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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 대학생 때에 문화지리가 재미있게 느껴진 적이 있다. 지리교육론에서 '나를 키운 장소'를 소개해주실 때에도 꽤나 흥미가 갔다. 하지만 정작 교단에 와서 그런 재미를 전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은연 중에 매번 두껍고 어려운 책만 권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아 반성하는 마음으로 얇고 쉬운 책을 찾아보았다. 그 동안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이제야 집어들게 되었다.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는 지리적 상상력을 끌어올려준다. 지리맛 자기계발서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덕분에 큰 부담 없이 술술 읽게 되었다. 중학생들에게도 좋을 것 같고, 고민이 많은 고등학생들에게도 권할만 하다. 무엇보다도 문화지리의 요소가 수업 중에 녹아들 방안에 대해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아무래도 통계로 점철되는 사실 위주의 수업이 구성되었는.. 2020. 2. 19.
침묵의 봄 현대문명이 과학기술에 기반해 여기까지 왔다. 전문가 집단을 통해 사회의 안정을 추구하고 있으므로, 과학기술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가질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그 안정을 해치기도 한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참사를 겪은 사회에서 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없을 수는 없다. 과학의 기초가 부실해서, 조금만 설명이 어려워지면 난감하다. 분자구조나 염기서열이 나오면 대략 아득해진다. 침묵의 봄은 생태학의 고전이다. 화학과 생명과학을 다루지만, 과알못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다룬다. 전반적으로 방제를 위해 광범위한 면적에 대량의 살충제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는 방식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풍부한 사례가 미국을 중심으로 소개되어 있다. 근대 지리학의 출발에 생명과학 전공자들이 기여한 몫이 많.. 2020. 2. 17.
사피엔스 자연지리학의 아버지인 훔볼트는 지구에서 보이는 모든 현상을 연결지어 정리하고 코스모스를 썼다. 대단하다고 하는데, 물론 못 읽어봤다. 현대에는 아무래도 코스모스하면 칼 세이건을 떠올린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자연과학의 빅 히스토리를 정리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류의 거대한 서사를 다루는 분야에서는 아무래도 총균쇠를 가장 우선 꼽고 싶다. 그런데 그 총균쇠가 새끼를 쳤다. 굳이 표현하자면 총균쇠 순한 맛이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 더 대중성 있는 책이 나온 셈이다. 화제작으로 언급될 때에는 정작 못 읽었다가, 이제 와서야 읽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사피엔스는 두고두고 쓸모가 많은 책이 될 것 같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교과서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설명이 친.. 2020.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