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시간에 던졌던 질문을 기억하나요? 땅은 □□□다. 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유식하게 표현하면 국토관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국토관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습니다. 조선시대의 국토관에 대해 지금까지 살펴봤으니, 그 이후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바라보는지 관점에 대한 내용은 이미 첫 시간에 경험했다시피 사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다소 철학적인 내용이 될 수도 있으나, 문과인 학생들에게는 걱정 없을 것이라 믿습니다^^
풍수지리 사상의 배경에 땅을 어머니처럼 여기는 대지모 사상이 관련되어 있었다는 점 기억하나요? 땅은 어머니인데, 함부로 대하면 안되겠죠. 그래서 그 시기까지는 현대에 비해서 땅에 대해 아는 정보도 부족했고 개발할 능력도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땅에 대해 신성시하는 관점이 살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를 전후한 시기로 근대 학문이 우리나라에도 들어옵니다. 땅 위에 살아가는 인간 뿐만 아니라 땅 밑에 어떤 자원이 있는지도 속속들이 알게 되었고, 여러 교통수단을 활용하여 국토를 개발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죠. 우리 국토에 강한 의욕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일본제국입니다. 일제는 식민 지배를 강화할 목적으로 국토관을 왜곡하고, 식량과 각종 자원을 수탈하여 우리나라를 대륙 침략을 위한 기지로 사용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일본 본토의 산업화 과정에서 필요한 노동자를 값싸게 부리기 위해 조선에서 식량을 생산하고 수탈한 산미증식계획이나, 물자 확보를 위해 한반도 남쪽에는 목화 농사를 장려하고 북쪽에는 양을 기르게 하는 정책, 그리고 한반도 북부지방의 지하자원을 활용하여 전쟁물자를 생산하던 공업화 정책 등은 모두 일본을 위한 국토개발이었습니다.
게다가 일본은 국토에 대한 우리의 사상까지 왜곡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 국토를 부정적이고, 소극적이고, 비관적으로 보게 만들어 식민 지배를 합리화하려는 작전이었죠. 예를 들면 산이 높으면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데, 백두산이 후지산보다 낮으니, 한반도는 일본처럼 큰 인물이 날 수 없다는 식입니다.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과 일본이라는 섬 사이에 있는 반도국가이므로, 반도국은 자체적으로 발전할 수 없고 언제든 양쪽 세력 중에 힘이 센 쪽에 붙어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논리도 널리 쓰였습니다. 지금 들으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처럼 지배하던 일제도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고, 우리에게도 광복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오랜 수탈에 이어 한국전쟁까지 치르면서 국토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됩니다.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그 터전에서 희망과 번영을 물려주고 싶었습니다. 우리 국토에서 당장 쌀 생산량을 늘리고, 밥을 먹고, 일자리를 만들고,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경제적인 관점에서 우리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댐을 건설하고, 간척사업을 시행하고, 도로와 철도를 놓고, 공업단지를 건설하여 우리나라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그렇게 50여년간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춘 지역 개발 정책으로 우리 국토는 그동안 놀랍도록 개발되어 왔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환경오염은 심각성이 점차 커져갔고, 특정 지역에 개발이 집중되다보니 특정 도시 몇개만 과밀화되고 지역 사이의 격차는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지금 국토 면적의 1할 정도 밖에 안되는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국토관이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개발만 생각했다는 반성에 가깝습니다. 우리 인간들과 자연환경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국토관인데, 이를 생태학적인 국토관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세계적인 수준에서 경제적인 성장을 이루고 국민 소득이 증가하면서 더 이상의 환경 파괴를 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삶의 질과 친환경을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등장하였습니다. 자연환경 및 경관의 훼손에도 이제 국민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개발의 이익을 얻기보다는 국립공원이나 습지보호구역을 지정하는 등 다양한 정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토관에게 무게를 실어주고 있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입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현재 인간들 뿐만 아니라 우리 자손들인 미래 세대의 삶까지 고려하는 방식으로, 현대의 대부분 국가에서 미래지향적인 가치관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국토관 변화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사실 다른 나라에서도 땅을 바라보는 관점은 여러 차례 변화하였습니다. 시험에 잘 나오는 부분은 아니지만, 이참에 한번 알아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까 싶어 소개합니다. 먼저 환경결정론입니다. 인간의 힘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자연은 놀랍고 두려운 존재였고, 인간이 자연에 적응하고 살아야 했습니다. 인간의 사고나 활동이 자연조건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으로, 추운 기후에는 폐쇄적인 가옥구조가 더운 기후에는 개방적인 가옥구조가 발달한다는 사례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명당에 묘를 쓰면 자손이 번성한다는 사고와도 관련있을 수 있겠네요
이와 반대로 인간이 기술개발 등의 노력으로 개발이 가능하다는 가능론이 있습니다. 땅이 모자라면 간척을 통해 평야를 늘리고, 물이 모자라면 댐을 지어 보충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산업화시기 우리의 국토개발은 대부분 이러한 가능론에 기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능론과도 연결이 될 수 있는 사고방식인데,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는 모습은 문화적 배경이 작용한다는 문화결정론도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벼농사가 익숙했기 때문에, 추운 만주지방에 가서도 벼농사를 짓고 건조한 중앙아시아로 가서도 벼농사를 지었습니다. 사실 벼는 따뜻하고 비가 많이 오는 곳에서 잘 자라는 작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문화가 만들어낸 모습인 셈이죠.
마지막으로 생태학적 이론입니다. 인간과 환경은 서로 상호작용하는 관계이므로,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한다는 관점입니다. 우리나라도 현대에 이러한 관점이 대세로 자리잡았다는 점, 아까 이야기했죠? 큰 방조제를 건설하고 갯벌을 막았더니 모두 썩어버렸다던가, 조선시대에 나무를 베어 농사를 지었더니 비만 오면 흙이 쓸려내려가 강물이 넘쳐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등의 사례가 자주 언급됩니다.
오늘은 국토를 보는 관점의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시험엔 주로 생태학적인 관점이 자주 나오는 편이므로, 이를 중심으로 이해하는 점이 편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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