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까지 도시와 촌락, 큰 도시와 작은 도시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어떤 체계를 만들어가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도시 내부는 어떻게 분화하고 대도시들은 주변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기존에 사람들이 전혀 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경우라면 오늘 배우는 내용은 아마 필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이미 사람이 살고 있고,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곳입니다.

도시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고 축적되는 곳입니다. 동시에 인류 문명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보여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건물이나 웅장한 광장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이고, 그 공간 안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사람들이 상호작용하고 때론 갈등하고 있는 투쟁의 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도시에 대한 관심이 최근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험에 직접적으로 출제하기는 어려운 부분이지만,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도시는 성장합니다.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외곽으로 확장되고 넓어집니다. 도시 내부에서는 지가가 상승한만큼 토지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 건물이 고층화됩니다. 대도시 내부에서는 새로운 중심이 성장하면서 다핵도시로 바뀌기도 합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권역을 대도시권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도시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면서 주요 대도시에서 다양한 도시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주택문제, 교통문제, 환경오염문제 등이 발생하고, 위성도시가 만들어집니다. 신도시가 만들어지면서 기존의 도시와 경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모든 도시는 건물 하나 하나가 모여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모든 건축물은 시간이 지나면 노후화됩니다. 사람이 반드시 살면서 그 건물을 관리하고 보수해나가야 오래 보존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도시화가 진행된 역사가 짧아서 그 동안은 계속 외곽에 새로운 신도시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하지만 외곽으로 가면 갈수록 접근성은 점차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미 건물이 있는 도시 지역은 접근성이 높으므로, 접근성은 우수하지만 현재 노후화 등으로 가치가 낮은 곳들이 새롭게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도시 곳곳에는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서 기반 시설이 부족한 곳이 많습니다. 도시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면서 불량 주택지구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공원이나 학교, 병원이 부족하거나 도로가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고, 자동차가 보급되기 전에 만들어진 도시지역은 주차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소방시설을 갖출 수 없고 위급 상황에서도 소방차가 들어올 수 없다거나 심지어는 화장실이 없기도 합니다. 아니면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늘면서 기존에는 부족한 대로 살고 지냈던 것들도, 이제는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수요가 늘기도 합니다. 혹은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기존에 낙후된 시설들을 첨단 시설로 탈바꿈해야되는 상황이 오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도시도 조성된지 30여년이 넘어가고, 도시재개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뉴타운이나 원도심활성화, 도시뉴딜이라는 최근의 정부 정책들이 모두 도시재개발을 담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도시에서 건물을 높여 토지 이용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거나, 도시의 미관을 개선하고 생활 기반 시설을 확충해서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마련하거나, 낙후된 지역의 기능을 재생하거나 새로운 기능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이 등장하였습니다.

도시재개발은 크게 세 가지의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면재개발 혹은 철거재개발입니다. 기존의 노후화된 건축물을 모두 철거하고 새로 구획을 해서 부적절한환경을 새로운 시설물로 대체하는 방식입니다. 새롭게 만들어지고 나면 아예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 때문에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원래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은 대부분 강제로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기존 주민들이 만들었던 공동체는 모두 파괴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른 방식은 보수재개발 혹은 수복재개발이 있습니다. 기존 건물이나 환경은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에서 필요한 부분만 수리하고 개조하여 보완하는 방법입니다. 철거되는 건물은 최소화합니다. 소방시설이 들어올 수 있는 만큼만 담을 옮긴다거나, 기존에 있는 공터를 놀이터나 주차장 혹은 소규모 공원으로 바꾸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대부분은 외관을 개선해서 도시의 미관을 정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집니다. 페인트를 새롭게 칠하거나 벽화를 그리는 것들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마지막은 보존재개발 혹은 보전재개발입니다. 지금 상태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방치하면 악화될 우려가 있는 건물에 주로 시행합니다. 다른 경우에는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어서 꼭 보존해야 하는 지역을 유지하거나 관리할 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보존재개발의 경우 건축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유물을 지속적으로 보호하는 데에 큰 역할을 수행할 뿐더러, 기존에 살고 있던 주민들을 보호하고 공동체를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에서 살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도시재개발이 일어나는 이유는 그 것이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접근성 등의 측면에서 분명히 개발하면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 현재 건축물이 노후화되었거나 토지구획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지가가 낮기 때문입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토지를 매입해서 개발하고 매력있는 장소로 만들고 나면 높은 지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것 때문에 세계의 다른 도시에서도 도시재개발은 진행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도시재개발이 있어왔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입니다.

