 같이 일어나고 있으니, 평상시에 책이랑 뉴스 깊게 살펴보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어쨋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세계가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하나가 되어가는 이런 모습을 획일화라고 합니다. 여기서 고전 하나 추천합니다. 인도 북부에 대해 다룬 '오래된 미래'라는 책이 있습니다. 관심있는 친구들 한번 읽어보세요. 다시 돌아와서, 지역이해 수업때는 환경에 적응하는 사람들의 삶의 형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분명 기후대별로 전통 의복이 다르다고 했는데, 정상회담 하는 걸 보면 다 양복을 입고 있습니다. 세계 어딜 가든 영화관에는 미국의 헐리우드 영화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이런게 전 세계를 하나가 되어간다는 획일화 현상입니다.

또 다른 문제로는 환경문제나 노동문제가 있습니다. 선진국에 사는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은 개발도상국에 사는 서민들과 빈민들보다 숫자는 적지만, 사용하는 자원의 양은 엄청납니다. 일찍 산업화된 국가들이 지난 세월동안 배출한 온실기체가 현재 나타나는 지구 기후변화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걷기 싫으니 차 타고, 빨래 하기 싫으니 세탁기 쓰고, 빨래 널기 싫으니 건조기 쓰고, 설거지 하기 싫으니 식기세척기 쓰고, 옷 터는 것도 의류관리기가 대신합니다. 엄청 많이 먹어서 비만과 성인병이 흔한데, 살 빼겠다고 차타고 가서 다시 런닝머신을 뛰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쓰레기도 어마어마하게 배출합니다. 마구 사고, 마구 버리느라 지구의 지하자원은 캐고 또 캐고, 엄청난 규모로 생겨난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또 고생을 합니다. 나이지리아의 니제르강 삼각주 인근에는 석유가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원유 개발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발생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에너지자원이든 광물자원이든 필요한 자원의 자급이 어려운 나라는 그렇게 개발해준 자원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환경문제나 노동문제가 구조적인 것도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점점 규제가 까다로워지고 촘촘해집니다. 아이들은 일을 시킬 수 없고 학교에 가야하고, 정해진 근로시간을 준수해야하며, 근로환경도 적절하게 갖추어야 합니다. 환경을 오염시킬 수 없으니 폐수 처리도 까다로워지고, 정화시설 설치도 의무화됩니다. 그럼 기업들은 어떤 판단을 내리나요? 세계화 시대니까 그런 규제가 없는 나라로 가버립니다. 흔히 패스트패션이라고 합니다. 패션에서 사람들이 적당히 가격이 저렴한 옷을 사서 잠깐 입고 바로 버리는 문화로 바뀌어갑니다. 그럼 지구에는 어떤 영향을 주나요? 목화를 대량으로 계속 길러야 하구요, 그럼 농약과 비료가 필수적으로 동반됩니다. 저렴하게 생산해야하니까 염색공장이나 봉제공장은 규제가 덜한 저개발국으로 자꾸자꾸 이동합니다. 인도의 보팔 시에서 화학공장에 사고가 생겨 수많은 인명피해를 낳았습니다. 파키스탄의 어린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축구공을 만들면, 그 축구공은 다국적기업의 상표를 달고 전 세계로 팔려나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순히 현상을 볼 게 아니라, 그 밖에 왜 이렇게 진행될 수 밖에 없었는지 구조적인 측면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 거대한 흐름에 세계화가 있습니다.

