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까지 촌락과 도시를 비롯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이번 시간부터는 이제 먹고사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활동을 해야하는데, 어떠한 산업들이 어떻게 발달했는지 살펴보는 내용이 중심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이런 산업이 발달하기 위한 기본 밑바탕인 자원입니다.
자원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자원은 무엇인가요? 석유라구요? 석유는 자원일까요? 아니라구요? 낚이면 안됩니다. 소신을 지키세요. 석유는 자원이 맞습니다. 인간이 생활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모두 자원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엄밀하게 정의를 하자면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 중에서 개발이 가능한 것을 자원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말이 좀 어려워 보일 수도 있는데, 이는 자원의 특성 때문입니다.
자원은 크게 세 가지의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가변성입니다. 변화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자원을 이용하는 기술 수준이나 경제적 수준, 문화적 배경에 따라 자원의 의미는 변화할 수 있습니다. 혹시 봉이 김선달을 아나요? 그 이야기가 유명한 것은 대동강 물을 돈 받고 파는 것이 사기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요즘엔 깨끗한 물이 귀해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편의점에서 물을 돈 주고 사먹습니다. 여러분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입니다. 다른 사례를 살펴볼까요? 볏짚은 우리나라에서 새끼줄이나 짚신 등 다양한 생활용품의 원료가 되는 없어서는 안되는 매우 가치있는 원료였습니다. 하지만 합성수지가 보급되면서 그 가치가 사실상 없어졌습니다. 나도 짚신이 아니라 슬리퍼 신고 다닙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해외에서 수입되는 사료의 가격이 오르면서 소를 살찌울 수 있는 사료로 다시 각광을 받게 되었고, 볏짚을 보관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곤포 사일리지라는 것이 널리 보급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이 가을에서 겨울에 들판에서 볼 수 있는 대형 마시멜로가 바로 그 것입니다. 안에 볏짚이 들어있습니다.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에는 텅스텐이 참 많이 매장되어 있는데, 우리가 못먹고 못살던 시절에는 그 텅스텐도 참 중요한 수출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중국산 텅스텐이 값싸게 들어오면서 경제성이 떨어져 더 이상 생산하지 않고 폐광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국제 텅스텐 가격이 오르면서 다시 채굴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양산 물금의 철광석 광산을 비롯해서 이러한 사례는 얼마든지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원의 다른 특징은 유한성입니다. 대부분의 천연자원은 매장량이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꺼내 쓰다가는 언젠가는 바닥이 나게 됩니다. 자원이 바닥나는 것을 고갈이라고 부르는데, 현재의 남아있는 매장량을 현재의 생산하는 생산량으로 나누면 앞으로 얼마나 더 쓸 수 있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계산한 값을 가채연수라고 하는데, 자원에 따라서 이러한 가채연수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일반적인 화석연료는 길어도 몇십년 정도로 일단 추산되고는 있습니다. 매장량이 추가로 확인되면 가채연수는 늘어나고, 생산량이 급증하게 되면 가채연수는 줄어들게 됩니다. 자원 중에 일부는 재활용 여부에 따라서 가채연수가 크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맥주병과 소주병, 콜라병 등의 유리병은 한번 사용한다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다시 깨끗하게 고압으로 씻은 뒤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그런 경우는 유리를 다시 채굴하지 않아도 됩니다. 알루미늄 캔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녹여서 새로 캔을 만들면 보크사이트를 새롭게 채굴해서 알루미늄을 새롭게 정제할 필요가 사라집니다. 이런 경우 가채연수를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 자원의 특징은 편재성입니다. 자원은 지구에 균등하게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 치우쳐서 분포합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자원이라고 했는데, 사실 가장 필요한 것은 산소를 포함하고 있는 공기입니다. 숨을 못 쉬면 10분 안에 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기를 자원이라고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디에나 있기 때문입니다. 따스한 햇볕도 자원이라고 잘 느끼지 않는 이유와 비슷합니다. 물론 깨끗한 공기나 따뜻한 기후도 분명 자원이기는 합니다. 