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을까요? 요즘은 뇌과학이 발달해서 머리에 뭘 붙이고 있으면 뇌의 어느 영역이 활성화되는지 알 수 있는 시대라고 합니다.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 바로 뇌지도라고 합니다. 뇌에도 지도를 만드는 세상인데, 당연히 인간들은 옛날옛적부터 자기가 아는 정보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것을 우리가 지도라고 부릅니다. 지도에는 다양한 정보들이 들어가 있는데, 이러한 지도를 유심히 잘 살펴보면 지도를 그린 사람들의 생각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도의 나라라고 불러도 뻥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조선시대의 우리 지도는 얼마나 재미있는지 세계의 유명한 학자들이 관심가지고 연구할 정도입니다. 외국 사람들도 알아주는 조선의 지도를 우리가 모르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겠죠? 오늘은 조선의 지도를 먼저 살펴보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엄청나게 많은 지도가 만들어졌는데, 모두 다 알 수 없으니 시기별로 크게 구분을 합니다. 먼저 조선 전기의 지도입니다. 조선은 고려가 망하고 만들어진 나라이므로, 조선 전기에는 새로운 나라를 잘 다스리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특히 새로운 나라를 만든 신흥무인세력과 신진사대부는 그 의지가 투철했고, 새로운 나라에서 훌륭한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바로 지도입니다. 국가를 제대로 통치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에 대한 정보를 구석구석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도는 나라를 다스리는 관리들이 주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이러한 지도는 현대에 보면 다른 시대와 구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 북부지방에 대한 것입니다. 한반도 북부지방은 세종 시기 개척이 진행되어 다른 지역에 비해 정보가 많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산지가 엄청나게 많아서 걸어서 거리를 측정하기에는 오차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따라서 조선 전기의 지도들은 북부지방의 왜곡이 심한 편입니다. 조선 전기에 대표적인 지도로 정척의 동국지도, 조선방역지도 등이 꼽히는데, 시험엔 잘 안나옵니다. 나오면 너무 어려워서 전국 학생들이 다 토할지도 몰라요.
그럼 조선 전기의 지도는 몰라도 되느냐, 아닙니다. 조선 전기에 획기적이고 아름답고 위대한 지도가 있습니다. 바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입니다. 이름조차도 너무 길고 생소한 이 지도는 조선 초기 우리나라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역작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나라를 세운 자신감이 넘치는 조선은 이를 지도로 표현하고 싶었나봅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들어온 세계지도를 이어붙여서 조선이 세계 속에 짱짱 잘나가는 나라라는 것을 만들어 냅니다. 이 지도에는 무려 인도와 아라비아반도 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프리카까지도 그려져 있습니다. 다만 정보가 많지 않아서 자세히는 그려져있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와 가까운 중국은 큰 나라니까 가운데에 떡 하니 그려주었습니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사상을 중화사상이라고 부르는데, 이 지도는 그런 사상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에 대한 자부심도 어지간히 컸나 봅니다. 중국에 꿀리지 않게 큼직하게 조선을 그리고, 자세하게 표현했습니다. 실제 중국은 우리 한반도보다 한 40배 큽니다. 지도만 봐도 국토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자긍심이 느껴지지 않나요? 게다가 이 지도는 지금까지 남아있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입니다. 여기에 적힌 지명 등 소중한 정보들이 어찌나 많은지, 다양한 학자들이 지금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새로운 바람이 붑니다. 조선이 세워지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학문이 성리학이라면, 성리학의 한계를 지적하고 현실적이고 실증적이고 민족적이고 근대지향적인 학문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걸 우리는 실학이라고 부릅니다. 지도에도 당연히 실학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지도를 정확하게, 실제 우리 삶에 도움이 되도록 그리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더이상 관리들이 지도 제작을 주도하지 않고, 지도를 그리고자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필요와 목적에 맞게 지도를 그려나가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의 획기적인 지도는 여러 개가 있는데,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정상기의 동국지도입니다. 동쪽 나라를 한자로 동국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를 부르는 별명이다보니 같은 이름의 지도가 원체 많습니다. 그래서 지도에는 항상 누가 만들었는지를 함께 표현하는 편입니다. 정상기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하는데, 그것은 바로 축척을 고정하는 것입니다. 지도는 땅의 모습을 줄여서 종이 위에 표현한 것입니다. 축소하는 비율을 축척이라고 하는데, 이 축척이 정확하면 지도의 왜곡도 최소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거리가 100리인 것을 지도 위에서는 1자로 표현하기로 약속하였는데, 이를 백리척이라고 부릅니다.