이런 세계화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같이 나타나는 현상이 있습니다. 바로 지방화입니다. 과거 국제무대의 주인공은 국가였습니다. 정확히는 국가들만의 무대였다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국가보다 더 작은 단위인 지역이 부상하기 시작합니다. 때로는 그 지역이 가진 특성을 잘 살리면 어지간한 국가보다도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역의 특성에 주목하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뭐 거꾸로 보면 세계화가 진행되다보니 지역의 특성도 고정되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어쨋든 지역의 힘이 강력해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뉴욕, 도쿄, 런던 같은 도시들은 미국, 일본, 영국의 도시지만 세계적으로 아주 막강한 위력을 가진 곳이 되었습니다. 이런 핵심지역들은 이제 세계 무대에서 발언권과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는 지역의 가치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전까지 쓰이던 국가 중심 사고방식과는 달라지는 시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를 봅시다. 제주도는 한반도에서 떨어져 있는 섬입니다. 고려시대 이후로 우리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낙후된 지역으로 제주도를 인식했습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도 큰 죄를 지은 죄인들을 유배보낼 때 제주도로 보냈습니다. 이후 현대사에서도 그런 관점이 이어져서 이른바 변방으로 보는 시야가 유지됩니다. 그런데 이제 시대가 바뀌어 세계화를 맞이했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중심 사상에서는 제주도가 가장자리이지만, 거꾸로 제주도를 중심으로 두고 세계를 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전 세계의 인구와 경제가 밀집되어 있는 권역이 한중일 삼국으로 대표되는 동북아시아입니다. 세계 경제 2위와 3위가 함께 있습니다. 그 한중일의 가운데에 제주도가 있습니다. 베이징, 상하이, 타이베이, 후쿠오카, 도쿄, 서울, 부산 모두 금방 갈 수 있는 중심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제주는 이러한 시대를 맞이하여 국제도시로 성장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수립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지역의 특성을 잘 이용하면 기업도 돈을 벌 수 있기도 합니다. 아까 세계화라고 했죠? 세계가 하나가 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 지역의 특성에 잘 부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지역마다 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맥★날드만 봐도 그렇습니다. 독일에서는 소시지를 넣고, 터키에서는 케밥을 넣고, 우리나라에서는 불고기 맛을 낸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이렇게 획일화처럼 보이지만, 사실 각 지역에 맞게 적응해서 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전략을 지역화 전략이라고 합니다.

지역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역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잘 살려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발전의 계기를 가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전략을 장소마케팅이라고 합니다. 이제 기업들만 브랜드를 만들고 상품을 마케팅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소를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전략이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지역에서 브랜드도 만들고, 축제도 개최하고, 캐치프라이즈나 캐릭터를 만들기도 합니다. 일본 도쿄에서 한참 떨어진 중소도시인 쿠마모토시는 도시의 이름에 쿠마(熊, 곰)이 들어간다는 사실에 착안해 쿠마몬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교가 있는 고양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꽃박람회를 열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 고양'이라는 문구를 홍보하고, 고양고양이가 돌아다니는 것 모두 고양을 알려서 써먹기 위한 일입니다. 특히 이러한 장소마케팅 전략이 잘 먹혀들어가면, 우리 동네에서 만든 상품을 다른 동네에서 만든 상품과 차별화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와인이면 다 와인인데, 프랑스의 특정 지방에서 생산된 와인은 엄청나게 비쌉니다. 그 지역의 토양과 기후와 품종과 모든 것들이 녹아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겁니다. 그럼 그거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됩니다. 이 것을 지리적 표시제라고 합니다. 쉬운 사례로 해볼까요? 녹차는 녹차인데 어디 녹차가 유명하죠? 쌀은 쌀인데 어디 쌀? 굴비면 굴비지만 어디 굴비? 이런 식으로 특정 지역의 지역성을 담고 있는 상품들은 더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에, 지역성도 상품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이렇게 세계화와 지역화는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래서 세계화라는 말 만큼이나 세방화라는 말도 많이 사용합니다. 세계화와 지방화를 합친 말입니다. 지금까지 세계 무대에서 주인공이 국가였다면, 국가보다 큰 단위와 국가보다 작은 단위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졌기 때문에 국가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고 이해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도 문화의 확산에 대해 살펴봅시다. 사실 세계화라고 하지만 서유럽에 기반한 문화가 사실 전 세계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정상회담에서 입은 옷을 보세요. 유럽과 미국 중심의 의복 문화가 드러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관심을 받는 사상이 바로 다문화주의입니다. 자주 강조하고 싶은 사항인데, 여러분들이 우리 학교를 다니다 보면 많은 이론이나 사상을 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리 선생님들은 대체로 사례에 관심을 강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리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여러분들이 '맥락'을 살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이야기는 어떤 천재적인 학자의 머리 속에서 뿅 하고 튀어나와 있지 않습니다. 실제 세상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문화주의로 돌아가 볼게요. 다문화주의는 선진국에서 대두된 개념입니다. 일찍 산업화된 국가들을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의 노동자들이 유입되면서, 국경을 넘는 인구 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독일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광부랑 간호사가 파견되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는 기존의 국가가 가지고 있던 문화적 배경과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야 합니다. 독일에 왔으니 한국어는 쓰지 말고 독일어만 써! 소시지만 먹고 김치는 먹지 마! 그렇게 강요할 수 있을까요? 그럴 때에는 나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배척하거나 경계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문화를 서로 존중해주고, 함부로 간섭하지 않고 받아들여주어야 합니다. 안그러면 싸우자는 이야기로 귀결되거든요. 그런 다문화주의가 지배하는 선진국의 대도시에서도 사실 소수집단은 화합을 이루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체로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었거든요. 특히 도시공간에서의 분리가 사회적 차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 발생하는 테러에 대해 우리는 특정 종교를 믿는 집단, 혹은 특정 지역 출신 이민자들에 의한 사건이라고 단정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지역에서 태어나서 자란 경우나,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문화주의는 실패한 걸까요?

