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우리나라 하천

밖에 비가 내립니다. 내리는 빗물은 땅을 적시고, 방울들이 모여 줄기를 만들어냅니다. 실낱같이 가늘던 줄기들이 모여 큰 흐름을 만들어내고, 결국 바다로 빠져나갑니다. 참 하천 수업하기 좋은 봄비입니다.

빗물이 모여 바다로 빠져나가는 통로를 우리는 하천이라고 부릅니다. 비가 내리면 그 비가 모이는 구역 전체를 유역이라고 합니다. 유역은 간단하게 생각하면 물그릇입니다. 하천은 그 바닥이구요. 그래서 유역은 필연적으로 산지로 둘러싸인 모습이 될 수 밖에 없고, 유역을 다르게 유역분지라고 부릅니다. 유역과 유역을 가르는 산등성이들은 모두 물을 나누는 경계라고 해서 분수계라고 부릅니다. 우리 선조들은 산의 이런 역할에 주목했습니다. 이렇게 유역에 모인 물들이 흐르면서 체계를 만들어 냅니다. 마치 미세혈관이 모여 대동맥을 이루는 혈관과 같습니다. 작은 실개천들이 모여 큰강물이 됩니다. 여러분들은 이미 그런 원리애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유치원때 배운 돌과 물이라는 동요를 한번 같이 불러보겠습니다.

작은 개울물은 하천의 상류라고 부르고, 그러한 상류의 물들이 모여서 바다로 빠져나가는 부분은 하류라고 부릅니다. 상류와 하류는 유량이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유속, 하폭, 퇴적물의 크기, 경사도에서도 차이가 나타납니다. 구체적으로 학습지에 정리해보세요.

뭐 바람도, 얼음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우리는 온대기후니까 하천이 지배적입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하천이 침식과 운반, 퇴적을 주도한다는 뜻입니다. 유속과 퇴적물의 입도 사이의 관계를 나타낸 그래프를 한 번 볼까요? 이 그래프만 잘 이해하면 하천지형은 별 것도 아니게 됩니다. 여기서 보다시피 유속이 빠르면 침식이 일어납니다. 침식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하천이 구불구불 흐르면서 본인의 운동에너지가 가진 원심력 때문에 바깥쪽을 더 깎아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옆구리를 깎는다고 해서 측방침식이라고 합니다. 반면 하천은 결국 바다로 흐릅니다. 바다가 침식 기준면이기 때문에, 해수면으로부터 고도가 높으면 물은 위치에너지를 가지고 이게 운동에너지로 전환됩니다. 이를 바닥을 깎는다고 해서 하방침식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하천은 놀랍게도 산의 특징과 바다의 특징을 모두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천은 바다에서 강으로 흐르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산지는 어떤 특징이 있었죠? 경동성 요곡운동으로 인해 동고서저 지형이 나타납니다. 하천도 이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두만강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대하천, 즉 압록강, 청천강, 대동강, 한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낙동강 등이 모두 서해나 남해로 흘러갑니다. 동해로 흘러가는 하천은 유역 면적이 좁아 대규모로 발달하는 경우도 적고, 경사도 매우 급합니다.

다른 특징은 우리나라의 기후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유황이 불안합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비가 여름철에 왕창 옵니다. 유식한 말로 강수의 하계 집중률이 큰 나라입니다. 그래서 하천도 이를 닮았습니다. 비가 올 때에만 왕창 오니까 하천도 물이 왕창 늘어납니다. 그리고 다른 계절엔 물이 적습니다. 하천 물이 가장 적을 때를 기준으로 해서 가장 많을 때 몇 배나 차이나는지 나타내는 수치를 하상계수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하천은 이 수치가 매우 크게 나타납니다. 바꾸어 말하면 안정적인 물 관리가 겁나 어려운 조건이라는 뜻입니다.

또 다른 특징은 이렇게 바다로 흘러가는 하천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타납니다.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을 하천의 입이라는 뜻에서 하구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 서남해는 조수간만의 차이가 매우 크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하천의 물이 바다로 나가려고 하는데, 밀물 때는 바닷물이 하천으로 밀어붙이고, 썰물때는 바닷물이 쓸려나가 더 먼 곳까지 하천 물이 빠져나갑니다. 하루에 두 번씩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며 나타나는 바닷물의 흐름을 조류라고 하는데, 하천이 조류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셈입니다. 이러한 하천을 감조하천이라고 부르고, 조류의 영향을 받는 구간은 감조구간이라고 부릅니다. 선조들은 감조구간 시작부분에 배를 대로 밀물을 기다리며 뱃길에서 잘 활용해왔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유황이 불안해서 홍수가 잦다는 것입니다. 비가 와서 하천의 물이 바다로 신속하게 나가야하는데, 바닷물이 밀물 시간대면 하류에서는 대규모로 범람이 일어납니다. 게다가 감조구간은 물이 섞여 기수역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민물은 담수, 짠 바닷물은 염수라면 그 둘이 섞인 어중간한 유역은 기수역이라고 합니다. 기수는 식수로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하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고 댐도 참 많이 지었습니다. 감조하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강, 영산강, 낙동강 하구에는 하굿둑을 지었습니다. 하굿둑을 짓고 나면 바닷물이 역류하지 않으니 안쪽에 모인 하천 물을 공업용수 등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그럼 한강에는 그런 시설이 왜 없을까요? 한강 하구는 북한과 접하고 있어서 못짓습니다. 대신 고촌에 가면 신곡 수중보가 있습니다. 보는 물을 임시로 가두는 작은 시설인데, 그 시설을 수면 아래에 지어서 바닷물이 못들어오게 막았습니다.

하천은 이해하면 재미있는 영역입니다. 이참에 잘 파악해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