조선시대의 베스트셀러 지도는 무엇일까요? 여러분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천하도라는 지도가 생각보다 잘 팔렸나봅니다. 천하도는 세계지도의 한 종류인데, 지도의 가운데에 중국과 우리나라가 있는 대륙이 있고, 그 밖을 바다가 둘러싸고, 그 밖에 대륙이 도넛 모양으로 또 있고, 그 밖에 바다가 있다는 지금 관점으로 보면 이상하기 그지없는 세계지도입니다. 소인국이나 여자국 등 상상속의 지명도 많이 나오는데, 도교 경전인 산해경에 나오는 내용이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역시나 지도 가운데에는 중국이 있어 중화사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조선 전기에 이미 훌륭하기 그지없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만들었는데, 조선 중기 이후에는 이런 지도가 널리 퍼진 이유에 대해 세계 학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지도의 인기스타, 머리를 조아리고 만세를 외치고 풍악을 울려 어깨춤을 추어야 하는, 자랑스런 조선의 전설적인 지도 대동여지도입니다. 대동여지도는 고산자 김정호가 그 전까지 나온 지도들의 오류를 최소화시켜 만들어낸 역작입니다. 특히 지도의 정확성 뿐만 아니라 이용자를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하나하나 살펴봅시다. 먼저 지도를 싼 가격으로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베끼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 목판으로 제작하였습니다. 목판으로 하나 파두면 두고두고 찍어낼 수 있으니 큰 장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도에 다양한 정보를 아낌없이 집어넣어야 하는데 종이의 공간은 한정되어있어서 기호로 대신하기로 약속합니다. 현대 지도의 범례에 해당하는 이 것은 대동여지도에는 지도표라는 개념으로 붙어있습니다. 표현하고 싶은 정보는 많은데 목판은 흑백인쇄만 되니까 아마 궁리를 많이 했을 것입니다. 먼저 산은 백두산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전통 사상을 반영하여 모두 연결하고 흐름으로 표시했습니다. 다만 산을 크고 작게 그릴 수는 있었지만, 고도까지 표현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하천은 절대 산과 만날 수 없으므로(이해가 안되면 앞 시간의 산경도를 보고 오세요), 물줄기는 산줄기와 떨어져 있어 구별이 쉽게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는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대량의 화물은 배로 운송했습니다. 역사시간에 조운제도가 기억나나요? 세금으로 걷은 쌀은 하천과 바다를 통해 배로 운송했습니다. 배가 다닐 수 있는 하천은 가항하천이라고 하는데, 대동여지도에서는 2줄로 표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시와 도시 사이의 도로를 그려야 했는데, 이미 산줄기와 물줄기가 그려져 있어 그냥 그리면 구별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앞 두개와는 다르게 도로는 직선으로 쭉 그어버립니다. 그럼 실제 땅에 있는 도로의 위치와 다를텐데, 거리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요? 산지가 많은 길은 꼬불거리고 평지는 상대적으로 반듯할텐데, 지도에서 직선으로 그어버리니 알 수가 없습니다. 여기에서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도로의 거리를 표현하기 위해서 10리마다 점을 찍어서 표현합니다. 이를 십리방점이라고 부르는데, 점의 개수를 세면 대략적으로 실제 거리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엄청나게 방대한 양을 자세히 그리다보니 지도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거대합니다. 멋지긴 하지만 너무 커서 들고다닐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도를 위도와 경도 기준으로 구분합니다. 남북으로는 22개의 층을 내서 잘라버리고, 동서로는 19개의 판을 잘라서 접고 다니면 책처럼 넣고다니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를 분첩절첩식이라고 하는데, 휴대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동여지도는 어찌나 잘 만들었는지, 일본인들이 나중에 조선을 침탈하기 위해서 대동여지도를 보고 깜짝놀랐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너무 정확도가 높았거든요. 수업시간에는 대동여지도 읽는 법을 김포 주변지역으로 살펴봤습니다.
지도가 그림으로 표현한 정보라면, 글과 숫자로 표현해야되는 정보도 있습니다. 그런 자료들을 모아놓은 책을 지리지라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다양한 지리지가 활발하게 제작되었는데, 지도와 마찬가지로 시기별로 구별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조선 전기에는 당연히 다스리는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도와 마찬가지로 관리들이 주도해서 지방의 정보들을 모아 지리지를 만들었는데, 이를 관찬지리지라고 부릅니다. 각 지역의 사람들, 특산품들 등을 모두 알아야 했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를 백과사전식으로 쭉 나열했습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지리지로는 세종실록지리지나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이 있습니다. 세종실록지리지는 아마 독도 수업하면서 다시 들어보게 될 것 같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실학자들이 주도하여 실제 필요한 지리 정보들을 모아 지리지를 펴냅니다. 정부의 관리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서 사찬지리지라고 부릅니다. 실학의 영향으로 국토를 객관적이고 실용적으로 파악하려는 시선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정보보다는 저자가 관심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풀어냈기 때문에 주제별로 서술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시기의 지리지로는 대표적으로 신경준의 도로고, 정약용의 아방강역고, 이중환의 택리지 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역작이 바로 택리지입니다. 우리나라 각 지역의 특성을 인간과 자연의 상호 연관성으로 살펴본 책입니다. 이 책은 사민총론, 팔도총론, 복거총론, 총론 등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팔도총론은 팔도에 관련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 손으로 비비고~'라는 노래로 유명한 비빔면 회사는 왜 이름이 팔도일까요? 조선시대에는 우리나라의 행정구역을 총 8개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그 행정구역의 이름은 일반적으로 그 지방에서 제일 잘나가는 도시 두 개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의 앞글자를 따는 식입니다. 그래서 그 8개의 지역이 어떤 곳인지 서술한 것이 팔도총론입니다. 여기까지는 뭐 일반적인 다른 지리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이한 점은 복거총론입니다. 복거총론에서는 사람이 살만한 땅, 즉 '가거지'에 대해 논의합니다. 과연 사람이 살기 좋은 땅이 어딜까요. 이중환은 그 것을 지리, 생리, 인심, 산수라고 구체화했습니다. 지리는 풍수지리 사상에서 드러나는 명당입니다. 생리는 생업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땅으로 비옥한 토지나 물자 교류에 편리한 곳 등을 의미합니다. 이 생리라는 개념은 기존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개념으로, 경제적으로 유리한 곳이 살기에도 좋다는 생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인심은 이웃하는 사람들의 성품으로 온순한 것을 좋다고 여깁니다. 마지막으로 산수는 경치가 좋아서 놀러갈 수 있는 곳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살기 좋은 땅을 자기 나름의 이유로 분석한 이 책은,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이 우리 땅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이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주요 지도와 지리지를 통해서 우리 선조들이 가지고 있던 국토에 대한 인식을 간접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배우는 내용이 좀 많았네요. 이 부분은 특히나 지도 그림을 보면서 공부해야되니까, 교과서나 학습지 혹은 문제지에 나온 지도는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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