다만 현대 문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석유의 경우를 보면, 전 세계에서 석유가 집중적으로 매장되어 있고 생산량 또한 많은 곳이 서남아시아의 페르시아 만입니다. 이 지역 주변에 있는 나라는 대부분 엄청난 양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는 막대한 산유국입니다. 구리나 다른 자원 또한 편재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특정 지역에 자원이 분포하는 경우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원을 이용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갑자기 김포에서 엄청난 양의 금이 생산된다고 합시다. 금을 채굴해서 판매하면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그 금을 생산하면서 얻는 수익은 누구의 것일까요? 금을 생산하는 광부? 금광을 가지고 있는 소유주? 금광이 있는 나라? 질문을 바꾸어서 우리 나라에서 생산하는 자원은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해야 할까요? 마찬가지로 자신의 나라에서 생산되는 자원을 자신이 결정하겠다고 하는 사고방식을 자원민족주의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석유를 수출하는 나라들이 만든 석유 수출국 기구(OPEC)을 꼽습니다. 이 국제기구에서는 해마다 석유의 생산량을 결정합니다. 생산량에 따라서 석유의 가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러한 자원민족주의에서 문제는 우리나라입니다. 대부분의 자원을 수입해야 하는 우리 형편상 생산국의 작은 변화도 우리에게는 큰 타격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원은 여러 방식으로 분류가 가능합니다. 보통 흔히 사용하는 자원은 좁은 의미의 자원입니다. 지하자원이나 식량자원, 삼림자원 등 눈에 보이고 만져지고 남은 양을 확인할 수 있는 형태의 자원을 일반적으로 자원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자원은 도움이 되는 것이 자원이라고 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는 문화적 자원이나 인적 자원도 자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힘들어 죽겠는게 눈에 선한데, 나라에서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여 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도 월급을 받고 여러분들이 어려워하는 이 내용을 가르치고 있구요. 물론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은 개인의 성장과 자아실현이지만, 우리는 왜 이렇게 어려운 내용들을 배우고 있을까요? 바로 여러분들이 우리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하자원을 비롯한 좁은 의미의 자원이 풍부한 국가는 아닙니다. 우리가 필요한 자원의 97%를 수입해오고 있습니다. 우리의 풍족한 삶은 그럼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바로 사람입니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교육받은 양질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여러분들이 만들어갈 사회의 제도와 산업과 체계를 기반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도, 제도도, 문화도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자원을 분류할 때에는 재생여부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20세기 후반부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자원에 대한 반성이 이어졌습니다. 지하자원에 의존하는 부분이 매우 크다보니, 이러한 자원 대부분은 사용하면 다시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것에 대한 대비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화석연료나 광물자원 등은 대부분 한 번 사용하면 다시 사용하기가 힘든 재생이 쉽지 않은 자원들입니다. 반면 수력, 조력, 풍력, 태양 등은 아마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아무리 사용해도 계속 쓸 수 있는 고갈이 되지 않는 자원일 것 같습니다. 이러한 자원들은 재생자원이라고 부릅니다. 현대에는 재생이 불가능한 자원보다는 재생이 가능한 자원에 관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많습니다. 복잡한 지질구조를 가지고 있고 현재까지도 매장이 확인된 자원은 종류가 참 많습니다. 문제는 매장량이 워낙에 적다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자원 중 경제적으로 정말 가치를 가진 자원은 사실상 극히 빈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원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철광석입니다. 우리나라의 제철을 담당하는 기업이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광고를 한 적 있습니다. 철은 우리의 문명을 유지해주는 중요한 재료입니다. 여러분들이 앉은 의자와 책상도 모두 골격이 철로 만들었습니다. 철은 흔하고, 단단합니다. 각종 산업을 지탱해주는 기계와 설비도 철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서 철을 다른 말로 산업의 쌀이라고도 부르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세계적인 제철강국이지만 그 원료가 되는 철광석은 대부분 북한에만 매장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오스트레일리아나 브라질 등에서 수입해서 씁니다.