도시 내부에서도 다 같은 도시가 아니었듯, 도시재개발도 같은 도시재개발이 아닙니다. 도시재개발이 일어나는 곳에 따라 분류가 가능합니다. 먼저 도심에서도 도시재개발이 이루어집니다. 도심의 경우에는 도시가 성장하면서 도심도 지대가 상승하게 되고, 그에 따라 중심업무기능이 고도로 밀집되는 형태로 발전합니다. 기존에 있던 저층의 낡은 건물을 초고층의 현대식 건물로 바꾸거나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을 통해 상업 및 업무기능을 강화하게 됩니다. 토지이용은 매우 고도화되고, 주차장 등 교통 편의시설을 확보하기도 하고, 기존에 배려가 되지 않았던 보행자공간이나 공원 등을 늘리기도 합니다. 서울에는 피맛골이라는 동네가 있었습니다. 종로로 지나다니기 힘든 서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골목길인데, 이들을 상대로 하는 각종 음식들이 참 맛있었습니다. 최근 모두 재개발되어 세련된 고층건물이 들어섰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주택재개발입니다. 도시의 상당부분은 주택이 들어서 있습니다. 살만한 곳이면 모르는데, 도시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불량주택지구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각종 범죄나 혹은 청소년들의 비행에도 영향을 끼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불량주택지구를 철거하고 해당 주민을 이주시킨 뒤 새롭게 계획하여 세련된 주택지구를 만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산업용지도 재개발이 이루어집니다. 도시 내의 산업단지나 재래시장 등의 상업시설이 노후화되는 경우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에는 철거나 보존을 통해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양질의 지식기반산업을 발전시키는 데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는 구로공단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산업단지가 있었습니다. 그 곳은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이루어지던 시기에 수출하는 물건들을 생산할 수 있는 다양한 공장들이 밀집했던 곳입니다. 우리나라의 임금수준도 오르면서 해당 지역은 디지털단지라는 새로운 산업단지로 새롭게 조성되어, 우리들이 좋아하는 게임이나 각종 문화컨텐츠를 생산하기도 하는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재개발이 이루어지는 경우 겉모습도, 사람도 바뀌게 됩니다. 도로와 주차장이 확보되고, 고층건물이 들어서고, 공원이 늘어나고, 문화공간이 늘어납니다. 그 곳에 사는 주민들의 편리함도 늘어나고, 쾌적성도 늘어납니다. 반면에 기존에 살고 있던 주민들에 대한 보상비나 이주를 위한 이주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갈등이 야기되기도 합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도 불량주택지구가 참 많았습니다. 한국전쟁과 이촌향도로 일단 무작정 와서 살아야되다보니 무작정 생긴 자연발생적인 주거지구가 만들어지고,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판자촌이라고 불렀습니다. 대부분 산과 가까이 있어 달동네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붙였지만, 현실은 전혀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가난한 서민들이 많으니 힘이 없고, 도시 내부에 있어 도심과의 접근성이 좋다보니 개발 후 이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어 일방적으로 철거를 진행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광주대단지사건입니다. 청계천이나 용산에 살던 주민들을 강제로 도시 밖으로 이주시키고, 아무런 대안도 마련해주지 않았습니다. 헌법에 분명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다고 했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새롭게 만들어진 곳에 들어올 돈은 없었습니다. 계속 철거당하고 자꾸 밖으로 밖으로 이주당하기만 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에 서울 한복판인 용산에서 상가의 철거에 반대하는 세입자들의 저항이 있었고, 큰 희생을 치루고 반성이 있었습니다. 수십년간 반복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원주민이 과연 얼마나 다시 들어와 살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재개발이 이루어지면 그 지역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그로 인해 지대가 올라가고, 그 지대를 감당할 수 없는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꼭 철거재개발이나 보존재개발등 방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장체험학습으로 다녀온 망리단길은 최근 그 지역의 매력도가 올라가면서 지대가 상승했고, 그 지역에서 수십년관 운영하던 사진관, 세탁소 등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모두 폐업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도시는 발전합니다. 건물은 노후화됩니다. 사람들은 쾌적한 삶을 추구합니다. 가꾸든 고치든 부수고 새로 짓든 도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흐름입니다. 다만 문제는 도시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 건물이 누군가에겐 삶의 전부일 수 있습니다. 과연 사람들이 행복한 도시는 만들 수 있는 것일까요? 한번 고민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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