그래서 근래에 더 관심을 받는 개념이 바로 문화적 다양성입니다. 다양한 문화 자체의 가치를 인정하자는 뜻입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사라지기 쉬운 문화는 의도적으로 보호하고 정체성을 보장해주어야만 한다는 가치를 인정합니다. 전 세계의 모든 영화관에 헐리우드 영화만 상영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헐리우드의 영화가 더 많은 자본을 투입했고, 더 재미있고, 더 수익이 잘 나니까 합리적인 극장주들은 헐리우드 영화를 상영할겁니다. 그럼 이러한 영화를 차단하면 될까요? 자유무역의 기본 원리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영화도 상품인데, 왜 무역장벽으로 막느냐고 항의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화적 측면에서는 시야가 조금 다릅니다. 문화는 사람의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는 특수한 상품입니다. 그래서 단순한 경제논리로 문화의 다양성을 침해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사고의 틀에서 결국 유네스코는 문화 다양성 협약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네요. 문화적 다양성을 먼저 했는데, 문화가 뭔데요? 문화는 사회나 집단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생활양식이나 사고방식입니다. 나 혼자 하면 문화는 아니에요. 핵심은 집단입니다. 종교, 언어, 문자, 건축, 음식, 의복, 경제활동 등등 뭐 문화 아닌게 없습니다. 이러한 문화를 지리에서는 문화경관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문화경관은 이러한 문화 현상 중에 인간이 만들어놓아서 눈에 보이는 것들입니다. 탁 트인 벌판에 물이 찰방찰방 차오르고 질척한 흙에 푸릇푸릇 모가 심어지고 있습니다. 뭐에요? 우리나라의 논농사라는 농경문화입니다. 이런게 문화경관입니다.

이러한 문화현상도 공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지역 이해 수업시간에 굳이 다룹니다. 특히 문화현상의 확산과정은 공간적으로 잘 드러납니다. 물리학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배웠나요? 가까이 있는 물체끼리 서로 인력이 크게 작용하죠? 질량이 클 수록 인력은 커지죠? 지리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상호작용은 더 어려워집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원거리 커플이 헤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도 생각해보세요. 왜 이웃은 사촌이라고 부르는지, 자리를 바꿀 때마다 짝꿍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는지 생각해보면 됩니다. 이를 수식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거리조락함수입니다. 어떤 현상이 확산되는 상황을 그래프로 나타내볼까요? 멀수록 영향을 받는 시기가 늦어집니다. 영향을 받는 강도도 약해집니다. 직관적이고 참 간단하지만, 많은 것을 설명해줍니다.

