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하면 어디가 떠오르나요? 된장은요? 우리나라 각종 장으로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곳이 바로 전라북도 순창군입니다. 우리는 고추장도 된장도 간장도 정말 자주 먹습니다. 아마도 수 백년 전부터 열심히 먹어왔을 것입니다. 집집마다 먹을 장을 담그는 것이 당연한 우리의 문화였는데, 여러분들도 나도 도시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기는 하면서 만들지는 않습니다. 전통문화는 도시문화의 태풍이 지나가는 가장자리에서 생존하고, 순창에 남아있던 맛있는 장은 우리의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다룰 내용들은 모두 사는 곳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특히 의식주 중에서도 생활이 이루어지는 집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지리학은 어디에, 무엇이, 왜 그러한지를 밝혀내는 학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왜 그 곳에 그렇게 사는지 하나하나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람은 모여 살고 있습니다. 무인도에 혼자 사는 사람도 뭐 없지는 않겠지만, 70억 세계인구를 따져보거나 5천만 한국인구를 따져보아도 절대로 비중이 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인구의 대부분은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도시는 대체 무슨 매력이 있길래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을까요? 도시는 어떻게 커나간 것일까요? 도시가 중요하다면, 그 이외의 촌락들은 과연 어떤 가치가 있을까요?
자연상태에서 식량을 얻으며 먹고살기 시작하면서 일정한 주거공간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발전하고 성장하여 촌락을 이루게 됩니다. 촌락은 그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다보니 전통문화는 촌락에서 만들어지고 유지되었습니다. 그리고 촌락의 형태나 입지나 기능도 우리의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촌락은 어디에 있을까요? 당연히 살기 좋은 곳에 있습니다. 그럼 대체 살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요? 먼저 생각해 볼 것은 자연환경입니다. 인간은 물이 없으면 일주일도 살 수 없습니다. 깨끗하고 풍부한 물을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는 곳이면 살기에 좋은 곳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물이 너무 많으면 곤란합니다. 우리나라는 강수의 하계 집중률이 높고, 하상계수가 커서 홍수에 취약합니다. 너무 하천에 가까운 곳은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득수 및 피수조건으로 인해서 홍수가 잦은 범람원보다는 산과 평야가 만나는 구릉지에 대부분의 취락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촌락은 입지 양상에서 공통점을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너무 자주 들어서 익숙한 그 배산임수입니다. 뒷쪽으로 산이 있고 앞쪽으로 하천이 있는 땅은 풍수지리상으로 명당이라고 부릅니다. 그러한 명당이 북서계절풍을 막아주고 용수를 제공하는 등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에 배산임수는 이득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 촌락이 자연조건과 관련있다면, 우리의 역사·문화적인 배경이 영향을 끼쳐 만들어진 촌락들도 있습니다. 먼저 교통이 발달한 곳입니다. 교통이 발달한 곳은 접근성이 좋고 사람과 물자와 정보가 드나들면서 화물을 옮겨싣거나 장사를 하고 숙박을 하는 등 다양한 돈벌이가 생깁니다. 우리나라는 국가 체제가 정비되면서 각지로 통하는 도로망을 확충하였고, 특히 육로교통을 위해 역원제를 시행하였습니다. 조치원, 장호원, 사리원 등은 모두 이러한 이유로 발달한 촌락의 사례입니다. 우리는 국토 대부분이 산지이다보니 육로로 대량 화물을 옮기기 힘들고, 하천과 바다를 이용한 수운이 발달하였습니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세금으로 쌀을 걷어 배로 옮기는 조운제도가 그 사례입니다. 그래서 배가 다니는 곳을 중심으로 강을 건너기 위한 나루터 등에서 각종 촌락이 발달하게 되었는데, 한자로 도진취락이라고 부릅니다. 고려시대의 벽란도는 섬이 아니고 나루가 있던 곳인데, 마포나 삼랑진처럼 이런 곳들은 도진취락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수천년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전란을 겪어왔습니다. 그래서 방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밖에 없고, 군사 요충지에 주둔하면서 성장하는 촌락들이 생겨납니다. 부산의 수영이라든가 압록강 유역의 중강진, 남한산성 등은 방어상의 이유로 성장한 진보취락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촌락이 만들어지는데, 촌락은 경관과 형태에 따라서 분류가 가능합니다. 먼저 집촌입니다. 집촌은 가옥간의 거리가 매우 가깝게 나타나며, 촌락의 규모가 클 때에는 만 명이 넘게 살 수도 있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옥의 배치에도 규칙성이 없고, 도로도 구불구불 골목길이 어지럽게 얽혀 있는 모습인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가까이 살기 때문에 협동작업에 유리한 형태이고, 벼농사나 집단 방어와 같이 협동작업이 집촌을 만들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아니면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인 경우, 그 곳을 중심으로 촌락이 형성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농업, 그 중에서도 벼농사가 중요하다보니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촌락은 집촌에 해당합니다. 집촌은 대부분 강한 공동체 의식을 지니고 있고, 폐쇄적인 특성이 나타나는 경향이 높습니다.
