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우리나라의 지체구조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융기하고 침강하고 하는 식으로 지하에서 움직이는 이러한 운동은 지구 내부의 에너지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과학 시간에 판 구조론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나요? 맨틀 상부를 떠다니는 지각은 서로 갈라지고 부딪히기도 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지형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지형은 지구 내부에서 구조적으로 만들어지는 지형이라서 구조지형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땅 위에는 물과 공기가 있고, 태양에너지 덕분에 비도 내리고 얼음도 얼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지형들은 기후와 관련이 있어서 기후지형이라고 부릅니다. 구조지형이 큰 틀을 결정한다면, 세부적으로 디테일을 결정하는 것은 기후지형입니다.
기후지형을 따로 언급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지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기후가 크게 작용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도 예전에 지금보다 추웠던 적이 있습니다. 빙기입니다. 모든 세상이 다 얼어붙는 것 까지는 아니고 지금보다 조금 춥다고 생각하면 간단할 것 같습니다. 높은 산에는 눈이 가득하고, 상대적으로 여름은 짧아지고 겨울은 길어집니다. 그 시절엔 바다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풍화도 달라집니다.
풍화는 바람이랑 관련 없습니다. 암석은 광물이 모여 만들어닙니다. 바위를 생각해봅시다. 바위는 크고 단단합니다. 크고 단단한 성질을 잃어버리면 더 이상 바위가 아닙니다. 암석의 온도가 크게 변화하게 되면 안에 있는 수분도 부피가 변화하는데, 특히 물은 얼면 부피가 커집니다. 그래서 암석의 틈으로 들어간 수분이 얼고 녹고를 반복하면 제 아무리 단단한 암석이라도 모두 쪼개져버리고 맙니다. 이렇게 물 등이 힘을 줘서 암석이 부서지는 것을 물리적 풍화 혹은 기계적 풍화라고 부릅니다. 반면 광물에 따라서는 특정 성분과 반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에 녹는다거나 화학반응이 일어나면 광물의 상황이 바뀌게 되고, 단단했던 돌도 썩어버려서 삽으로 찌르면 들어가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렇게 화학반응으로 암석이 약해지는 것을 화학적 풍화하고 합니다.
굳이 다시 따져보자면 사탕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사탕에 힘을 줘서 작은 조각으로 부수는 것은 물리적 풍화와 비슷하고, 침으로 녹이는 것은 화학적 풍화와 비슷합니다. 금이 간 뼈는 다시 부러지기 쉬운 것처럼, 돌에도 금이 가면 훨씬 풍화에 취약해집니다. 돌에 간 금을 절리라고 합니다. 절리가 생기면 물리적 풍화와 화학적 풍화 모두 활발하게 진행됩니다. 물도 영향을 줍니다. 수분이 많으면 물리적 풍화와 화학적 풍화 둘 다 활발하게 진행됩니다. 마지막으로 온도도 영향을 끼칩니다. 물리적 풍화는 온도가 변화하는 환경에서, 화학적 풍화는 온도가 따뜻한 환경에서 더 활발하게 진행됩니다.
다시 빙기로 돌아가 봅시다. 빙기에는 지금보다 춥습니다. 영하로 떨어지는 날도 더 많아집니다. 암석 사이에 틈마다 수분이 들어가서 얼어버리게 되면 틈을 벌리면서 암석이 부서집니다. 산 사면과 골짜기를 따라 기계적 풍화로 만들어진 물질들이 쏟아져 내려옵니다. 반면 증발이 활발하지 않고 내리는 비도 적고 얼음으로 얼어붙은 양도 많아 하천은 유량이 적고 힘이 약합니다. 그래서 빙기때는 하천 상류에서 퇴적이 주로 이루어집니다. 하류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하천은 흘러흘러 바다로 갑니다. 물이 가진 위치에너지 때문에 하천이 흐르면서 바닥을 깎는데, 바다에 이르면 더 이상 밑바닥을 깎지 않습니다. 그래서 모든 침식은 딱 해수면까지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해수면을 침식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해수면을 침식기준면으로 봅니다. 문제는 빙기에는 해수면이 하강한다는 점입니다. 눈으로 내린 물이 바다로 돌아오지 않고 육지에 있고, 해수 자체의 온도도 내려가서 부피가 줄어듭니다. 그러면 해수면이 내려가고, 지금의 하천 하류는 더 이상 하천 하류가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특히 서해와 남해는 매우 얕은 바다이다보니 빙기에는 모두 육지로 드러나게 됩니다. 해수면이 저 아래 있으니, 하천은 열심히 침식을 더 해나갑니다. 그래서 빙기에는 하천 상류에는 퇴적, 하류에는 침식이 활발합니다.