이처럼 문화현상이 확산되는 것을 전파라는 개념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전파는 크게 두 유형이 있습니다. 물감을 물에 풀면 색이 퍼지는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팽창전파입니다. 다른 하나는 문화를 가진 사람 자체가 이동하는 재위치 천파입니다. 팽창전파는 다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인접한 지역에 영향을 주는 것을 접촉전파라고 합니다. 서남아시아에서 인류 최초로 밀을 재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유럽대륙의 가까운 곳부터 전파되어 가장 멀리 떨어진 영국에는 가장 늦게 전파됩니다. 산업혁명은 거꾸로구요. 그래서 이런 유형의 전파 방식은 인접한 곳부터 영향을 준다는 뜻에서 접촉전파라고 부릅니다. 근데 가끔은 멀리 떨어진 곳이 먼저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뭔 소리냐면, 도시에도 계층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 세계도시들이 있다면 국가 내에서 중요한 도시도 있고, 특정 지역에서만 중요한 대도시도 있고, 중소도시도 있고, 시골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도시의 계층을 따라서 전파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전파를 계층전파라고 합니다. 상위계층의 대도시부터 시골로 퍼져나가는 계층전파는 패션 유행이 대표적인 사례이긴 합니다. 뭐 작은 클럽을 전전하던 밴드가 인정받고 성장하면서 세계적인 대도시들에 순회공연을 다니는 반대 방향의 계층전파도 있구요. 우리나라에 5G서비스가 도입되었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도입된 곳은 어디일까요? 뭐 쉽죠? 서울이겠죠. 그럼 다음으로 도입된 곳은요? 서울에서 가까운 가평이 아니고,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부산입니다. 왜 그렇냐구요? 대도시의 인구밀도가 높으니까 대도시부터 도입됩니다. 방송국의 확장과정 등도 모두 도시 계층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전파의 유형은 좀 독특합니다. 뭐가 전파되는게 아니고, 껍데기는 바뀌고 내용만 전달되어서, 사실상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경우입니다. 툰드라 기후에서는 순록을 유목합니다. 이 사람들이 왜 순록을 유목하냐면, 건조기후에서 유목하는 것이 넘어온 것입니다. 근데 건조기후에서 자라는 낙타나 양은 툰드라에서는 못자라잖아요. 그래서 문화가 그대로는 아니고 바뀌긴 바뀌어 새로 생긴 것입니다. 이러한 형태가 바로 자극전파입니다.

뭐 전파 과정에서 산맥이나 사막같은 애들이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하구요. 예를 들면 사하라는 북부아프리카와 중남부아프리카를 막아주는 큰 장벽입니다. 근데 뭐 요즘 세상에는 워낙 사람도 물자도 정보도 이동이 많은 시대라 옛날같지는 않습니다.

다시 전파로 돌아가 봅시다. 이러한 전파의 과정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유형이 바로 전염병입니다. 아까 구분은 했지만 보통 사회현상에서는 함께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HIV바이러스가 아프리카에서 어떻게 세계로 확산되었는지 추정한 연구가 있습니다. 아마 아이티의 공무원들이 아프리카 출장을 갔다가 미국으로 옮기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것은 접촉전파, 이동한 것은 재위치 전파, 대도시부터 전파되는 것은 계층전파라는 것을 알 수 있겠죠? 그럼 여러분들의 중학교 체험학습을 막았던 사례인 MERS로 대입해볼까요? 여러분들이 질병관리본부에서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업무를 담당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파의 개념을 알고 있다면, 더 확실히 대응할 수 있겠죠?

이렇게 세계에 다양한 문화가 넘나드는 시대에는 여러분들도 문화에 대해 생각을 좀 더 해봐야 합니다. 문화를 바라보는 태도인데요, 중학교 때에도 많이 해서 익숙하긴 할 것 같습니다. 문화에 우열을 가리고 평가하는 그런 태도를 문화절대주의라고 합니다. 그런 태도로 특히 자기들 문화만 맞고 옳고 좋은 것이고, 다른 문화는 열등하다고 무시하는 태도를 자문화중심주의라고 합니다. 세계에는 사실 서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 요소가 다른 지역에 많이 확산되어 있고, 이들의 문화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 있던 문화가 종속되고 해체되어가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선진국의 세계관과 문화가 전파되면서 지배력이 확산되는 현상을 문화제국주의라고 합니다. 뭐 알잖아요. 세계 어딜 가든 청바지 입고, 햄버거 먹고, 영화관에서 헐리우드 영화를 보니까요. 식민지가 독립하고 세계의 교류가 활발한 시대에 이런 문화절대주의적인 입장보다는, 모든 문화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문화상대주의적인 입장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문화상대주의를 내면화하고 기본 소양으로 갖추는 것이 중요하긴 합니다. 다만, 너무 극단적으로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들까지 모두 문화라고 존중해주어야하는지는 생각해보고 판단해보아야 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그걸 할 수 있으면 이번 시간은 여기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수업자료 > 고양국제고 수업자료(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 다국적기업  (0) 2019.05.20
14 경제의 세계화  (0) 2019.05.14
12 지역연구의 방법  (0) 2019.05.01
11 지형  (0) 2019.04.15
10 지형  (0) 2019.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