반면에 드물긴 하지만 집과 집 사이의 간격이 넓은 촌락도 있습니다. 이러한 촌락은 흩어져 있는 촌락이라는 뜻에서 산촌이라고 부릅니다. 대부분 논농사보다는 밭농사나 과수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촌락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평야지대보다는 구릉이나 산간지대를 중심으로 산촌이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산촌이 잘 드러나는 지역은 태안반도에 있는 태안과 서산 일대입니다. 이 이외에는 태백산지 등의 일부 산지지역이나, 일부 간척지 등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집촌은 산촌에 비해 오래 된 촌락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집촌에서 수백년간 살다보면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하다보니 내 농경지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집과 농경지의 거리가 긴 경우도 제법 많습니다. 반면 산촌은 대부분 개간이 이루어진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새로 농지를 만들고 그 뒤에 집을 짓다 보니 일하기 편하게 가까이 짓습니다. 태안 일대에서는 새롭게 개간하고 농경지를 물려주는 독특한 문화가 있어 가옥 사이가 떨어져있기도 합니다. 간척지에서는 농지를 만들고 집을 짓다보니 구획된 농경지 안쪽에 만들게 되었구요. 뭐 어찌 되었든, 산촌은 자신의 집과 농경지가 가까워서 효율적인 편입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해서 가옥과 경지의 결합도가 높다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촌락은 집촌과 산촌으로 분류하고, 사실 시험에 낼 때에는 둘을 비교하는 정도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는 촌락을 형태가 아닌 기능에 따라 분류하기도 합니다. 먼저 농업이 주로 이루어지는 촌락은 농촌이라고 합니다. 농촌은 협동노동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보니 집촌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업이냐 앙식업이 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어촌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어촌은 바다에 생계가 달려있다보니, 바다로 나갈 수 있는 부두를 따라서 수산가공업 등의 시설이 분포하고, 가옥도 부두 주변에 밀집해있습니다. 어촌 중에서 어업의 비중이 높은 경우는 순수어촌이라고 부르는데, 어촌이라고 하더라도 주변에서 농사가 가능한 경우에는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비중이 제법 높습니다. 이렇게 농업과 어업을 함께 하는 어촌은 반농반어촌이라고 부릅니다. 산지에 있는 촌락은 산지촌이라고 부릅니다. 농촌이 상대적으로 논농사의 비중이 높다면, 산지촌은 상대적으로 밭농사나 목축업 혹은 임업의 비중이 높게 나타납니다. 일반적인 농촌에 비해 규모도 작고 부지 자체가 좁아서 산촌을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지하자원이 있는 경우에는 광산 주변에 촌락이 발달합니다. 이러한 자원의 채굴이 촌락을 만들다보니, 자원 채굴이 끝나면 촌락이 쇠퇴하기도 합니다. 나중에 석탄에 대해서 배울 예정인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석탄 생산과 흥망성쇠를 함께한 촌락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촌락 중에서 특이한 것이 바로 종족촌입니다. 동족촌이라고도 부릅니다. 우리 조선시대에는 성리학을 중심으로 한 유교질서가 사회에 자리잡게 되었고, 같은 성씨를 지닌 친족끼리 같은 지역에 모여살면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특정 씨족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은 유교문화의 조상 숭배 사상과 혈연의식을 바탕으로 발달하였습니다. 종족촌락에 가게 되면 대부분 가장 명당으로 꼽히는 곳에는 종가가 있습니다. 종가는 가장 큰집이 되는 곳으로, 종족촌에서 가장 큰어른이 살면서 제일 큰 행사인 제사를 지냅니다. 산지로부터 내려오는 곳에는 조상님을 모신 사당이 있기도 하고, 입구에는 가문의 자랑인 효자나 열녀를 자랑하는 비석이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족촌락 중 일부는 지금도 끈끈한 삶을 이어오고 있으며,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은 현재까지도 건물과 함께 공동체문화가 남아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전통촌락은 지금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부터는 산업화가 진행되고 새마을운동 때문에 촌락의 경관이 크게 변화하였습니다. 초가집은 주택 개량이 이루어지고, 골목길도 포장이 이루어지고 지나치게 작게 구획된 경지도 한꺼번에 정리가 이루어졌습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촌락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미 수십년간 청년층은 이촌향도가 진행되었고, 농림어업도 요즘 쉽지 않다보니 숙박이나 상업시설 등을 짓고 관광업 등의 다양한 수입원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원주택 등으로 도시인들의 이주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촌락의 변화도 농촌과 어촌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농촌의 경우는 농업생산물을 가공할 수 있는 농공단지가 입지하기도 하고, 식량작물보다는 상품작물의 재배가 늘어나고 잇습니다. 