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 인간도 동물이니 동물권이라는 표현에 납득도 가지 않았고, 동물의 권리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있다면 인간을 먼저 생각하길 원했을 뿐이다. 월세 15만원짜리 고시원에서 퇴거명령을 받으면 갈 곳이 없어 저항하는 빈민과, 주인이 여행갈 때 프리미엄 애견호텔에 맡겨지는 개가 비교되어 불쾌했다. 고학생들이 간난고초를 겪으며 학비를 마련하는 걸 당연히 여기면서 강아지 유치원에는 아까움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싫었다. 반려동물이라며 공감을 요구하면서 정작 인간에게 연민이 없는 선진국 중산층 이상 계급의 배가 부른 이야기로만 여겼다. 그래도 가축에는 관심이 있어 공장식 축산이 가진 문제점에는 공감하고 있었지만, 산업동물의 권리보다는 그로 인한 각종 문제점들이 외부효과로 발생한다는 정도였다.
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은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들려주는 입문서이다. 일단 비인간동물이라고 개념어를 명확하게 제시하며 시작하는데, 이 부분부터 그동안 혼란을 느껴왔던 부분이 말끔하게 정리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를 반려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야생동물로 구분하여 설명하는 등 개념을 정리하기에 아주 좋았다.
인류 역사에서 인권이 확대되어가는 관점에서 비인간동물의 권리도 점차 적용될 것이라는 주장에 꼭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펼쳐 나가는 이야기의 흐름은 아주 자연스럽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다양한 소재들도 제시되어 있어 흥미를 잃지 않게 해준다.
채식으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글은 대체로 답정너인 경우가 많은데, 굳이 노선을 책에서 쓴 표현으로 따지면 말콤X의 길에 가깝다. 하지만 이 책은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폭넓고 균형있게 다루며 양심있는 다수에게 호소한다. 이쯤 되면 비인간동물에 대한 마틴 루터 킹이라고 표현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이런 책들이 쌓이면 교육 현장에서도 활용하기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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