텅스텐은 무기 등을 만들 때 철과 합금하여 만드는 특수강의 재료로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월 상동에 있긴 하지만, 중국산 등을 수입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 자원이 많지 않은데, 자원의 변화를 살펴볼 때에도 유용하다보니 시험 등에서 자주 언급되는 자원이기는 합니다.
비철금속은 종류가 많습니다. 금의 경우에는 전기전도도가 높고 녹도 슬지 않아 귀금속으로도 가치가 높을 뿐더러, 각종 전자산업의 원료가 됩니다. 북한은 그래도 매장량이 있는 편인데, 우리나라는 적습니다. 각종 전선의 원료가 되는 구리는 칠레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수입합니다. 마그네슘의 원료가 되는 마그네사이트는 북한에 매장량이 막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니켈, 우라늄, 보크사이트, 은 등 대부분의 자원은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비금속 광물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급이 가능한 자원이 있습니다. 바로 석회석입니다. 고생대 조선누층군에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석회암은 빻아서 다른 재료와 섞으면 현대 건축 재료 중에 가장 핵심적인 시멘트로 가공할 수 있습니다. 석회암과 석회석은 다른 것이 아니고, 지질학적으로 암석을 부를 때에는 암이라고 부르고, 다른 물건의 재료로 사용할 때에는 석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의 석회석은 매장량이 충분해서 우리나라의 그 수많은 건물을 짓고도 앞으로 수백년은 더 사용할 양이 남아있습니다. 주로 평안남도, 강원남부, 충북북동부에 매장되어 있으며 특이하게 전남 장성에서도 시멘트 공장을 볼 수 있습니다. 석회석 중 일부는 제철공업에서도 원료로 사용됩니다. 다른 자원과 다르게 자급자족이 가능할 뿐더러, 가채연수도 원체 길어서 사실상 최대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생산되는 자원으로 고령토가 있습니다. 예전에 토양에서 고토양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왔는데, 기후가 따뜻한 곳에서는 암석의 화학적 풍화가 활발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남부지방에서 화학적 풍화로 인해 만들어진 고령토라는 흙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흙은 도자기의 원료로 쓰이고 경상남도 하동 일대에 많이 매장되어 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고령토와 나무가 많은 남부의 강진이나 부안 일대에서 청자를 만들어서 개경으로 운반했습니다. 그러다 서남해안에서 워낙 많이 침몰해서 태안이나 신안 일대에는 지금도 청자가 가끔 나옵니다. 조선시대에는 교훈을 얻고 흙을 한강유역까지 옮긴 뒤에 서울 가까운 곳에서 만들어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경기도 광주 일대가 도자기로 유명해졌습니다.
최근 관심이 늘어나는 자원은 규사입니다. 규사에 있는 성분이 규소인데, 영어로는 실리카라고 씁니다. 익숙하죠? 바로 반도체의 원료라고 알려진 실리콘입니다. 반도체 산업이나 태양광 패널을 만들기 위해서는 순도가 매우 높은 폴리실리콘이 필요한데, 규사는 각종 유리나 이러한 폴리실리콘의 원료가 됩니다. 주로 사빈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기 위해서 규사 채취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실 막대한 양의 자원을 사용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국가의 면적이나 인구의 규모에 비해서 엄청나게 많은 산업체를 가지고 있고,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엄청나게 많은 물건들을 사용하고 버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에도 귀한 자원들이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2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매번 바꾸고 있고, 기업들은 그 수요에 맞추어 또 자원을 캐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래서 이미 만들어진 제품 안에 사용된 자원을 다시 추출하는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전자제품 등에는 금 등의 귀금속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원은 광산에서 생산하는게 아니라 도시에서 생산한다는 뜻에서 도시광산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에너지 자급률이 낮다보니 도시광산에도 관심이 매우 많습니다. 휴대폰 매장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폐휴대전화를 수거하는 이유도 이 것과 같습니다.
오늘은 자원과 우리나라의 자원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화석연료와 전기에 대해서 살펴볼 예정입니다. 워낙 중요하고 시험에도 자주 나오는 내용이니 다음 내용을 한 번 교과서에서 읽고 오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