그리고 농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협동조합이나 위탁영농회사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별 농민들이 시설이나 품종개량 등을 하기는 어려우니,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서로 힘을 합치는 경우가 협동조합인데, 선키스트나 제스프리가 대표적입니다. 어촌의 경우에는 양식업의 비중이 늘어나고, 겸업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가생활이 중요해지면서 어촌에서도 다양한 관광지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촌락의 변화는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도시와 가까운 촌락은 도시의 성장에 따라서 인구 유입이 활발해지며 근교농촌으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나중에 도시에 대해 학습하면서 다시 다룰 예정입니다. 도시와 거리가 먼 촌락은 인구 유출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결국 정주기반이 약해집니다. 젊은 이들이 도시로 가버리면 아이들도 없고, 아이들이 없어지면 학교도 없고 산부인과도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정주기반인데, 약해질수록 인구 유입은 막고 인구 유출은 더 부추깁니다. 결국 이촌향도의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청장년층은 도시로 가버리고 고령층만 남아 고령인구비율이 매우 높은 심각한 고령화가 나타납니다. 이러한 인구구조는 표주박형 인구구조라고 부릅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성비의 불균형입니다. 여성 100명당 남성의 수를 성비라고 하는데, 촌락에는 그래도 남성이 남다보니 모자라긴 하지만 청장년층에서는 남성의 비율이 높습니다. 그로 인해서 1990년대 이후로 농촌에 사는 총각들이 구조적으로 아내를 만나기 힘들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연령층에서 남성의 사망률이 여성의 사망률보다 높다 보니 고령층에서는 대부분 낮게 나타나는데, 촌락의 경우에는 고령화가 워낙 심하다보니 여초현상이 심각합니다. 이러한 문제가 결합하여 노동력의 고령화와 여성화가 함께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농사지을 수 있는 땅임에도 불구하고 농사를 짓지 않고 쉬는 농경지인 휴경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농가 1가구당 경지면적은 늘어나고 있고 노동력은 계속 부족하니 농업에 기계화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입니다. 도시와의 거리에 따른 농촌의 변화 양상 차이는 김포와 순창을 비교한 학습지로 공부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인구피라미드는 특정한 지역이나 국가의 인구구조를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왼쪽에 남성, 오른쪽에 여성을 두고 5세 단위로 구분하여 연령이 어린 순서부터 많은 순서를 차례로 쌓아 표현합니다. 이렇게 인구피라미드를 쌓으면 출생률이 어떤지, 사망률이 어떤지, 심지어 전쟁이 있었는지 등을 직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말 그대로 피라미드 모양입니다. 출생률과 사망률이 둘 다 높으면 많이 태어나고 많이 죽기 때문에 유소년층의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이러한 인구피라미드는 일부 저개발국이 아니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 상태에서 출산률과 사망률이 모두 줄면 종형으로 발달합니다. 이 상황에서 출산률이 극단적으로 더 줄어들게 되면 유소년층이 부족해지는데, 이러한 형태를 방추형이라고 부릅니다. 방추형은 추후에 해당 지역의 성장이 멈추고 쇠퇴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인구피라미드가 이런 형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인구피라미드 중에는 사회적인 인구 이동에 의해 만들어지는 피라미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시지역의 경우 청장년층과 그들의 자녀가 많기 때문에 그 부분의 비중이 높아 별형으로 불립니다. 반면 촌락지역의 경우 고령층의 비중이 높고 청장년층은 낮아 표주박형이라고 불립니다.
촌락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급격한 속도로 몰락하고 있으며, 인구구조상 몇십년 뒤에는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천년간 선조들부터 살아온 공간이고, 그 안에는 우리의 다양한 문화와 삶이 녹아내려오고 있습니다. 도시문화만 추구하는 사이 맛있는 고추장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떡볶이조차도 지금처럼 먹을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들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어 아버지 어머니가 있고 여러분이 있는 것처럼, 여러분이 살고 있는 도시도 촌락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여러분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는 대부분 촌락에서 생활하셨을 것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관심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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