반대로 간빙기나 후빙기가 되면 하천 상류에도 비가 옵니다. 하지만 물리적 풍화는 활발하지 않습니다. 나무도 쑥쑥 자라 토양을 든든하게 잡아줍니다. 결국 골짜기로 들어오는 양은 적은데, 하천은 싸그리 가져가버리다 못해 바닥까지 긁어 가져가는 침식이 일어납니다. 반면 하류는 해수면이 상승합니다. 해수면이 올라오는 만큼 홍수도 더 자주 나고, 가져온 물질들도 더 자주 쌓아놓습니다. 그래서 하류에서는 퇴적이 활발합니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는 후빙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해안에서 만들어진 평야가 많습니다.
산지지형으로 다시 돌아와서, 우리나라의 산지 특성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국토 70%가 산지라서, 산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비율만 보면 엄청나 보이지만, 사실 대부분이 침식을 오래 받아 해발고도가 높은 편은 아닙니다. 해발고도 2,000m가 넘는 높은 산지는 한반도의 북부와 동부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지 분포를 보면 가장 기본적으로 동고서저를 읽을 수 있습니다. 대체로 산지가 동쪽에 더 많은 편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지구조운동과 관련 있습니다. 신생대 3기에 경동성 요곡운동이 발생하였는데, 그 융기 축이 동해에 매우 가깝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함경산맥이나 태백산맥 등의 산맥은 동해안에 바짝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서쪽으로는 상대적으로 경사가 완만하고, 동쪽으로는 경사가 급합니다. 하천도 산지의 영향을 받습니다. 서해로 빠지는 하천은 길이가 길고 경사가 완만하다면, 동해로 빠지는 하천은 길이가 짧고 경사가 급한 편입니다.
우리나라의 산지가 이렇게 된 이유는 과정을 살펴보면 조금 쉽습니다. 우리나라의 동쪽에 척추처럼 중요하고 험준하고 연속성 있는 산지들이 이어져 있는데, 이를 1차산지라고 합니다. 이 1차산지로부터 뻗어나온 갈비뼈같은 산지들은 상대적으로 낮고 중간중간 끊어져 있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를 2차산지라고 합니다.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1차산지가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1차산지는 신생대 경동성 요곡운동으로 직접 융기를 받아 만들어졌기 때문에 강하게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반면 중생대 이후로 지구조 운동때문에 구조선이 생겨났습니다. 암석에 절리가 있으면 약하듯, 땅에는 구조선이 있으면 약해집니다. 1차산지가 만들어지는 융기활동으로 한반도 전체가 동쪽에 치우쳐서 융기는 했는데, 이렇게 약해진 곳은 먼저 풍화와 침식이 진행되어 깎여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구조선이 적은 곳은 견디며 살아남았구요. 이렇게 살아남은 것들만 상대적으로 주위보다 고도가 높아 산지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산지는 주변이 깎여 나가서 상대적으로 만들어진 산지다보니 2차산지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1차산지 주변에는 과거 융기 이전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들도 있습니다. 융기 이전에 상대적으로 평탄해진 곳들이 그대로 융기를 받아 지금 해발고도는 꽤나 높지만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우리가 흔히 산이라고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잘 생각해볼까요? 높고 험준합니다. 그런데 이런 곳들은 고도가 높지만 상대적으로 완만한 사면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도가 높고 평평한 땅을 고원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의 1차 산지 주변에서 나타나는 이런 지형을 고위평탄면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곳들은 해발고도가 높아 연평균 기온이 낮고 수분 손실이 적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논농사에는 매우 불리한 셈인데, 이런 땅에서는 풀이 잘 자랍니다. 그래서 목초지를 활용해 낙농업이나 축산업 등이 발전했습니다. 또한 낮은 곳에서는 무더운 여름에 지을 수 없는 채소 농사를 해서, 가을에 비싼 값에 공급하는 독특한 농업이 발달했습니다. 이러한 농업을 고랭지 농업이라고 합니다. 또한 바람이 센 곳에서는 풍력발전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강원도의 대관령이나 매봉산, 전라북도의 진안 일대가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곳은 과거 화전이었던 곳이 많습니다. 재배지가 확대되면서 비료 사용으로 인해 토양이 파괴되는 문제도 등장할 뿐더러, 비가 오면 토양 유실이 심하게 진행됩니다. 지형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현명한 대책이 필요한 셈입니다.
쓰러지는 학생들이 많은 것을 보니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해야 될 모양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암석과 산지와의 관계에 대해 배우겠습니다. 잘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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